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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냥해지고싶다 May 07. 2024

30대 외벌이 가장의 일상이야기(10)

내 꿈은 전업주부?

  수많은 지인들(남자든 여자든)은 '겨울이는 전생에 무슨 덕을 쌓아서 이렇게 오랫동안 전업주부하냐'라고 얘기한다. 대꾸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이 듣는 이야기이기에 ' 하하 그런가요?'하고 웃고 넘기지만, '봄이의 아빠'이자 '겨울이의 동반자'로서 이 의견들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전업주부는 생각만큼 좋은 직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전업주부는 넉넉하지 않다. 맞벌이라고 넉넉하겠냐만은 맞벌이보다 훨씬 부족한 것이 외벌이다. 만약 물려받을 게 많지 않은 집이라면, 집안 살림을 책임지는 전업주부들은 깐깐해질 수밖에 없다. 한정된 벌이 안에서 소비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필수적인 보험료, 관리비, 가스비부터 식료품비, 학원비 등 부가옵션들까지. 그렇다고 해서 월급의 전부를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노후를 위해 위해 없는 예산에서도 일부는  돈을 빼서 저축해야 한다.


  그렇기에 제일 먼저 줄이게 되는 것은 겨울이 자신을 위해 지출하는 것들이다. 나랑 봄이 옷은 때가 될 때마다 구입하지만 정작 본인 옷은 낡아서 못 입을 때까지 입다가 겨우 겨우 산다. 기초 화장품을 제외하면 화장도구는 전무하다. 신발도 몇 번이나 고민하다 한 켤레씩 산다. 이런 삶이 과연 부러운가?


  두 번째, 전업주부는 비자발적인 직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부모님이나 연인이 아무리 중요할지라도 이 분들을 위해 나 자신을 포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백이면 백, 본인을 우선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부부 사이에 아이가 생긴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주변에 아이를 대신 돌봐줄 양가 부모님들이 계시지 않는다면, 부부 둘 중 하나는 육아를 해야 한다. 즉, 전업주부를 선택하는 사람은 아이를 위해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아무리 소중하지만 아이를 위해서 자신의 희생을 당연시할 수 있을까? 이런 전업주부의 희생을 몰랐다면 아마도 아직 전업주부에 대해 당신은 잘 모른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업주부에게 주말은 없다. 직장인인 나를 배려해 주말육아의 대부분은 겨울이가 책임진다. 그렇기에 겨울이는 주말을 제일 싫어한다. 하지만 혹여나 내가 피곤할까 봐 싫은 내색 없이 주말을 온전히 본인 스스로 책임지는 그녀. 평일에도 끊임없는 집안일이 기다리고 있지만, 주말에는 봄이와 24시간을 본인 혼자 책임진다. 만약 입장을 바꿔본다면 내 입장에서는 가히 공포영화나 다름없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비겁하게도 평생 일하기로 다짐을 했다. 겨울이만큼 희생적이지 않고 이기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이로 인해 겨울이가 너무 힘들어하지 않게 육아에서도 가정에서도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이번 주말에는 겨울이가 쉴 수 있게 봄이와 데이트라도 다녀와야겠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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