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잔에 얼음을 가득 담는다.
얼음 사이사이에 소주를 붓는다.
달그락달그락 어서 차가워지라고 흔들어 본다.
'봄이'와 '겨울이'가 시원한 사이다가 가득 담은 잔을 들어 건배하자고 한다.
'짠'
시원한 소주를 한 모금 홀짝 마신다. 그리고 밥과 반찬을 안주 삼아 먹는다. 집 안에는 에어컨이 쌩쌩 불어 서늘하기까지 하다. 바깥에서 계란마저 익을 거 같은 날씨는 어느새 뇌리에서 사라진다.
무더운 여름. 퇴근길 지옥철과 지글지글 끓고 있는 고바위 아스팔트 길은 퇴근길조차도 지치게 한다. 땀에 들러붙은 면티가 거추장스러워 훌러덩 벗어버리고 싶을 정도가 되면 집에 도착한다.
흐르는 땀을 닦으며 집 안으로 들어간다.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겨울 토끼와 요즘엔 항상 입이 삐죽 나와 있는 귀여운 봄여우 그리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를 맞이한다. 시원한 물에 몸을 식히고 나오면 겨울 토끼가 차려주는 맛있는 저녁을 함께 먹는다. 힘들었던 오늘 하루의 수고가 행복한 저녁 시간의 기억으로 치환된다.
집의 안과 밖의 거리는 불과 30cm도 되지 않지만, 이곳과 저곳이 달리 느껴지는 건 나를 지켜주는 내 집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My Sweet Home.
그렇지만 행복에는 계산서가 청구될 수밖에 없다.
집, 에어컨, 저녁식사 그리고 소주 한잔까지도 행복을 위해 소비되는 모든 것들로부터 계산서는 날아온다.
게다가 이 계산서는 한 번만 청구되지 않는다. 행복을 유지하는 동안에는 끝없이 청구될 것이다.
행복은 공짜가 아님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