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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냥해지고싶다 Aug 05. 2024

미지근한 맥주

  그런 날이 있다. 아침 시작부터 묘하게 꼬이는.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김없이 필터를 거치지 않은 나의 쌩 감점이 그대로 드러나는 날, 나는 미지근한 맥주를 한 모금 삼킨다.


  



  토끼 같은 친한 직장 동생이 있다. 어느새 결혼하더니 배도 불룩해져 곧 육아휴직을 들어간다고 인사를 하러 온다. 안부인사 겸 차를 한잔 마시러 갔다가, 휴직 관련해서 곤란한 일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저 해결책도 알려주지 못하고 들어주기만 했는데도 정말 감사하다며 90도 인사를 박고 돌아가는 동생을 보며 괜스레 미안하고 씁쓸했다.


  기획했던 업무가 실제와 맞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에 모든 기획안은 완벽할 수 없기에 진행하며 수차례 수정해야 함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사들이 제시하는 수정안에 대해 쉽게 YES라고 말하는 것이 어려운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한 사업분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경쟁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일 것이다. 그렇지만 정당한 경쟁이 아닌 질시, 험담, 이간질 등으로 그 시장 자체를 망치는 것을 보고 있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모든 일이 점심시간 이후에 일어났다.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의자에 억지로 몸을 파묻어 보지만 집중이 되지 않는다. 미지근한 맥주를 억지로 삼키듯 억지로 꾸역꾸역 한 글자씩 타이핑한다.


  시원한 생맥주 한 잔이 생각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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