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다른 지역에 비해 덜 덥고 덜 추운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부산 안에서도 지역별로 다르겠지만 특히 해안가 지역의 기후가 좋은 것 같은 건 팔이 안으로 굽는 이치일 것이다.
그칠 줄 모르던 쏟아붓던 장마가 지나니, 햇빛이 피부를 벌처럼 쏜다.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올라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 주지만 하얀 구름만으로 역부족인 듯하다. 거기에 피부에 달라붙는 습기들... 인세에 지옥이 있다면 바로 여기라고 얘기하고 싶어질 정도다.
그래서 틈만 나면 바다에 뛰어든다. 보드를 타고 바다 위에 동동 떠서 해변을 바라본다. 너울에 휘청거리다 퐁당 빠진다. 다시 올라와 보드에 엎드려 쉰다. 이번에는 일어서서 광안대교를 바라본다. 멀찍이 떨어져 있지만 끝없는 지평선을 가려주기에 내 눈을 모두 사로잡는다. 나그네처럼 정처 없이 이곳저곳 누벼본다.
잠시 보드 위에서 내려 파도에 몸을 싣고 동동 떠있는다. 숨을 참고 팔다리에 힘을 뺀 채 하늘만 바라본다. 가라앉을 듯 가라앉지 않고 파도 따라 동동 떠다녀본다. 고온다습처럼 끈적하게 달라붙어있던 잡념들이 서서히 사라진다.
이렇게 가깝고 편한 바다이지만 꼭 이렇게 덥거나 찝찝해야지만 한 번씩 즐기게 된다. 불편함이 찾아와야만 불편함을 해결할 수단을 찾는 게으른 어른에게 바다를 즐기기 위해서 고온다습은 한 번씩은 겪어야 하지 않냐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