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냥해지고싶다 Jul 22. 2024

닭곰탕이 맛있게 잘 끓여진 날

    '봄이'는 닭을 아주 좋아한다. 사랑스럽게 본다는 것은 아니고, 식량으로서 아주 좋아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특이하게도 튀긴 것보다는 삶은 것을 더 좋아한다. 특히, 닭을 고아서 살을 발라내 닭곰탕으로 내주면 입 짧은 편식쟁이가 밥 한 공기를 뚝딱해 치우니, 아빠 된 입장으로서 아무리 손이 많이 가더라도 닭곰탕을 끓이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큰 솥에 닭 한 마리를 손질해서 넣고 그 위로 양파와 대파, 마늘과 통후추, 물 3리터를 넣고 30분 정도 푹 끓인다. 솥 위로 올라오는 거품과 기름들을 떠내다 보면 금세 30분은 지난다. 닭만 건져서 잠시 식히고 채소들은 물을 부어서 더 끓인다. 고기들은 다 발라내서 접시에 옮겨놓고 발라진 뼈는 다시 솥 안에 넣고 끓인다. 20분 정도 더 끓이고 나면 뼈와 야채들을 거른다. 소금간만 조금 해서 닭고기 위에 국물을 부어 내놓으면 닭곰탕 완성이다.


  한 시간가량 부엌에서 기름기 걷어내랴, 고기 발라내랴 분주하게 요리하는 나를 본 '겨울이'는 딸한테만 지극 정성이라고 입이 툭 튀어나오지만 정작 '겨울이'도 한 그릇 뚝딱 비우며 '역시 여름 원기회복에는 닭이 최고야!'라고 상기된 얼굴로 말한다. 괜히 뿌듯해진다.


  



  '봄이'를 재우고 늦은 밤이지만 조깅하러 밖으로 나간다. 습하기만 하던 비 구름들이 시원한 바람을 따라 사라진 덕분에 밤공기는 쾌적했다. 운동장에서 천천히 뛰며 바람을 느낀다. 온몸을 감싸는 상쾌한 바람이 내 발걸음을 더 가볍게 한다. 뉴진스의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를 반복해서 들으며 밤이 주는 마력에 빠진다.


  구름 뒤에 숨어 있던 동그란 달덩이가 모습을 드러내자 더욱더 몽환적으로 느껴진다.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들도 잠깐씩 멈추어 예쁜 달을 카메라에 담는다. 시원한 바람, 환하게 빛나는 보름달, 몽환적인 노래. 모두가 어우러져 내 마음도 붕 뜨게 한다.


  조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비 맞은 생쥐꼴이다. 샤워하고 나오니 아직 '겨울이'가 자지 않고 날 기다리고 있다. 소파에 엎드려 쉬고 있는 내 위로 '겨울이'도 엎드려 장난을 친다. 아직까지 나의 '겨울이'는 20대의 천진난만함을 가지고 있다.


 


  잠을 자는데 중간중간에 계속 잠을 깼다. '겨울이'에게 팔베개를 해주고 있다가, 새벽에 잠깐 잠을 깬 봄이가 서둘러 그 팔을 뺏아 자기가 밴다. 그 모습이 재밌어 '봄이'를 더 소중하게 꼬옥 안아준다. 오늘은 닭곰탕이 잘 끓여진 날. 밥이 맛있어서일까, 우리의 오늘 밤은 소소했지만 기억에 남는 행복한 날이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털면 털릴 줄 알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