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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냥해지고싶다 Jul 16. 2024

털면 털릴 줄 알았다

묻는다는 것이 파종임을 확신치 못하고, 나눈다는 것이 팽창임을 깨닫지 못하는, 아직도 청산되지 못한 나의 소시민적 잔재가 치통보다 더 통렬한 아픔이 되어 나를 찌릅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아직까지도 지난 3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인에게 사기를 당하고 너무나 아팠기에, 처음 정신과를 방문하고 참으로도 많이 울었기에, 약 3개월이 지났을 때만 하더라도 이제는 아픈 기억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다. 그때의 기억은 이미 털털 털어서 먼지처럼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일 뿐이었다. 바쁜 일이 지나고 나자 다시 불쑥불쑥 부정적인 생각들이 나를 옥죄여온다. 지금 그 돈이 있었더라면 '봄이'와'겨울이'가 더운 여름날 걸어 다니지 않아도 됐을 텐데... 아니면 대출이자가 좀 줄어들어 '봄이'가 가고 싶어 하는 학원도 보내줄 수 있었을 텐데.


  '겨울이'는 나를 용서하였지만, 나는 아직도 나를 용서하지 못했다. 왜 난 그런 선택을 했을까 하고 수백 번을 자책을 하지만 돌아오는 건 나를 향한 우울한 그림자뿐. 그림자는 나를 더욱더 어둡게 할 뿐이었다.

  

  그렇기에 다시 한번 더 묻어보려고 한다, 지인에 대한 미움, 나에 대한 혐오를. 미움과 혐오를 대신하여 고마움을 나눠보려고 한다. 이 경험으로부터 얻을 수 있었던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하지만 나쁜 것을 묻어버리고, 좋은 것을 찾아 나눠보고자 하는 게 너무나 어렵게 느껴진다는 것이 나를 더 슬플 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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