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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루팡에게 연장 수당을 줘야할까?

– 병원 운영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의사결정 기준 –

by 이원길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최근 해밀컨설팅그룹 (www.haemilconsulting.com) 이라는 단독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내년 1월과 3월 개원 예정인 두 병원과 매출 재도약 솔루션을 진행중인 병원, 그리고 닥터플레이스 AI 기반 입지 예측 모델을 통해 여러 개원 준비 원장님들과 함께 과학적인 개원 입지 분석과 로케이션 서칭을 돕고 있습니다.


한동안 닥터플레이스 AI 안정화, 신규 병원 개원 준비, 재도약 솔루션등으로 너무 바빠 글을 따로 정리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따로 홍보하지 않았음에도 연락 주신 원장님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립니다.


해밀컨설팅그룹은 “감”이나 “관행”, “그냥 하면 된다”식이 아니라, 근거·데이터·조직·문화·시스템 기반의 운영 방식을 적극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그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 하지만 생각보다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던 주제를 하나 다뤄보겠습니다.




CASE “연장근무하는 직원에게 연장수당을 지급해야 하는가?”


현재 매출재도약 솔루션을 진행중인 한 병원의 실제 사례입니다. 원장님께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주셨습니다.


Q. 체충·도수치료사는 이미 별도의 인센티브 체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연장근무 시 별도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싶습니다. 뿐만 아니라 낮에는 여유롭게 일하다가, 마감 직전에 환자 하나 보고 연장 수당이라니 괘씸해서라도 주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부 직원들이 “오버 타임비가 없으니 추가 환자를 받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방금 총괄 실장이 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저에게 “연장수당 지급”을 요청하는데 대표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병원장님의 고민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병원 경영하면 큰일납니다. 차근 차근 풀어보겠습니다.




첫째, 차라리 내가 AI라고 생각하고 감정을 지우고 객관적 지표만 보자


일단 얼마가 남는지 봅시다.

체충 또는 환자 1명의 진료 매출 − (연장시급+해당 인센티브+기타세금) =

아마 대부분 병원들이 결과적으로 남는 구조일 겁니다. 남으면 지급하면 됩니다.




둘째, 지급하되 구체적인 조건을 상세화할 순 없을까?


그리고 줄 때 주더라도 쉽게 주진 맙시다. 해당 유형의 인재들이


성장형·핵심 인재 유형이라면? 마땅히 지급 또는 인사고과와 연결 암시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인재라면? 조건부 지급

퇴사 예정자이거나 태업형 직원이라면? 어차피 지급하나 안하나 큰 효과 없음


원장님들이 수당이나 인센티브에 대해서 흔히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돈을 더 주면 사람이 바뀌겠지? 책임감이 생기겠지? 좀 더 성실하게 일하겠지? 하는 겁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수당, 인센티브의 가장 최악의 경우는 “그럼 이것도 돈 더 주세요.” 하는 상황입니다. 수당이나 인센은 조직 변화의 수단으로 가져가야 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거래의 수단이 되어버리고 마는 경우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원래 잘하는 사람에게 수당, 인센이 들어가면 > 행동이 강화되고 습관화됩니다.

원래 안하는 사람에게 수당, 인센이 들어가면 > 보상이나 인센이 없으면 안하는 사람이 됩니다.


심리학, 조직행동론에서 강화(Reinforcement)와 동기유발(Motivation)은 분리되어 다뤄집니다. 강화는 이미 나타난 행동을 더 자주 나오도록 만드는 것이고, 동기유발은 새로운 행동을 시키기 위해 힘을 부여해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수당이나 인센티브는 어떤 의미일까요? 5초동안 한번 생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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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당이나 인센티브는 사람의 태도를 바꾸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미 잘해오고 있는 것을 더 자주 더 반복하도록 격려하기 위한 장치로 강화(Reinforcement)에 더 가깝습니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여기 두명의 직원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A직원은 책임감이 있고, 연장근무수당에 상관없이 환자를 열심히 받습니다.

B직원은 책임감이 없고, 연장근무는 피하는 유형입니다.


이 두명의 직원에게 연장수당을 부여하면 어떻게 될까요?


A 직원은 자기의 노력이 인정 받았다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열렬히 일하게 됩니다. 반면 B직원은 “돈 줄꺼면 하고, 안 주면 안해” 식의 생각이 더 강화됩니다.




셋째, 보상이나 인센티브를 떠나 환자 1명의 가치는 어느 정도인가?


앞서 우리는 병원과 직원간의 관점에서 단순히 “환자 한 명을 받느냐 마느냐”를 갖고만 논의를 진행했는데요. 환자 한명의 가치에 대해서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병원에서 환자 한 명의 가치는 단순 방문 매출이 아니라, 해당 환자가 병원에 남기는 ‘미래 가치(Lifetime Value)’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마케팅·CRM서는 이를 LTV(Lifetime Value)라고 부릅니다. 특히 병원은 재구매 반복성이 높은 업종 중 하나이며, 일반 소비 서비스업 대비 ‘전환 고객의 유지기간 (retention period)’이 더 깁니다.


쉽게 말해 연장 환자 한 명은 다음의 가치를 함의 합니다.


- 초진에서 지불한 진료비

- 향후 치료 계획에 따라 생성될 재진+a 반복 매출

- 연장으로 인해 다음 내원 주기를 줄여주는 라포 형성 효과

- 연장으로 인한 감사한 마음을 통한 리뷰,소개,구전의 파급 효과

- 연장으로 인한 감사한 마음을 통한 향후 가족 단위 치료 연계 전환 가능성


McKinsey on Healthcare 2020 Year in Review, McKinsey on Healthcare: Best of 2019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서비스 이용자의 1명의 만족도가 평균 4.3명의 신규 유입으로 이어진다”는 데이터가 제시된 바 있습니다.


또한 “5 Principles to Improve the Patient Experience” (HBR, 2021)는 환자 경험이 좋았던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 대비 평균 2.3배 더 높은 LTV를 가진다고 분석한 바도 있습니다.


즉, 연장 근무로 받는 환자 한 명이 중요한 이유는 그 순간의 매출 때문이 아니라, 그 환자가 병원의 미래 매출 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단순 단가의 5~20배까지 확장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병원은 환자 1명의 가치를 단순히 매출이 아니라, 관계, 재방문, 전환, 확산, 신뢰라는 관점에서 계산해야 합니다.


직원이 괘씸하다, 아니다보다 더 본질적인 질문은 이것이어야 합니다.


“이 환자를 놓치는 것이 병원에 장기적으로 손해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선명해질 때, 연장수당에 대한 대답도 명확해 집니다.





넷째, 시스템을 의심해보진 않았나?


마지막으로 연장 근무가 일시적으로 발생하는지 반복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는지에 관해 병원 시스템적 고민이 필요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해당 입지의 주요 환자층 자체가 야간 진료가 필요한 환자군으로 구성되어 있어 진료 시간을 아예 연장 해야하는지에 관한 고민이 필요해질 수도 있습니다. 진료 시간의 연장은 예약 동선, 진료 설계, 인력 배치, 마감 기준에 이르기까지 꽤 큰 틀에서의 변화를 가져가야 합니다.


만일 반복적 연장근무 발생을 아무 기준 없이 지속해갈 경우, 조직은 이것을 하나의 ‘조직 문화’로 학습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상황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 “늦게 일하는 사람이 더 책임감 있어 보인다”

- “마감 직전 환자는 원하면 받는 게 당연하다”

- “규칙보다 분위기가 우선이다”


이런 상황이 조직 분위기에 번지기 시작하면 의도치 않게 지연 퇴근을 해야하만 하는 마감시간 지연 퇴근이 불만인 직원들과 난 인센티브가 있으니 당연히 하겠다고 생각하는 직원간 불화의 단초가 되어 전체적인 팀워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자칫 중간 관리자가 과잉 충성으로 지연 마감이 당연한 것처럼 강압적으로 끌고가게되면 이때부터 병원은 시스템이 아니라 특정인의 컨디션과 기분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으로 변모하게 됩니다.


시스템적 관점에서 경영자는 진지하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봐야 합니다.


이 연장근무는 “예외적 상황”인가? 아니면 이미 “패턴화된 구조적 문제”인가?


예외적 상황이라면 수당은 지급하고, Case-by-Case별로 부서장 결제 하에 연장 근무케 하면 됩니다. 반복되는 상황이라면 예약 동선·인력·운영 시스템부터 설계를 다시 해야 합니다.




Deci, Ryan, Koestner는 인센티브에 관한 128개 연구를 메타 분석하며 성과 조건 보상(Performance Contingent Reward)이 오히려 내재적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즉, “보상을 위해 하는 일”이 되는 순간, 직무 자율성과 전문직 정체성이 줄어든다.”는 보고입니다. Frey & Jegen의 Motivation Crowding Theory 역시 외재적 보상이 통제처럼 느껴질 경우 업무 의미·자율성·자부심을 낮춰 성과를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반대로 Lazear는 실증 데이터에서 명확한 기준의 성과급은 생산성과 인재 유입을 높인다고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Gneezy & Rustichini의 연구에서는 않주느니 못한 작은 보상은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키기 때문에 “줄 거면 확실히 주고, 아니면 아예 주지 말라”는 결론을 냅니다.


인센티브, 학계의 연구 결과를 보니 더 어럽죠? 해밀컨설팅그룹은 다음과 같이 말씀드립니다.


병원 인센티브 정책은 조직 운영 원칙을 통과한 사람만 받을 수 있는 제도여야 한다. 즉, “무조건 받는 보상이 아니라 일정 수준의 자격을 갖춘 사람에 의한 자격”이어야 한다.


인센티브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면 스스로 하나의 질문을 던져보십시오. "우리 조직에서 연장수당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 있는가?" 이 질문에 기꺼이 답이 떠오른다면 바로 로 시작하셔도 됩니다. 반대로 떠오르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연장수당이나 인센티브의 지급 여부’가 아니라 조직 평가 기준과 성실하게 일하는 문화의 재정립입니다.





Founders Class 안내

실제 병원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운영 구조와 실행 매뉴얼을 소규모·비공개 클래스 형태로 다룰 예정입니다. 곧 안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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