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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인 Mar 24. 2024

여백의미

 차곡차곡 챙겨 왔던 부질없는 삶의 부스러기들을 하나씩 하나씩 나누며..

“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벗들한테서 소식이 오는데, 죽었다는 소식이다.

살아 있다는 소식은 오지 않으니까, 소식이 없으면 

살아 있는 것이다.

지난달에도 형뻘 되는 벗이 죽어서 장사를 치르느라고 화장장에 갔었다.

화장장 정문에서부터 영구차와 버스들이 밀려 있었다.”     

소설가 김훈의 望八(팔십을 바라보게 되니까)      

참 공감 가는 글이다.



오십 중반에 접어들면서 오랫동안 소식이 없던 친구들에게서 소식이 오는데

죽었다는 소식이다.

10대 20대를 치열하게 보냈던 친구들.. 질병으로, 불의의 사고로.....     

오십 평생 살면서 부여잡을 줄만 알고 놓을 줄 몰랐던 삶의 덩어리를 통째로 놓고 싶었던 순간 다짐했다. 

이제는 반만 잡고 가자고.....     

이처럼 반만 잡고 가는 미니멀한 삶을 진즉 알았더라면 나의 일상이 좀 더 고요히 흐르지 않았을까?

모두가 그러했겠지만 이제까지의 삶이 장미꽃을 뿌려놓은 듯 탄탄대로는 아니었기에 울퉁불퉁 돌부리에 채이기도 하고....

거센 물살에 맥없이 휩쓸리기도 하면서..... 

무의미하게 많은 것을 놓지 못하고 숨차게 헐떡거리는 삶이 전부라고 믿으며 살았다. 


    

묵힌 옷을 버리고

묵힌 생각을 버리고

묵힌 디지털을 정리하고

몸속에 묵힌 찌꺼기들을 버리고

좀 더 가쁜하게 세상살이의 묵힌 관계들을 정리 정돈하며 

삶의 여정에 뒤늦게 깨달은 비움의 미학을 공부하며 

친구들의 부음 소식을 접하면서 언제부턴가 천천히 취미생활이 되어버린 “치우기, 정리하며 살기, 청소”는 먼지를 닦아내는 공간의 정화도 있지만, 몸과 마음의 먼지를 닦아내며 스스로 정리 정돈을 하는 삶으로 방향을 바꾸며 살고 있는지 모른다.     


차곡차곡 챙겨 왔던 부질없는 삶의 부스러기들을 하나씩 하나씩 나누며, 정리해 가는 생활에서 

텅 비어진 공간을 보며 공간 여백의 미도 멋진 인테리어가 될 수 있음을 머리가 희끗 희끗 해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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