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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빛물결 Apr 18. 2024

영감님을 만나러 갑니다.

길따라 영감따라 

나는 영감님을 자주 찾아가는 편이다. 

사실 거의 매일 찾아간다. 

대부분 허탕을 치긴 하지만.


‘영감’님의 정체는 모호하다.

영감( 靈感, inspiration)의 사전적 의미
1.신의 계시를 받은 듯한 느낌. 영상(靈想).
2.창조적인 일의 계기가 되는 착상이나 자극. 인스피레이션(inspiration).
"∼이 떠오르다"   <구글 사전 상자>                                                         


영감이 신의 계시를 받은 느낌이라는 설명은 플라톤의 유명한 시인 추방론과도 맥락을 같이 하는 듯 하다. 고대 그리스 시민들에게 교육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이루어졌는데 철학자와 교육가가 한 부류이며 나머지 한 부류는 시인이라고. 당시의 시는 음악, 연기 등의 종합예술의 형태다. 


플라톤은 시인들의 예술작품이 신으로부터 얻은 영감에서 비롯된 것이며 수준 낮은 모방에 가깝고 이성을 마비시킨다고 보았다. 즉, 합리적인 이성에 의한 추론이 아닌 접신과 광기에 가까운 감정의 산물로 본 것이다. 


시는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닌 모방으로 인한 잘못된 현실 인식이기에, 플라톤의 입장에서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망치는 것이 시인들인 셈이기도 하다. 아마도 대중들은 철학자보다 시인들에게 꽤 열광했던 거 같다. 


역설적으로 그만큼 시인들의 작품이 매력적이라고 볼 수 있기에, 플라톤적 생각이 나 같은 소시민에게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요즘  베스트셀러 대신 BTS 셀러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하는데 호밀밭의 파수꾼, 데미안,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의 책들이 인기가 있다고 한다. 음악뿐 아니라 BTS가 읽는 책들도사람들의 삶 속으로 파고드는 현상을 보면 무조건적 모방은 경계해야겠지만 단순히 음악을 즐기는 차원을 넘어 

음악적 연대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영감의 확장성과 생산성까지 느껴진다. 


에디슨은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라고 했는데 1%의 영감을 나는 아직 포기할 생각이 없다. 그렇다고 철학, 이상과 같은 조금은 거추장스러운 것들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안타까운 점은 영감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 생각해 보니 영감은 먼저 찾아오는 법이 거의 없다. 주로 내가 찾아가는 쪽이었다. 짝사랑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나 싶지만 내가 아쉽고 고픈 쪽이라 어쩔 도리가 없다. 


오늘도 내가  찾아 나서고 먼저 표현하기 위해 일상을 기록하고 관찰하고 째려보고 비틀어보고 할 수 있는 건 다해본다. 가끔 화딱지도 나는데 그놈의 혹시나 하는 기대감. 영감님의 친한 친구인 산책을 만나면 가끔 소식을 들을 수 있다기에  무작정 나서본다. 






오늘따라 유난히 바람이 거세다. 새들도 비명을 지르며 날아다니는 매서운 공기를 뚫고 동네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렀다. 


동네 아이스크림 가게 


미니컵으로 주문했는데도 아이스크림이  한가득이다영감이 떠오르기도 전에 입부터 얼었다. 


텅 빈 산책로를 혼자 걷다 돌아오는 길. 아이스크림 가게 앞 벤치에 노부부가 나란히 앉아 아이스크림을 드시고 계신다. '다정'이란 단어를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쓰나 싶다. 


두 분의 모습을 보니 존재만큼 거대한 영감이 있을까 생각된다. 나는 어쩌면 쓰기를 넘어 살기 위한 영감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다정함을 보습제 삼아 마른 가슴에 펴발랐더니 굳은 틈 사이로 따뜻한 것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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