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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니저축가 Oct 21. 2024

온 가족이 총출동한 어린이집 운동회

삼촌의 쌍둥이 조카 육아일기

오늘은 쌍둥이 조카아이들이 처음으로 참여하는 운동회날이다. 전날 쌍둥이 엄마(누나)가 퇴근 후 밤에 아이들이 먹을 주먹밥을 준비하고 어른들이 먹을 점심은 김밥을 사가기로 얘기가 됐었는데 가족들을 충분히 배부르게 먹이려는 할머니(친정엄마)가 유부초밥을 싸기로 하셨다. 평소 아침에도 여러 가지 할 일이 있고 부지런하신 분이라 새벽 4시 40분에 일어나곤 하시는데 오늘은 유부초밥을 싼다고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밥을 하고 준비를 하셨다. 


일주일에 두 번 아이들의 옷을 빨래하고 있는데 오늘이 그날이라 운동회로 시간이 없는 관계로 새벽 5시가 조금 넘은 이른 시간에 세탁기를 돌렸다. 손수건은 어젯밤에 할머니가 미리 삶아두셨다가 함께 세탁기에 넣고 빨았다. 아이들 빨래가 다 되기까지 대략 2시간이 걸렸다. 


평소와는 다른 스케줄이나 중요한 행사가 있으면 하필 그때마다 아이들이 아팠던 적이 많았다. 요 근래에 아이들이 오랜만에 아프지 않은 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운동회 삼 일 전에 남자아이가 귀가 빨갛고 부풀어 올라서 심하게 부었고 거기다가 열도 나고 기침에 콧물까지 나기 시작했다. 


병원에 가니 벌레에 물린 거 같다고 했다. 아이들은 성인들과 다르게 피부가 약해서 모기나 벌레에 물리게 되면 약을 발라도 말끔하지 않고 흔적이 심하게 남으면서 후폭풍이 컸다. 그러다가 운동회 당일날 여자아이까지 기침에 콧물이 났다. 거기다가 응가는 둘 다 하느라 쪼그려 있고 떼를 쓰기까지 해서 더 바빠졌다. 아침식사를 마치자마자 빨래를 다 널고 아이들 뒤치다꺼리도 마치고 짐도 챙기면서 준비를 마쳤다. 




그래도 다행히 늦지 않게 준비를 해서 아빠(매형)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운동회를 하는 잔디운동장으로 이동했다. 10시에 운동회가 시작인데 9시 25분쯤 여유롭게 일찍 도착을 했다. 트렁크에 실었던 2인용 유모차를 꺼내서 펼쳐서 끌고 가고 아이들 손을 잡고 운동장으로 걸어갔다. 운동장에는 만국기가 걸려있고 운동회 행사에 필요한 준비물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입구에서 반겨주셨다.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서 물도 마시고 사진도 찍으면서 쉬고 있다가 10시에 운동회가 시작되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의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도 오시고 많은 인원들이 모였다.


전체게임과 원아들 게임, 전체게임, 원아게임, 부모게임, 대표자게임 등 어른과 아이가 번갈아가면서 쉬지 않고 진행이 되었다. 아이들 게임에는 쌍둥이들이 참여를 해야 하는데 안 하겠다고 거부를 해서 설득을 해도 엄마랑 같이 하자고 해도 안 하겠다고 거부를 했다. 다른 아이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뛰어다니면서 활동하는 걸 좋아하는데 우리 쌍둥이들만 제자리에 서 있고 울면서 참여하지 않으려고 했다. 집에서는 거실을 뛰어다니고 까르르 웃어대고 엄청 활발하게 노는 아이들인데 말이다. 


그래도 아이들이 썰매 타기는 엄마 아빠와 같이 하면서 즐거워했고 바닥에 놓인 판 뒤집기도 어른들 손을 잡고선 조금 참여를 했고 혼자서 하는 건 절대로 하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은 신나게 즐기면서 노는데 우리 아이들은 모든 게 낯설어서 낯가림도 심하고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을 마음속으로만 하면서 아쉬운 마음이 들긴 했었다. 그렇게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운동회 프로그램이 이어지고선 끝이 났다. 마지막으로 행운권 추첨이 있었는데 운이 좋게도 남자아이의 이름이 불려서 상품중에 제일 좋아 보이는 킥보드를 선물로 받았다. 킥보드는 추첨으로 하나 받았는데 아이가 두 명이라 엄마가 하나 더 사야겠다고 얘기를 했다. 




운동회를 마치고 그늘인데 경사가 있는 잔디밭으로 이동을 해서 집에서 싸 온 주먹밥과 유부초밥을 먹었다. 아이들의 엄마는 회사에 오전 반차만 어렵게 신청을 해놓은 상태라 잠시 먹다가 회사로 출근을 하러 갔다. 회사 사정으로 운동회를 못 올 뻔했는데 엄마가 없으면 아이들한테는 아무 의미가 없는 시간이 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다행스럽게도 반차를 쓰면서 참석을 할 수가 있었다. 엄마가 회사에 간다고 하니깐 둘 다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엄마랑 헤어지고 겨우 달래고선 주먹밥을 먹었다. 


도시락 윗줄은 김으로 얼굴이 그려진 주먹밥이었다. 그럼에도 예상했던 것보다 잘 먹지를 않았다. 남자아이는 삼촌무릎에 앉고 먹여주니깐 받아먹었다. 공원이라서 주위에 비둘기가 옆으로 와서 먹을 걸 찾느라 기웃거려서 삼촌이 쫓아내니깐 남자아이도 옆에서 "가"라고 소리를 치면서 거들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화장실에 가서 쌍둥이 모두 기저귀를 갈고 병원으로 이동을 했다. 차에 타고 조금 지나자 아이들이 잠이 들었는데 좀 더 자면 좋았겠지만 10~15분 정도로 병원이 가까워서 금방 깰 수밖에 없었다. 


쌍둥이 모두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약을 타서 집으로 왔다. 어린이집에서 활동할 때는 낮잠을 자고선 집에 오는데 오늘은 병원에 다녀오고 낮잠 시간이 지나버렸다. 아이들에게 낮잠을 잘 거냐고 물어보니깐 안 잔다고 해서 거실에서 삼촌이랑 아빠랑 같이 놀았다. 저녁맘마 시간이 돼서 하이체어에 올라가야 하는데 아이들이 선뜻 올라가지 않고 협조적이지 않았다. 여자아이는 올라갔는데 남자아이는 안 올라가고 버티고 한참을 울면서 떼를 쓰다가 진정을 시키고선 올리고 맘마를 시작했다. 




엄마(누나)가 퇴근 후 집에 와서 삼촌이랑 낮에 있었던 운동회 이야기를 하다가 그때 삼촌이 파악했던 아이들의 입장을 얘기했다. 넓은 잔디운동장이 낯설었고 얼굴도 모르는 낯선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 뭘 자꾸 참여해야 된다고 계속 데려가려고 하니깐 아이들이 얼어버린 것이었다. 평소에도 남자아이는 낯선 무언가나 새로운 사람을 보면 불편해해서 설명도 해주고 적응할 시간이 필요로 했다. 다시 생각을 해보니 아이가 모든 상황에서 낯설고 불안하고 불편하고 힘들었겠다는 걸 이제야 이해하게 되었다. 


여자아이도 남자아이만큼은 아니지만 주관이 뚜렷하고 예민한 편이다. 운동회 때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이에게 오늘 환경과 진행상황에 대해서도 중간중간에 설명을 해줬어야 했고 아이의 기질과 성격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으니 충분히 헤아리고 아이가 힘들겠다는 걸 이해하고 보듬어 줬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이 운동회로 인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피곤한 하루를 보냈구나를 저녁이 되어서야 엄마와 삼촌이 느끼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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