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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십삼도 일상탐구 Mar 26. 2024

어째서 우산을 접지 않을까

우산을 접지 않은 세 가지 이유

나는 일상 속의 작은 행동과 사건을 탐구하고 고찰하는 것을 즐긴다.

얼마 전 한동안 비가 그치지 않아 나갈 때마다 우산을 챙겼었다. 가끔 카페에 앉아 하염없이 창 밖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그날도 간단한 소일거리를 들고 한적한 카페에 찾아갔다. 평소와 같이 창가에 자리를 잡았을 때 오늘의 주제가 떠올랐다.


비가 오는 날 우산을 쓰고 걸어가다 어느 순간 비가 거의 그쳐 우산을 쓸 이유가 없지만 우산을 쓰고 가는 상황을 직접 겪거나 보았을 것이다. 우리는 어째서 우산을 접지 않은 것일까. 단순한 변덕 때문일까?

나는 그 이유가 아래 중에 있다고 생각했다.




첫째. 확신을 가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변화하는 무언가가 어느 시점에 접어들었을 때 더 이상 변화하지 않으리라는 또는 이로운 방향으로만 변화할 것이라는 생각은 검증의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비가 점점 그치다가 다시 내리는 걸 본 적 있어서 찝찝하게 비를 맞지 않기 위해 조금의 여유를 두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매 시 정각에 소리를 내는 뻐꾸기시계 같은 것이다. 시계를 보지 않고 정확한 시간을 알기 위해서는 뻐꾸기가 한 번 더 울지는 않을지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한다.


둘째. 행동의 관성 때문이다.


관성은 물체가 운동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이다. 달리 말해 운동 상태가 변할 때의 저항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 버스가 급정거하면 손님들이 앞으로 쏠리는 이유가 바로 관성 때문이다. 나는 행동에도 관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굳이 지금의 행동을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면 바꾸지 않는다. 대표적인 행동의 관성은 바로 습관이다.

사소하게도 행동 관성은 존재한다. 무언가 일을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잡고 있어야 한다거나, 침대에 눕기만 하면 일어나기 싫어지기도 한다. 우산을 접지 않는 것도 굳이 접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비가 온다면 우산을 펴야 하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비가 오지 않는다고 우산을 접을 이유는 없다.


이 글을 카페에서 적고 있을 때 우산을 쓰던 사람들이 번화가에 들어서자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는 우산을 접는 광경을 자주 목격했다. 놀라운 발견이다. 이에 따라 하나의 이유를 추가하기로 했다.




셋째. 행동 변화를 일으킬 만큼의 자극, 즉 ‘역치’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같은 온도의 물을 두고 누구는 뜨겁다, 누구는 따뜻하다로 갈리는 경험 겪어보았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비가 몇 방울만 떨어져도 우산을 꺼내 드는 사람이 있고, 애매한 가랑비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꺼내 드는 사람이 있다. 그만큼 평소와 다른 반응을 보이게 만드는 ‘역치’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아까 우산을 쓰던 사람들이 번화가에 들어서자 주위를 둘러보고는 우산을 접는 광경을 자주 목격했다고 했었다. 나는 이것이 시선과 집단행동에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다.

‘저 사람은 왜 우산을 쓰고 있지?’ 하는 의구심이 담긴 시선을 받다 보면 이 또한 자극이 되어 ‘역치’에 도달한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에는 우산을 쓰는 것이 옳기에 그 증거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그런데 주변에는 이미 똑같은 방식으로 우산을 접게 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이 집단에서는 우산을 접는 것이 보통이기에 자신 또한 우산을 접게 된다.


물론 간단한 탐구이기에 이것이 옳다 주장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런 시각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 봐주었으면 할 따름이다. 내가 놓친 것을 누군가는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내게도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세상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언제나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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