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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자 Jun 18. 2024

반으로 나눌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5. 입이 떨어지지 않았어

 부모님의 이혼을 타인에게 밝힐 수 있게 된 것은 스물세 살쯤이었다. 

 다만 중학생 때부터 알고지낸 친구들에게는 부모님이 이혼하고 얼마 안 된 시점부터 그 사실을 말했다. 부모님의 이혼을 겪은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었기도 하고, 그들은 내 부끄러운 면도 기꺼이 보일 수 있는 친구들이었다. 


 그리고 스물한 살의 어느 날, 집 근처 술집에서 친구들과 술자리를 같이 하고 있었다. 코로나 상황이 좋아지며 대면수업을 시작한 대학생활에 바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이었다. 간만의 여유였기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의 청소년기부터 청년기를 함께 하고 있는 친구들이기에 서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를 하다 보니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그때 자리를 같이 하던 한 친구도 고등학생 때 부모님의 이혼을 겪은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왜 말하지 않았을까? 물론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고, 나 또한 내 힘든 상황을 남들에게 굳이 말하지 않는 편이니 그 친구가 우리에게 부모님의 이혼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것도 이해가 된다. 

 나의 경우를 말하자면, 요즘 젊은 세대야 이혼이 흠이 아니라지만. 일단 부모님의 이혼을 밝힌다는 것이 가정 내의 사적인 상황을 말하게 되는 것이라 더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성인이라고 해도 아직 어린 20대 초반, 남들과 약간은 다른 길을 걷게 되는 것이 배는 힘들게 느껴질 시기. 그 '다름'이 내게는 약점이 된 것 같았다.

 

 이제는 모두에게 나름의 상처가 있고, 세상엔 타인의 상처쯤은 못 본 척 넘어가줄 지성인이 많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가끔은 같은 흉터를 가진 사람끼리 서로의 마음을 보듬어주기도 한다는 것을. 대퇴골이 부러졌다가 다시 붙은 흔적이 있는 고대인류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다리가 부러진 인간이 자연에서 도태되지 않고 무덤에 묻힐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살아갈 수 있도록 도운 또다른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


 앞으로 우리 사회에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줄 따뜻한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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