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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경 Apr 19. 2024

피는 다르지만 암튼 가족입니다.

2015년 9월 28일 우리 집에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바로 ‘별이’라는 이름을 가진 강아지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별이를 데려갔을 때 사실 적지 않게 당황했다. 분명 아빠가 말하길 작은 강아지가 온다고 들었는데 웬걸 늠름한 강아지가 날 쳐다보고 있어서 반갑다는 마음보다는 그냥 무섭다는 마음만 들었다. 생각한 거보다 덩치가 크고 무섭게 생겨서 별이를 만질 엄두를 못 냈다.     


 별이는 두 번의 파양을 겪은 아이이다. 아빠의 지인분이 주위에 별이를 데려갈 사람을 찾다가 별이의 사정이 너무 딱하여 아무런 대책 없이 우리가 데려가기로 했다. 별이는 우리 집에 온 첫날부터 집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냄새를 맡고 빠른 속도로 적응해나갔다. 둘째 날부턴 내 방에서 함께 이불을 덮으며 잠을 자고 가족들이 나갔다가 들어오면 부리나케 달려와 반겨주었다. 세상에 이렇게 무조건적인 사랑이 있구나라는 것을 별이 덕분에 알게 된 순간이었다. 그리 대단한 걸 해준 것도 아님에도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고마울 뿐이다. 우리가 보여주는 세상이 별이의 세상이 되는 것이니만큼 항상 좋은 것, 맛있는 것만 보여주고 해주고 싶은 것이 가족의 마음인 것 같다.       


 아빠가 술 한 잔을 할 때면 가끔 하는 말이 있다. 그건 별이로 인해 나의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는 말인데 중학생 때의 난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일들로 인해 성격이 어두운 편이었다. 집에 오면 항상 방문을 닫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 안에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항상 방 안에만 있던 내가 별이가 온 후론 성격도 밝아지고 방이 아닌 거실에서 가족과 있는 시간들이 현저히 늘어났다. 이런 변화를 나도 실감할 정도로 별이는 나에게 큰 영향을 주는 존재이다.      


 어느덧 별이가 우리 집에 온 지 어언 9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3살이었던 별이는 어느새 희끗희끗 흰 털이 그득한 12살이 되었다. 개 나이로 12살은 사람으로 치면 대략 70대라고 한다. 내가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는 동안 별이는 나보다 더 빠른 속도로 나이를 먹어가고 있었다. 예전엔 1시간 동안 산책을 해도 거뜬하던 별이는 요새 걷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다. 걷다가 힘들면 멈추거나 안 가려고 힘으로 버티기도 하는데 별이의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체감하는 순간들이다. 또한 예전에는 자는 모습을 보는 게 힘들 정도로 활발했던 별이는 이젠 하루 종일 내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는 시간이 별이 생활의 전부가 되었다. 9년이란 시간 동안 함께 해왔기에 별이의 이러한 변화에 슬픈 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9년을 함께 살면서 큰 병 없이 잘 지내던 별이는 작년 12월 중순에 갑자기 쓰러졌다. 몸 상태가 평소 같지 않길래 혼자 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려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별이는 의식을 잃었다. 수술을 해도 깨어날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지만 별이를 살리는 게 우선이기에 별이를 입원시키고 집으로 돌아왔다. 별이가 없는 집은 너무나 적막하고, 조용함을 깨기 위해 틀어놓은 tv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매일매일 별이의 털을 정리하느라 진이 빠졌는데 어느 순간부턴 별이의 털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별이의 부재를 살갗으로 느낀 순간이었다. 참으로 다행히 별이는 7일간의 입원 끝에 퇴원을 하고 현재까지 잘 지내고 있다. 이 시간 동안 난 슬픔에 잠겨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할 수만 있다면 내 수명을 깎아서 별이에게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은 머릿속에서 떠나지가 않고, 별이에게 더 잘해주지 못한 것 같다는 후회에 빠지며 1주일을 보냈다.

 

 별이는 내 삶에 너무나 큰 영향을 주는 존재다. 별이를 바라보고만 있어도 힘이 나고, 함께 침대에 누워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행복함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을 것이다. 별이에게 바라는 건 그냥 건강하게만 살아줬으면 하는 것뿐이다. 우리 가족과 함께 하는 삶이 별이에게 행복함을 준다면 더 바랄 게 뭐가 있을까. 내 침대를 혼자 독차지해도, 나 말고 다른 사람을 더 반겨도, 내 물건과 이불에 털 범벅을 해도 괜찮으니 사는 동안 그저 행복만 느끼며 우리와 함께 살아가주면 너무나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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