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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상거래 혁명: 개발자 중심

AI 에이전트 시대, 결제와 상거래의 패러다임 전환

by 최재철

인간의 삶에서 '쇼핑'은 단순한 소비 행위를 넘어, 탐색과 발견의 즐거움, 그리고 구매를 통한 만족감을 제공하는 핵심적인 경험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는 원하는 제품을 찾기 위한 긴 시간의 탐색, 여러 채널(온,오프라인)을 오가며 비효율적인 비교, 결제 과정에서의 번거로움 등등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기술은 이러한 '전통적 쇼핑'의 비효율성을 해소하고, 소비자가 진정한 만족감을 느끼도록 오로지 탐색과 발견의 즐거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쇼핑 경험을 재정의하려 합니다.

이는 쇼핑을 '소비자 주도'에서 'AI 에이전트 주도'로 전환하는 새로운 상거래 시대, 곧 개발자 중심의 쇼핑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에는 글로벌 결제 산업의 양대 산맥인 비자(Visa)와 마스터카드(Mastercard)가 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AI를 활용하는 것을 넘어, AI 에이전트가 소비자를 대신하여 검색부터 구매까지 모든 과정을 안전하고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주도하는 AI 상거래 생태계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이들이 추구하는 기술적, 전략적 접근법을 비교하려고 합니다. 또한, 시장의 현황과 경쟁 환경을 조망하고, 궁극적으로 이 새로운 패러다임이 던지는 기술적, 윤리적, 법적 쟁점들을 다각도로 탐구하여, 에이전틱 커머스 시대의 복잡한 면모를 입체적으로 조명하고자 합니다.


제1부: 거대 결제 기업의 AI 상거래 청사진


1.1. 비자(Visa) - 개발자 중심의 신뢰 생태계 구축 전략

비자는 AI 에이전트가 소비자를 대신하여 안전하고 원활하게 거래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인 '비자 인텔리전트 커머스(Visa Intelligent Commerce)'를 공개했습니다. 이 플랫폼은 AI 에이전트에게 필요한 결제 기능(신원 확인, 지출 한도 설정, 거래 통제)을 통합할 수 있는 API와 도구들을 제공합니다. 비자가 이 플랫폼을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AI 에이전트가 소비자의 한도와 결제 조건을 명확하게 준수하면서도 이와 더불어 사기 및 분쟁으로부터 적절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전략의 핵심에는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odel Context Protocol, MCP)' 서버의 도입이 있습니다. MCP는 앤트로픽(Anthropic)이 개발한 개방형 표준 프로토콜로, AI 시스템이 외부의 도구, 데이터 소스 및 서비스와 안전하고 일관된 방식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비자는 이 MCP 서버를 통해 AI 에이전트가 복잡한 API 호출과 인증 과정을 직접 코딩하거나 관리할 필요 없이 비자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는 '이미 만들어진 통합 계층(ready-made integration layer)'을 제공합니다. 이는 개발자들이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프로토타입으로 구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몇 주에서 몇 시간으로 단축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비자가 자체적인 독점 기술이 아닌, 외부에서 개발된 개방형 표준 프로토콜인 MCP를 채택한 것은 단순히 기술적 편의를 넘어선 전략적 결정으로 해석됩니다. 이는 비자가 AI 커머스 시대의 '표준'을 선도하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개방형 프로토콜을 중심으로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비자는 더 많은 개발자와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비자는 AI 개발 생태계 전반의 혁신을 촉진하는 동시에, 먼저 선점하는 효과를 얻게 됩니다.

나아가, 비자는 MCP 기반으로 구축된 '비자 억셉턴스 에이전트 툴킷(Visa Acceptance Agent Toolkit)'을 시험 운영하며 AI 에이전트 기술의 대중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이 '노코드(no-code)' 툴킷을 사용하면 개발자는 물론, 비기술적인 비즈니스 사용자도 자연어 프롬프트를 통해 AI 에이전트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100만원을 홍길동에게 송금해 주세요"와 같은 간단한 명령만으로 AI 에이전트가 송장 API를 호출하고 안전한 결제 링크를 반환하는 워크플로를 자동화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노코드' 툴킷의 등장이 AI 결제 기술의 '개발자 우선' 전략과 모순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 둘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입니다. 비자는 노코드 툴킷으로 기술의 '접점'을 넓혀 AI 에이전트의 대중화를 추진하지만, 그 기반이 되는 MCP 서버와 API는 여전히 전문가의 영역으로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는 기술의 복잡성과 보안이 최우선시되는 결제 분야에서 전문가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비자의 인식을 반영합니다. 즉, 비자는 AI 혁신의 문턱을 낮추되, 핵심 인프라는 숙련된 전문가의 통제 하에 두는 이원화된 접근법을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자는 AI 에이전트의 거래를 위해 '토큰화된 디지털 자격 증명(tokenized digital credentials)'을 활용합니다. 이는 사용자의 실제 카드 정보를 고유한 디지털 식별자로 대체하여 보안을 강화하고 사기 위험을 줄이는 기술입니다. 이를 통해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동의를 얻어 구매를 진행하더라도, 민감한 금융 정보는 안전하게 보호됩니다.


1.2. 마스터카드: 파트너십을 통한 생태계 확장과 보안 강화

마스터카드는 '마스터카드 에이전트 페이(Mastercard Agent Pay)'를 통해 AI 상거래 시장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마스터카드의 핵심 전략은 외부의 유수 AI 플랫폼과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통해 자사의 결제 인프라를 확장하는 것입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하여 Microsoft Azure OpenAI 서비스 및 Copilot Studio를 자사의 서비스 플랫폼에 통합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AI 에이전트가 대화형 인터페이스 내에서 안전하게 구매를 완료할 수 있는 '대화형 상거래(conversational commerce)'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마스터카드 역시 보안과 신뢰를 최우선으로 내세우며, '에이전틱 토큰(Agentic Tokens)'이라는 독자적인 기술을 도입했습니다. 이는 비자와 마찬가지로 토큰화를 활용하지만, AI 에이전트 각각에 고유하고 추적 가능한 토큰을 부여함으로써 사기 행위를 더욱 효과적으로 탐지하고 제어합니다. 그 핵심은 Agentic 토큰입니다. Agentic 토큰은 AI가 하는 모든 결제 요청을 사전 정의된 규칙과 권한으로 추적할 수 있도록 설계된 차세대 자격 증명입니다. 서비스가 점점 발전함에 따라 판매자는 검증된 사용자로부터 합법적인 거래를 받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사용자는 담당자가 어디에서, 어떻게, 어떤 조건에서 활동하는지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분쟁이나 오류가 발생할 경우, 주문, 구매, 배송 내역 전체가 안전하게 기록됩니다. (아직 이 기술은 초기 단계에 있습니다.)


마스터카드는 IBM의 watsonx Orchestrate 와 같은 B2B 자동화 플랫폼과의 협력을 통해 AI 결제 서비스의 영역을 기업 간 구매 및 공급망 관리로 확장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 중심의 쇼핑을 넘어, 기업의 재고 관리나 송장 처리와 같은 복잡한 B2B 워크플로를 자동화함으로써 새로운 시장 기회를 모색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마스터카드의 접근 방식은 자사의 핵심 역량인 결제 인프라와 토큰화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고, AI 기술의 최전선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파트너에 위임하는 모듈형(modular) 전략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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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SK(주)C&C R&D AI개발부서 파트장, BC카드, 하나카드, 롯데카드를 거쳐 20여년차 IT개발자입니다. 그간의 경험을 쉽게 공유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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