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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곰님 Nov 21. 2024

책을 읽게 된 이상한 이유

심혜경 작가의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라는 책을 다시 읽고 있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 1년 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고, 최근에 다시 한번 더 읽고 싶다는 생각에 구입해서 읽었다. 이 책은 억지로 하는 공부가 아닌, 하고 싶은 것을 시작하고 언제든 그만둘 수 있는 나이가 된 심혜경 작가의 배움의 흔적들과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에 관한 내용이다.


'어비블리오포비아(abibiliophobia)라는 단어는 이 책에서 처음 접하게 되었다. 'a+bibio+phobia의 합성어'로 '읽을거리가 줄어들다 못해 떨어지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공포증'을 의미하는 신조어라고 한다.  작가는 외출을 할 때 세 권 이상의 책을 준비한다고 한다고 적혀 있는데,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주말에 가끔 남편이 아이들과 집을 나서면 나에게는 뜻밖의 여유시간이 생긴다. 집에 있으면 집안일들이 눈에 밟혀서 한 시간이라도 근처 카페로 가서 시간을 보낸다. 딸아이가 유치원 때 만든 캔버스 가방에 책 세 권, 다이어리, 그리고 이어폰을 챙겨서. 책을 여러 권 한꺼번에 읽는 습관이 있기도 하고 카페에 한 권의 책을 가져가면 집에 두고 온 책이 읽고 싶을 것 같은 생각 때문에 꼭 세 권을 챙긴다. 두 권도 모자라다는 생각이다. 정작 카페에 가면 나머지 두 권은 펴보지도 않은 채 한 권만 읽다가 집으로 돌아오기 일쑤지만. 팔은 힘들지만 나의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 나는 나의 몸을 고생시킨다. 


두 아이들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고 나의 자유시간이 늘면서 나는 책 읽는 시간이 많아졌다. 특히 책을 읽는 엄마에게는 말을 걸면 안 된다는 느낌을 받은 것일까? 아이들은 설거지를 하거나 화장실 청소를 하는 나에게는 서슴없이 와서 요구사항을 말했지만 책을 보는 나에게는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나는 더 자주 책을 들고 앉았다. 솔직히 말하면 쉬고 싶을 때 나는 책을 들고 있었다. 책을 들고 있으면 책을 읽는지, 읽지 않는지는 자신만이 안다. 처음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 위해 책을 손에 들었고 시간이 지나면서는 정말 책을 읽었다. 이제는 책가방에 부담 없는 크기의 책이 항상 들어 있어서 버스를 기다리거나 회의시작 전 등 잠깐의 시간이 생기면 책을 꺼내 읽는다. 


사람마다 책을 읽는 방법이 다른데 나는 한꺼번에 여러 권의 책을 본다. 작은 방에 한 권, 소파 위에 한 권, 식탁 위에 한 권 이렇게 책을 흩뿌려두고, 내 몸이 있는 곳의 책을 읽는다. 그러니 도서관이라도 갔다 온 날에는 기존에 읽던 책과 대출 한 책 5권이 더해서 집 안 곳곳에 책이 놓이게 된다. 물론 그 많은 책을 다 읽지는 않는다. 끝까지 읽는 책도 있고 첫 부분만 읽다가 그만두는 책도 있다. 그래도 나는 텔레비전을 보거나 스마트폰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책을 보는 게 더 좋다.


다시 생각해 보니 나는 어비블리오포비아(abibiliophobia)는 아닌 것 같다. 읽을거리가 떨어지지 않을까 두려워할 정도의 공포는 없다. 다만 책이 없으면 좀 불안하다.  '가랑비에 옷 젖듯' 나도 모르게 책과 너무 가까워졌나 보다. 책을 읽기 시작한 동기는 (아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을 좀 벌어보고자였지만, 이제는 내 삶에서 책이 소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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