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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곰님 Dec 25. 2024

크리스마스 아침

카페에 혼자

2024년 크리스마스 아침 10시다. 나의 생일이기도 하다. 생일 전날 엄마가 가져다 주신 미역국, 잡채, 모둠전, 시금치무침을 아침상에 올리니 금세 잔치상이 되었다. 연말에 바쁘다 보니 냉장고가 텅 비어도 채우지 못해 먹는 일에 소홀했는데 엄마의 정성으로 든든해졌다. 죄송스럽게도 난 올해 엄마의 생일에 바쁘다는 핑계로 돈 봉투만 드렸다. 내년부터는 부족한 음식 솜씨지만 음식을 해드리기도 다시 결심했다. 이 마음 변하지 않기 위해 내년도 다이어리에 메뉴까지 꼼꼼히 적어놔야겠다.


아이들은 영화를 한편 보라고 하고 남편에게는 밀린 집안일을 부탁하고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이기 전에 내 생일이니 오전 시간을 나를 위해 사용하기로 한다.


요즘 열심히 읽고 있는 '트렌드코리아 2025' 한 권과 다이어리, 그리고 내년에 사용할 가계부를 챙겨 나왔다.


크리스마스 아침 10시의 카페는 여유롭다. 노년의 부부가 많이 보인다. 그리고 혼자 와서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몇 명 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초등학생 아이들 둘을 둔 가족이 들어온다. 그들이 주문한 달달한 딸기음료 향이 나에게까지 온다. 그들은 아침에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이야기를 한다.


지금 집에서 '움직이는 하울의 성'을 보고 있을 아이들이 생각난다. 미리 원하는 선물을 주었기에 오늘은 기대 없는 심심한 크리스마스인가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평소 이벤트를 싫어하고, 기념일에도 필요한 물건만 주고받는 성격인 나는 크리스마스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런데 기대와 설렘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내년에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미리 주지 말고  기다림이라는 것도 같이 줘야겠다.


'발로 좀 차지마. 기분 좋게 먹으려고 나왔는데 또 싸우냐'는 옆 테이블의 말이 들린다. 남의 일이 아니다. 나도 아이들을 데려왔다면 충분히 했을 말들이다. 결국 남자아이는 핸드폰을 꺼내 게임을 시작한다.  가족들은 카페에 들어온 지 30분 만에 나간다.


나도 점심을 먹고, 아이들과 카페에 가려고 했는데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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