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사용 설명서

<사랑은 길고양이 같아서> 7화

by 양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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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에 서툴고, 흔들리며, 길을 잃는다.

만약 사랑에도 사용 설명서가 있다면,

그것은 어떤 모습일까?

문학과 영화 속 사랑의 장면들을 떠올리며,

그 설명서를 상상해 본다.



사랑의 시작: 준비되지 않은 순간의 마법

사랑은 늘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누군가는 그것을 운명이라 부르고, 또 누군가는 우연이라 부른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두 주인공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서로에게 빠져든다. 하지만 그 사랑은 개인의 감정보다 더 큰 세상의 벽에 부딪히며 비극으로 끝난다. 이처럼 사랑은 마법처럼 시작되지만, 그 안에 머물기 위해선 단순한 감정 이상이 필요하다.


영화 <어바웃 타임>의 주인공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는 결국 깨닫는다. 사랑은 완벽한 타이밍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진심을 담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마음을 열고, 상대방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비로소 사랑은 시작된다.


사랑을 주는 법: 말보다 마음으로

사랑을 전하는 방식에는 정해진 규칙이 없다. 어떤 이는 다정한 말로, 어떤 이는 사소한 행동이나 작은 선물로 사랑을 표현한다. 중요한 것은 그 속에 ‘진심’이 담겨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탈리아 소설 알리체 우르치우올로(Alice Urciuolo)의 『어떤 사랑(Adorazione)』에서는 사랑이 꼭 표현되어야만 전해지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조용히 곁을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을 위한 진심이 전해진다. 거창하거나 특별하지 않아도 된다. 진심은 언제나 조용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전해진다.


사랑을 받는 법: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하는 것

우리는 사랑을 주는 것만큼이나, 받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내가 그 사랑을 받아도 되는 사람’이라는 믿음에서 시작된다. 다시 말해,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이 진짜 사랑을 온전히 받을 수 있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 속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기억을 지우고 다시 사랑을 시작한다. 반복되는 이별과 재회 속에서도, 그들은 점차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법을 배워간다.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두려움을 내려놓고, 진심으로 마음을 여는 일이다.


사랑을 유지하는 법: 하루하루를 사랑하기

사랑은 시작보다 ‘유지’가 더 어렵다. 설렘은 언젠가 사라지고, 일상은 사랑을 시험에 들게 만든다. 하지만 사랑을 오래 지속시키는 비결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저 나날을 함께 살아내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감사를 잊지 않는 것이다.


영화 <어바웃 타임>의 팀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으로 사랑을 지키려 한다. 하지만 결국 그가 배우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가장 소중하다는 것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어도, 그 순간을 아끼는 마음은 우리에게 있다.


사랑의 끝: 이별이 아닌 또 다른 사랑의 형태

사랑의 끝은 언제나 아프다. 하지만 모든 끝이 이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랑은 형태를 바꾸어 계속되며, 어떤 사랑은 끝난 이후에도 우리 안에 남는다.


영화 <노트북(The Notebook)>에서 노아와 앨리는 죽는 순간까지 서로의 곁을 지킨다. 그들의 사랑은 육체의 삶이 끝난 후에도 이어지는 듯하다. 사랑이란, 결국 시간을 초월해 남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사랑은 우리가 직접 써 내려가는 이야기

사랑의 사용 설명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매번 사랑에 서툴고, 때로는 실패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우리는 조금씩 사랑을 배우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써 내려간다.


누군가의 설명서를 그대로 따라갈 수는 없지만, 문학과 영화 속 이야기들이 우리의 작은 이정표가 되어줄 수 있다. 결국 사랑은, 우리 각자가 직접 써 내려가는 단 한 권의 이야기다.

우리는 사랑에 서툴고, 흔들리며, 길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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