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길고양이 같아서> 45화
사랑은 고양이 같아요.
가까이 가면 멀어지고,
등을 돌리면 슬며시 다가오는.
마음을 다 줘도, 끝내 품에 안을 수 없는 존재.
그런데도 자꾸만 그 길목을 서성이게 되는 그런 사랑.
요즘도 그 길고양이를 만나고 있나요?
내가 떠난 뒤에도 여전히 그 골목 모퉁이를 맴돌고 있을까요? 문득문득 그 고양이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우리가 나눴던 사랑이 그와 똑 닮았다는 생각을 해요. 우연히 마주쳤고, 처음에는 서로를 경계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천천히 다가갔고,
익숙해졌지만… 결국 완전히 품에 안을 수 없었던, 그런 사랑.
우리가 함께 살던 동네에는 작은 카페가 하나 있었죠. 햇살이 잘 드는 창가 자리와 수제 디저트를 팔던 그 조용한 공간. 그 카페 앞에는 늘 한 마리의 고양이가 있었어요. 갈색과 회색이 섞인 털, 경계심 많으면서도 어딘가 외로워 보이던 눈. 우리가 자리를 잡으면, 그 고양이는 가까운 거리에서 우리를 지켜보곤 했죠.
당신은 볼 때마다 조용히 간식을 꺼내 고양이에게 건넸고, 고양이는 망설이다가 그것을 받아먹었어요.
그러나 우리가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면, 금세 뒤돌아 골목 저편으로 사라져 버리곤 했죠. 그런 모습이, 당신과 나의 모습 같다고 느껴졌어요. 마음은 있지만 다가가는 게 두려웠던 우리, 가까워질수록 더 많이 망설이던 그 감정들.
사랑은 길고양이 같아요.
부르면 도망가고, 모른 척하면 다가오고. 장 그르니에의 『섬』에 이런 문장이 있었죠.
“고양이는 언제나 우리 곁을 맴돌지만, 결코 우리의 것이 되지는 않는다.”
당신과 나, 같은 공간에 있었고,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계절을 건넜지만, 서로의 마음 깊은 곳까지는 닿지 못했어요. 어쩌면 우리는, ‘함께’라는 말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했는지도 몰라요. 그저 곁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을 텐데.
어느 날, 그 고양이가 우리 곁에 조금 더 오래 머물던 날이 있었죠.
당신이 카페에서 나오는 길에 고양이가 조용히 당신의 발치에 앉았던 날. 꼬리를 감싸안고, 잠시 눈을 감았던 그 순간. 그 장면이 너무도 평화롭고 따뜻해서, 나는 괜히 숨을 죽이며 그 풍경을 지켜봤어요. 마치 우리의 관계도 그때쯤이 가장 온기 가득했죠. 서로가 익숙해졌고, 말하지 않아도 무언가를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그 시기.
하지만 그 평온은 오래가지 않았어요.
고양이는 다시 골목 끝으로 사라졌고, 우리의 사랑도 그렇게 어느새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버렸죠. 붙잡으려 애썼지만, 사랑은 애쓴다고 되는 게 아니었어요. 오히려 애쓸수록 더 깊은 고독이 남았을 뿐이었죠.
도스토옙스키의 『백치(The Idiot)』에는 이런 문장이 있어요.
“사랑은 사람을 행복하게도 하지만, 때로는 그보다 더 깊은 고통을 안겨준다.”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아요. 사랑이 꼭 끝까지 이어져야 의미 있는 건 아니겠죠. 길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처럼,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딘가에서 다시 마주칠 거라 믿고 그 자리를 지키는 감정. 우리는 서로를 그렇게 사랑했던 것 같아요. 기다리면서도, 끝내 다가서지 못한 두 마리의 길고양이처럼.
이제는 나도 사랑을 길들이려 하지 않으려 해요.
사랑이 꼭 소유의 형태일 필요는 없다는걸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어쩌면 사랑은, 짧게 스쳐 지나간 찬란한 햇빛 같은 것일지도 모르죠. 우리는 서로의 삶에 잠시 머물렀고, 그 시간이 아름다웠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그 고양이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누군가의 품에 안겨 있을까요, 아니면 여전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나는 그 길을 지날 때마다 당신과 그 고양이를 함께 떠올릴 거예요. 바람이 불고, 낙엽이 흔들릴 때면 당신의 숨결처럼 그 고양이의 발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만약, 정말 만약에 길 위에서 다시 마주치게 된다면 이번에는 서둘러 다가가지 않을게요.
그저 조용히, 그 자리에 서서 당신을 바라볼게요. 그리고 당신도 나를 바라봐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어디선가 이 편지를 읽고 있을 당신에게,
오늘도, 조용한 그리움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