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우주에서 온 낯선 신호

<사랑은 길고양이 같아서> 1화

by 양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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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신호.

이해할 수 없어도, 그 신호에 귀를 기울인다.

언젠가 도달할 그 사랑은

우주의 언어로 우리를 부른다.



어느 날 밤,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란 건 우주에서 날아온 낯선 신호 같은 것이 아닐까?’ 아무런 예고 없이 다가오고,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삶을 바꿔놓는 그것. 마치 외계에서 보내온 전파를 연구하는 천문학자들처럼, 우리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분석하고 해석하며, 그 의미를 찾으려 애쓴다.


1977년,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천문학자 제리 에흐만(Jerry R. Ehman)은 전파망원경을 통해 강력한 신호를 포착했다. 너무도 선명하고 규칙적이어서 그는 여백에 ‘Wow!’라고 썼고, 그 신호는 그렇게 ‘Wow! Signal’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그 신호는 단 한 번만 감지되었고, 다시는 재현되지 않았다. 사랑도 이와 닮았다. 예기치 못한 순간 강렬하게 다가와 우리를 놀라게 하고,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감정이 되기도 한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외계 신호를 감지하는 그 짜릿한 순간과도 같다. 예상치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찾아오고, 모든 감각을 집중하게 만든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에서 조엘이 클레멘타인을 처음 만났던 순간처럼, 우리는 사랑이 어떤 신호로 다가왔는지조차 모른 채 그 안으로 빠져든다.


한때 나는 사랑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던 시기를 지나왔다. 신경학자들은 사랑이 도파민, 옥시토신,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이라고 말한다. 뇌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 그것이 사랑이라면 왜 우리는 특정한 사람에게만 끌리고, 왜 이별 뒤에도 오래도록 그 감정을 기억하는 걸까? 사랑은 단순한 생물학이 아니라, 마치 칼 세이건이 말한 ‘코스모스’처럼 미지의 영역으로 가득한 감정이다.


때로 사랑의 신호는 수신되지 못한 채 허공으로 흩어진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처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신호를 받아들이며 방황하는 이들도 있다. 우리가 보내는 감정이 반드시 상대에게 닿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닿지 않았다고 해서, 그 신호가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랑은 한 사람의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는다. 김훈의 『공터에서』에서, 주인공은 지나간 사랑의 흔적을 따라 공허한 시간을 헤매고,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는 과거의 사랑이 한 사람의 삶에 남긴 결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마치 밤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떠난 사랑도 여전히 빛을 남긴다.


나는 다시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저 멀리 어딘가에서 또 다른 ‘Wow! Signal’이 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 저마다 사랑이라는 신호를 기다리며 살아간다. 그 신호는 때로 너무 희미해서 잡히지 않기도 하고, 너무 강렬해서 감당할 수 없을 때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랑이라는 신호는 한 번만으로도 우리를 바꾼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우주에서 온 것이든, 혹은 우리 마음 깊은 곳에서 발신된 것이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