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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추 Dec 18. 2024

왜 땅콩이는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았어요?

반려동물 친화성

  저희 가정은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5세 수캐 땅콩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왜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느냐고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땅콩이의 중성화 수술에 대해 아내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때로는 얼굴을 붉히며 다투기도 했습니다. 땅콩이처럼 예민한 개에게는 중성화 수술이 도움이 된다는 훈련사의 조언도 들었지만, 그럼에도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건강 염려(호르몬・체중 변화 등)와 동물의 자기 결정권 때문이었습니다.


  중성화는 수의학 용어로 'de-sexing'이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성별을 제거한다는 뜻입니다. 누군가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사람의 생식기 일부를 제거한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끔찍한 일입니다.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수술일 수 있지만, 반드시 필요한 수술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MBTI의 'NF'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상상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중성화 수술 자체가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의 척도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됩니다!  


  그럼에도 가끔씩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반려동물 가정을 만나면 왠지 모르게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아 겪는 어려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묻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왜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으셨어요?
저희 집 개는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집안 이곳저곳에 마킹을 하는 것 때문에 힘들어요.
마킹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으시나요?"


요즘에는 '애완동물'이라는 용어의 오락적 요소를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완(玩)의 한자어가 '장난하다'를 뜻하기 때문입니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걸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개와 고양이, 반려동물에게 오락적 요소를 기대하는 문화가 일반적입니다. 개의 귀나 꼬리를 자르는 미용도 그렇고, 우스꽝스러운 디자인의 반려동물 용품도 그렇습니다. 동물의 생태적 조건과 습성을 무시하고 인간의 오락거리로 만드는 제품들은 사라져야 합니다. 보다 동물의 신체 구조와 습성에 맞는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을 주는 브랜드가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Unsplash의 Joe Cai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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