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과 선거제도
12월 14일 오후 5시에 열린 국회 본회의장 영상을 지켜봤습니다.
국회의장:
투표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대통령 윤석열 탄핵 소추안은 총 투표수 300표 중, 가 204표, 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서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여당 국회의원들의 유보적 태도에 마음을 졸이던 시민들은 투표 결과에 환호했습니다. 그동안 집회 때마다 대통령 탄핵을 외쳤던 시민들은 그제야 안도했습니다. 민의를 대변하지 않고 투표 자체를 보이콧하며 집단 퇴장한 국회의원들 때문이었습니다. 불과 8개월 전에 치러진 총선 유세장에서 '국민의 일꾼'이 되겠다던 정치인들의 호소는 순간의 진심이 섞여 있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더는 그런 말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만든 건, 정치인들이 스스로 초래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12월 10~12일에 보수적인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에서 조사했던 결과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성이 75%, 반대 21%, 모름/응답거절이 4%였습니다. 탄핵에 찬성하는 비율은 서울에서 81%, PK에서 66%, TK에서도 62%였습니다. 하지만 14일 국회 본회의 투표 결과는 찬성 68%, 반대 28.3%, 기권/무효 3.7%였습니다. 국민 75%가 탄핵에 찬성했지만, 국회의원은 68%만 탄핵에 찬성했기 때문에 7%p의 차이가 있습니다. 실제 탄핵 찬성에 투표한 여당 국회의원 수는 처참한 수준입니다.
국회의원들이 모여서 결정한 일이 국민의 뜻과 일치하지 않다면,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에 구조적 결함과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선거제가 기능적으로 민의를 대변하지 못하다는 사실이 명백한 이상, 수정이 필요합니다. 22대 국회의원은 253개 지역구 의원과 47명의 비례의원으로 나뉩니다. 지역구 의원제의 존재 목적이 지역민의 민심을 반영하라는 취지인데,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TK 지역민 62%의 뜻도 반영하지 못한 지역구 의원제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적으로는 지역구 의원이 지역민의 뜻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비례의원 의석수를 늘리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일 것입니다. 국익보다 정당의 이익을 우선으로 한 국회의원들의 잘못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시스템의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차적 목표가 대통령 탄핵이라고 하지만, 국민의 뜻을 반영할 수 있는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개혁하는 것도 중요한 과업임이 틀림없습니다.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까지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특정 정당을 해체하는 것보다 민주적인 방식은 선거 제도를 개혁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영웅 서사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닌 이상, 개인의 양심에 호소하여 당파적 이익과 당론을 거스를 것을 요구하는 지금의 구조는 결국 개인에게 짐을 전가합니다. 그러한 메커니즘이 또 다른 윤석열을 만들게 될까 봐 걱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