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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추 8시간전

쿵, 쿵, 쿵, 쿵. 고단한 밤

술집 화장실에서 만난 아버지

  엊그제, 술집 화장실에서 마주친 중년 남자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소변기 앞에 서 있던 그는, 깊은 한숨과 함께 머리를 연신 벽에 박았습니다. 쿵, 쿵, 쿵, 쿵. 둔탁한 소리가 화장실 벽을 타고 메아리칠 때마다 그의 괴로움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습니다. 술에서 깨기 위함이었을까요, 아니면 괴로워서였을까요.


  하지만 저는 알았습니다, 그 소리에는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것을. 반쯤 감긴 그의 눈꺼풀은 무척이나 피곤해 보였고, 충혈된 눈동자가 그 사이로 조금 보였습니다. 그의 벌게진 얼굴에는 주름이 깊게 패여 있었고, 한숨 섞인 숨소리에는 자조가 묻어났습니다.


  문득 20년 전 우리 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늦은 밤, 거나하게 취해 오시던 아버지도 이런 표정을 지으셨겠지요. 당신의 어깨를 누르던 무거운 책임감과 외로움을 혼자 삼키시며…. 그날 밤 화장실을 나오며, 저는 그저 그 중년 남자의 어깨가 조금은 가벼워지기를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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