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업과정 일기
αὐτοῦ γάρ ἐσμεν ποίημα
그러므로 우리는 그의 작품입니다.
어린 시절, LG에서 엑스캔버스(XCanvas)라는 이름으로 TV가 출시된 적이 있습니다. 2010년까지 사용된 TV 브랜드이지만, 15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을 정도로 좋은 이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제 기억 속에 엑스캔버스는 웅장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삼성 PAVV도 그에 못잖게 좋은 TV 브랜드였지만, 제 기억 속에 엑스캔버스 TV는 명품의 상징으로 남아 있습니다.
저희 가정에서 사용하는 제품들은 자주 소비되고 버려지는 게 많습니다. 쉽게 닳아 해지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1만 원에 구입했던 티셔츠는 1년도 되지 않아 목이 늘어나서 못 입습니다. 그러나 10년이 지나도 버리지 않고 입는 브랜드 티셔츠도 있습니다—사실 직접 구매한 옷은 아니고, 대학시절 룸메이트의 옷인데 어쩌다 보니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크크크—. 그런 제품일수록 좀 더 비싸기도 하지만 오래도록 따져보고 살펴보다가 구매할 때가 많습니다.
반려동물 쿠션이나 방석도 금방 버려지는 소모품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반려인의 체취가 쌓인 쿠션과 방석은 반려동물에게 자연스럽고 편안함을 주는 애착 물건이기도 합니다. 반려인의 체취를 알아차리는 후각기능을 통해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반려인의 체취를 통해 반려동물의 불안도가 낮아진다는 알렉산드라 호로비츠(Alexandra Horowitz)의 연구는 놀랍기도 합니다. 그녀는 지저분하고 더럽다는 이유로 반려동물을 목욕시키고, 물건을 세탁하는 행동이 인간중심적인 행동이라고 합니다. 화학제품으로 반려동물의 후각을 공격하는 것과 같다고도 합니다.
쉽게 소비되고 버려지는 반려동물 제품의 고정관념을 바꿀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보다 반려동물 제품에 반려인의 애정과 관심이 투영되는 제품이 더욱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기능성과 편의성이 아니라, 반려동물의 습성과 지속성이 우선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런 소비운동, 생활운동이 일어나면 좋겠다는 꿈이 있습니다.
그리스어 포이에마(ποίημα; poiema)는 작품으로 번역되는데, 이 단어는 시(poem)의 어원이 되는 말이기도 합니다. 반려동물 제품이 아니라, 반려동물이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창업자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