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을 좋아한다. 기본적으로는 소설을 즐기지만, 가끔은 자기 계발서도 읽는다. 자기 계발서 중에서는 '부자 되는 법'에 대한 얘기를 하는 책들이 많다. 여러 책들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메시지가 있는데, 그중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다음과 같다.
"부자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부자가 될 수 없다."
"돈을 좋아해야 부자가 될 수 있다."
처음에는 얼핏 추상적이고 당연하게 들릴 수 있지만, 사실은 그 어떤 것 보다도 핵심적인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결국, 매일매일의 '돈'에 대한 평소 마음가짐과 태도가 내 마음에 자리 잡고, 그것이 나의 태도를 만들고, 이어서 내 부의 형태와 정도를 결정해 나가게 된다는 말이다. 부는 어느 정도 '수치'를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눈에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잘한다 못한다'가 수치로 드러나기 힘든 분야에 있다. 예술에서는 실력을 수치로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종종 결과에 대한 책임을 외부 환경에 돌리게 된다. '레슨이 부족하다', '연습실 환경이 나쁘다'와 같은 생각이 쉽게 떠오른다. 아니면 모든 책임을 '재능'에 돌려버리는 것도 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아마 내가 책을 읽고 이런 생각들을 점검하지 않았다면, 그 책임이 나에게도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을을지도 모른다. 예체능에서는 아쉽게도 자기 계발서에서 자주 듣는 이런 메시지를 접할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 내가 꼭 이야기하고 싶은 점은, '지금의 결과는 결국 나 때문이다'라는 것이다. 물론 재능의 영역과 주변환경의 영향이 내 결과와 무관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길을 걸어온 '나의 걸음걸이' 역시, 지금 나의 위치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외부 요인도 중요하지만, 내 선택과 태도가 내 결과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우리는 걸을 때 딱히 발의 모양이나 각도 등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저 걸을 뿐이다. 하지만 각자의 걸음걸이는 꽤나 다양하다. 어릴 때부터 형성된 자세와 습관이 있고, 그것이 몸에 자연스레 체득된 것이다. 그래서 무섭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하다. 무서운 점은 단기간에 고치기 어렵다는 것이지만, 다행인 점은 여전히 그것을 변화시킬 수 있고 훈련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제 본론에 들어가 보자. 이렇게 '걸음걸이'처럼 우리의 의식적인 사고 아래에서 끊임없이 작동하며, 우리의 행동과 삶에 영향을 주는 것이 있다. 바로 '잠재의식'이다. 잠재의식은 자동적으로 반응하고 작동한다. 예를 들어, 연주자가 '관객 앞에서는 실수한다'는 경험을 반복하면, 무대에 서기만 해도 그 기억이 활성화되어 자동적으로 긴장하게 된다. 이때, 의식적으로 '괜찮아.'라고 생각해도 이미 잠재의식 회로가 반응하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반복된 경험이 우리 안에 믿음을 형성하고, 우리는 그 필터를 바탕으로 세상을 쳐다보게 된다. 그동안 이야기 해왔던 '비교하는 습관', '잘못된 자의식을 키웠던 습관' 등에서도 이런 메커니즘을 언급한 적이 있다. 잠재의식은 그 모든 내용들을 포괄하는 기초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더, 잠재의식을 관리하는 것을 내 책임으로 받아들이고,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따로 풀어보고 싶었다.
연주자에게 있어 잠재의식이 현실을 만든다는 개념을 신경과학적으로 설명할 때, 'RAS'라는 핵심 개념이 있다. 말이 좀 어렵지만, 뇌간에 있는 망상체의 일부로, Reticular Activating System라고 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자극 중에서, 뇌가 '어떤 것에 집중할지'를 결정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하루에도 수백만 개의 정보가 뇌로 들어오지만, 우리 뇌는 한 번에 극히 일부만 인식할 수 있다고 한다. 이때 RAS는 '중요하다고 판단한 정보'를 필터링하게 된다. 예를 들어, 내가 빨간색 치마를 사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길을 지나며 빨간 치마를 입은 사람만 쳐다보게 되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매일매일 연습할 때마다 '미스터치'에 대해 지나치게 인식하면, RAS는 무대에서 '실수할 만한 요소'에 과도하게 주의를 집중시킨다. 반대로 연습할 때마다 '호흡'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보면, RAS가 내 편안한 신체반응을 우선적으로 인식하게 되고, 이는 무대 위 안정감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우선 자신의 RAS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자각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내가 내 삶에 어떤 잠재의식을 갖고, 어떤 명령을 내리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그것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 실천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이어갈 계획이지만, 일단 내가 현실에서 반복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걸 관찰하고 기록해 보면 좋겠다.
단순히 일회적으로 "내가 뭘 주목하고 있지?"라고 묻는 것으론 부족하다. 실제로 뇌의 정보 선택 패턴을 들여다보기 위해서, 매일의 일상, 연습실, 무대에서 자주 감지되는 정보 유형을 기록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늘 16분 음표 미스터치가 짜증 났다.', '팔의 릴랙스가 부족했다.' 하는 내용이 많다면, RAS가 부정적 정보를 우선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잠재의식은 단순한 마음이 아니라, RAS라는 현실적인 필터를 갖고 우리 몸을 조종하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관리할 수 있다면, 연주자의 무대 경험과 연습에서도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게다가 예술가는 누구보다 감각에 민감하고 섬세한 사람들이다. 외부 자극이나 내면의 움직임에 더 쉽게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로 인해 잠재의식에 휘둘릴 가능성이 더 크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동일한 자극에도 감정과 관련된 편도체가 더 강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그래서 평범한 기억보다도 감정적으로 중요한 사건은, 이 편도체를 거쳐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로 가기 때문에, 더욱 강하게 기억에 남게 된다고 한다. 즉, 예술가는 '강한 감정-기억 연결'을 만들어내게 되는 시스템을 갖게 되며, 잠재의식에 저장되는 정보의 양과 정서적 강도도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예술가가 감정적으로 민감하다는 것은, 더 많이 흔들리고, 더 많이 상처받는다는 뜻이다. 그와 동시에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더 깊이 표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기도 하다. 나는 그 가능성의 뿌리가 잠재의식이라고 생각한다. 이 잠재의식은 표현력을 두 배로 키워주는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방치하면 그만큼 두 배로 무대를 흔드는 불안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잠재의식과 긴밀하게 연결된 감정적 민감성은 무기로 느껴지기도 하고, 축복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건 단순히 '민감해서 불리하다'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는 그저 그 예민성과 연결된 상태로 살아가야 할 숙명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스스로의 토양을 계속 조율하고 관리해야 하는 것 역시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잠재의식이 두 배의 힘을 가지고 있다면, 두 배의 책임감을 가지고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연주자들은 테크닉 훈련, 곡 해석 등에는 엄청나게 신경을 쓰지만, 정작 무대를 결정짓는 '내면 시스템 점검'은 잘하지 않는 것 같다. 잘못 작동한다면, 정작 그 노력이 통하지 않게 만드는 시스템인데 말이다.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연습했지만, 긴장해서 망쳐버린 무대. 속상함에 '왜 그랬을까?'에 대한 답을 찾게 된다.
'연주회장이 나랑 안 맞아서일까?'
'피아노 건반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일까?'
'내가 더 비싼 수업을 못 들어서일까?'
나는, "내가 반복적으로 생각하고 믿은 것의 집합이다."라는 결론을 내려보고 싶다. 이 잠재의식을 훈련하고 재설계할 수 있다면, 미래의 연주가 달라진다. 다음 글들에서는, 잠재의식이 연주자에게 작용하는 방식을 조금 더 살펴보고, 이어서 잠재의식을 잘 관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