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믿고 나아가는 힘: 예술가의 자기 효능감

이전 글에서는 자기 확신을 강화하기 위한 언어적 습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무대에서 실수를 경험한 후, 누군가는 스스로를 주저앉히는 말을 반복하지만, 누군가는 실패를 성찰의 연료로 바꾸며 다음 무대를 준비한다. 말과 마찬가지로, 자신에 대한 믿음 또한 훈련경험을 통해 조금씩 다져지는 것 같다.

'내가 다음 무대는 더 잘 해낼 수 있을 거야'라는 자신에 대한 기대.

실수에도 불구하고 감정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실수를 분석하고, 그럼에도 해낼 수 있다는 감각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믿음을 우리는 '자기 효능감'이라는 단어로 더 잘 이해해 볼 수 있다.


자기 효능감이 높은 사람은 어떤 과정을 시도해 보는 데 주저함이 없다. 학생 때는, '첫 곡, 첫 무대는 반드시 망한다.'라는 식의 이상한 위안이 돌곤 했다. 하지만 프로 피아니스트들은 세계에서 초연되는 곡일지라도 능숙하고 멋지게 연주해 내는 걸..? 아마 이는 단지 뛰어난 기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성공 경험을 통해 쌓아 올린 자기 효능감이, 낯선 악보에서도 주도권과 안정감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곡, 새로운 해석, 무대에서의 수많은 변수들은 단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즐거운 탐색의 영역이 될 수도 있다. 낯선 과제나 도전적인 상황을 위협이 아니라 학습의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이걸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 때, 굳이 "그렇다."라고 애써 대답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대신, "조금 실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수가 내 능력을 전부 규정하지는 않는다."라고 마음을 먼저 안정시킬 수는 있다. 원래 음악 같은 시간예술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의 연속'인걸 어쩌겠는가. 조금 더 가볍게 받아들여보고, 시도 자체의 가치를 조금 더 신뢰해 보자.


훈련으로 쌓아가는 자기 효능감은, 단지 '난 잘할 수 있어'라는 낙관적인 생각을 뛰어넘는다. 특히 우리에게 무대 불안은 단순한 감정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점이 더욱 중요하다. 무대에서의 불안은 신체 움직임과 기억 능력, 쌓여온 뇌의 자동화 프로그램과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한 번 무대에서 실수했던 부분이나 테크닉적으로 불안했던 구간이 있다면, 같은 곡을 다시 무대에 올릴 때 또다시 걱정이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항상 이 부분에서 실수했어."라는 생각에 빠져버리면, 그 자체로 부정적 자기 암시가 되어 더욱 심장 박동수를 높여버리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가능한 한 빨리 "늘 어려운 부분이긴 하지만, 연습한 만큼 이번엔 잘할 거야."라고 하는 내면의 다짐으로 바꿔야 한다. 나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실제로 생리적 반응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기 자신을 믿을 수 있는 예술가의 자기 효능감은 어떻게 키워갈 수 있을까? 앞선 문단에서 제일 먼저 서술되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정서적 안정'이다. 제일 즉각적이고 실용적인 방법이다! 정서적인 안정을 이루려면, 몸의 리듬을 예측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주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1. 나만의 심호흡 루틴 만들기 (예: 4-7-8 호흡법)

2. 내가 가장 편안했던 특정한 순간 시각화하기

3. 안정감을 주는 스트레칭 동작 반복하기

이처럼 나만의 루틴을 정해두면 '나는 지금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다'는 감각, 즉 내 신체에 대한 신뢰를 먼저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자기 신뢰를 키우기 위해, 자기 암시 문장을 속으로 반복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때, '나는 ~하다'라는 1인칭 암시보다, '너는 ~할 수 있어'라는 2인칭 암시가 더욱 효과적이라고 한다. 마치 소중한 사람에게 응원의 말을 건네듯이 설정해볼 수 있는 것이다.

"조금 실수하면 어때. 너 어차피 잘할 거잖아."


다음으로, 자기 효능감을 높이기 위한 또 하나의 효과적인 방법은 '성공 경험을 스스로 설계하는 것'이다.

직접적인 성공 경험 그 자체가 자기 효능감의 탄탄한 기반이 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절대적인 성공이나 거대한 성과가 아니다. <자신이 세운 기준>을 스스로 완수했다는 경험이 실제로 자기 효능감을 키워줄 수 있다. 무대 경험이 부족하다고 해서 자신감을 키울 기회까지 부족한 것만도 아니다. 꼭 큰 무대, 거창한 연주회가 아니어도 작은 성공들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성공'을 세분화해서 설계하고 연습에 적용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려움을 겪는 4마디 미스터치 없이 3번 성공하기'를 일주일 목표로 설정하면, 그 한 주 동안 성공 경험을 7번이나 반복할 수 있다. 이렇게 자율적인 기준을 설정하고 완수하는 경험을 꾸준히 축적해 가면, 언젠가는 무대를 준비할 때 불안보다는 기대의 감정이 앞서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게다가 매 연습마다 이렇게 '내가 오늘 성공한 것 1가지씩 기록하기'까지 실천해 보면면, "나도 해낼 수 있다"라는 기억을 구체적인 언어로 저장하는 방법까지 나아갈 수 있다. 마음속 더 깊숙하게 신뢰의 감정을 뿌리내리는 것이다. 자기 효능감을 기르고 싶다면, 거창한 성과를 좇기보다 이렇게 나만의 작은 성공을 반복해서 만들어보자. 그 과정이 결국 무대 앞에서 나를 지지하는 감정적 기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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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알라."

자기 확신에 대한 글에서도 언급했듯, 확신은 감정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해석'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살펴보았었다. 여기서 자기 효능감을 높이려면, '자기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좀 더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불안한 감정을 조절하는 릴랙스 루틴이나 루틴이나 자기 암시 문장처럼, 상황이 흔들려도 유지되는 자기 개념이 필요하다.

나는 객관적으로 어떤 사람인가? 어떤 장점을 갖고 있는가?

사실 사람은 늘 변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나에 대한 문장'을 하나쯤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자연스럽게 반복해 온 것들을 한 번 생각해 보자.

"나는 집중력이 좋은 사람이다."

"나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다."

"나는 반복적인 연습을 잘 버틴다."

"나는 생각이 깊은 사람이다."

"나는 밝은 기분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런 말들은 실수가 없다는 문장과는 상관이 없다. 내가 국제 콩쿠르 1위에 걸맞은 피아니스트인지 아닌지의 문제와도 상관이 없다. 그저 내가 어떤 태도로 이 길을 걸어왔는지, 그리고 힘든 무대 위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다뤄왔는지에 대한 문제이다. 결과와 무관하게 자신을 지지할 수 있는 자신의 장점, 나를 나답게 붙들어주는 한 문장을 선택해 보자. 그것이 자기 효능감의 쉽고도 깊은 기반이 될 수 있다.




연주자가 무대 위에서,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어야 할 건 무엇일까? 테크닉, 음악성, 성실하게 버텨온 인성, 재능, 감성, 개성 등등.. 이 모든 걸 아우른다면 나는 이 정도로 정리해보고 싶다.

'연습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해왔고, 어떤 성과를 만들어 냈는지.'

아, 하지만 너무나 부담스러운 말이다. 긴장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몸도 영혼도 가벼워야 하는 연주자는, 무대에 오르기 전 이런 성과 중심의 기준을 떠안고 있어서는 안 된다.


대신 자기 효능감을 키운다는 것은, 결과로 증명해야 하는 부담감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하루하루 꾸준히 매일의 선택과 루틴으로 만들어가는 구조이다. 무대 앞에서 '불안한 감정을 다스리자!'라고 다짐한들,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가 없다. 당장 손발이 떨리고 심장이 뛰는 감정을 다스리자니, 그 말 자체로도 너무 어렵다. 하지만 언어가 훈련되고, 신체가 훈련되면, 감정도 그에 맞춰 적응한다. 조금씩 루틴을 만들고, 매일 만나는 연습시간마다 내 마음가짐을 다르게 세팅해 보면, 그 어렵던 감정 문제가, 나도 모르게 조금씩 달라져 있게 된다.


매일매일 10시간을 악기를 붙들고 연습하고도, 불안한 감정에 무대를 망치게 되는 일이 얼마나 속상한지 우리는 잘 안다. 그래서 더더욱 필요하지 않을까.

"나는 ㅇㅇ을 잘하는 사람이야!"

이 단 한마디를 꺼내고 믿어보는 연습. 어쩌면 예술가에게는 기술적인 훈련보다도 더 중요한 훈련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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