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확신은 ‘나를 대하는 언어’에서 만들어진다

유학 시절, 우스갯소리처럼 자주 들리던 이야기가 있었다. "유학 다녀와서 많이 배웠어?"라는 질문에, "귀만 좋아졌어, 하하"라고 답하는 게 가장 정확하다는 이야기였다. 이 짧은 문장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어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예술가로서 내적 기준 수준이 올라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성장이 맞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기준에 못 미치는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 더 커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작업을 돌아보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그 시선은 예술가가 점차 더 높은 수준의 작업으로 나아가도록 도와주는 힘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판단이 지나치게 가혹해지면, 부족한 점만 눈에 들어오고, 이미 이룬 성취나 변화는 쉽게 지나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가끔은, 예술을 향한 애정까지도 서서히 마모되곤 한다. 그래서 예술가에게는 실력만큼이나 자기 확신을 지키는 일이 참 중요하다. 이번 글에서는 저번 글에 이어, 일상 속에서 자기 확신을 키워가는 내용들에 대해 조금 더 풀어볼 생각이다.




먼저, 자기를 신뢰한다는 건 어떤 특정한 감정을 가지는 일이 아니다. 그보다는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인식의 방식, 즉 자기 해석의 틀에 더 가깝다. 감정은 일시적으로 느끼는 것이지만, 자기 확신이란 그 감정을 포함한 내 행동과 가능성을 '내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생겨난다. 예를 들어 불안 같은 감정은 우리 뇌의 편도체에서 빠르게 감지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 감정이 해석으로 이어지는 건 전전두엽의 역할이다. 즉, 같은 긴장감을 느끼더라도, '또 실수하면 어떡하지?'라고 해석하는 사람과, '이건 자연스러운 반응이야. 오히려 더 집중할 수 있겠어.'라고 해석하는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된다. 긴장이 반복된다고 해서 내가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니 말이다. 이렇게 '자기 자신을 대하는 언어'는 훈련과 반복을 통해 충분히 바꿀 수 있고, 그 결과 또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스스로에게 어떤 말투와 어휘를 사용하는지가 자기 확신의 기초를 이루고, 무대 위의 태도까지 바꾸게 된다. 이 작업은 마치 '언어 습관을 재구성하는 훈련'처럼 접근하는 것이 가장 실질적이고 빠른 방법이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짚어야 할 부분은, 자기 확신의 언어는 반드시 긍정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예술가들에게 피드백은 일상이다. 매주 레슨을 받은 후에,

'내가 좀 더 잘했어야 했는데'

'역시 나는 부족해.'

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고 있다면, 이 언어부터 다시 점검해 보자. 레슨을 통해 받는 피드백은 나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정보'로 여겨야 한다. 선생님의 한마디 한마디를 '나란 사람의 부족함을 증명하는 재료'로 해석하지 말고, '다음 방향을 정하는 데이터'로 인식하려고 연습해 보자.


이제 레슨실 문을 나서는 순간,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보자.

'이번에 지적받은 부분은 내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거라서 감사하다.'

'지금 당장은 다 소화 안 돼도, 하다 보면 좋아질 거야.'

이런 식으로 피드백을 위협이 아닌 정보로 받아들이고, 결과가 아닌 과정에 집중하는 언어가 필요하다.



또한 은근히 우리는 긍정적인 피드백에도 자주 노출된다. 거창한 연주가 아니어도, 마스터클래스 같은 공개레슨에 참가하거나, 가족들이나 지인들 앞에서 작게 연주할 기회들이 생각보다 자주 찾아온다. 이럴 땐 대부분 평가보다 칭찬을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럴수록 스스로 그 칭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 말투와 습관을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많은 예술가들이 겉으로는 겸손하지만, 내면적으로는 칭찬을 불편해하거나 불신하는 경향이 있다. 칭찬을 들었을 때, "에이~ 아니에요~", "별로 잘 못했어요." 같은 말을 습관처럼 내뱉거나, 겉으로도 노골적으로 칭찬을 밀어내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쓰다 보니, 연주 후에 "아 망했어!!"라고 외치는 학생들이 줄줄이 몰려나오는 백스테이지의 모습도 스쳐간다.


하지만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 언어습관도, 어느새 우리 뇌에 '내가 잘했다는 피드백은 믿을 수 없는 것이며, 받아들이면 안 되는 정보다.'라는 무의식적 규칙을 만들어버리게 된다. 안 그래도 자기 확신이라는 건 쌓아 올리기 어려운 일인데, 자신이 직접 경험한 '좋은 결과'조차 이렇게 써먹어버린다니. 정말 안 될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긍정적인 피드백을 자기 확신으로 열심히 연결시켜 보자. 자주 반복되는 겸손한 거절의 말들이 스스로를 부정하는 말버릇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런 답변만으로도 충분하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칭찬해 주셔서 힘이 나요."


❌겸손한 사람?

"아니에요, 그냥 운이 좋았던 거예요."

"아직 멀었어요."

"실수도 많았는걸요."

겸손해 보이고 부드러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자기 확신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진심까지 무시하는 말들이 될 수도 있다. "연주가 좋았다"라는 피드백은 상대방의 감정적 경험과 해석이 담긴 진짜 피드백이다. 부드러움은 자기를 낮추는 말투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상대의 말을 온전히 듣고 수용하는 태도에서 나온다는 것을 기억하자.


✅또한 나 자신에게는 이렇게 말해보자. 역시 길 필요가 없다.

'생각보다 괜찮았나 보네. 다행이다.'

'나도 좋았던 부분이 있었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중이야.'

스스로를 속이지 않으면서도, 자기 노력을 인정할 수 있는 언어들이다.


❌이런 생각은 이제 버리자.

'저 사람은 그냥 기분 좋게 해주려고 한 말이야.'

'이 정도로 칭찬을 받을 만한 연주는 아니었는데...'


그리고 이런 자기 확신의 언어들은 일관적이어야 한다. 저번주 레슨에서는 '난 정보를 통해 배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주 레슨에서 지적을 좀 더 받았다고 해서 '난 왜 이 모양이지'라는 말을 하게 된다면, 뇌는 도대체 어떤 버전을 믿어야 할지 모른다. 자기 확신은 단발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들여 쌓아야 하는 자기 신뢰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상황에 따라 계속 출렁이게 되면, 자기 이미지는 단단해지지 못한 채 불안정한 상태로 남는다. 사람 간의 관계에서 일관성이 신뢰를 만드는 것처럼,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말이 앞뒤가 맞지 않거나, 감정이 곧 태도가 되는 사람은 신뢰를 얻기가 힘들다. 자기 확신은 기분이 좋을 때 생기는 게 아니라, 오히려 기분이 나쁠 때조차 지켜지는 말의 기준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이 긍정적인 기준을 꼭! 지켜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사실 이 자기 확신에 관한 글은 두 편으로 마무리하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글을 정리하다 보니, 이렇게 일상 속 언어를 다루는 자기 확신의 이야기와, 능력에 대한 믿음을 다루는 자기 효능감의 이야기는 따로 다루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하지만, 자기 확신은 '흔들리지 않는 나'를 만드는 느낌이라면, 자기 효능감은 '해낼 수 있는 나'를 만들어내는 느낌이랄까. 일종의 심화과정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다음 글에서는 조금 더 이 내용을 발전시켜보려고 한다.


다행히 자기 확신의 언어는 자기 효능감에 대한 마인드 세팅보다도 훨씬 실제적인 훈련이 쉽다. 훈련의 시작은 크지 않다. '지금 내가 나에게 무슨 말을 건네고 있는가'를 알아차리는 것. 연습 한 번 하고, 레슨 한 번 하고 자신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가 곧 연주자로서의 정체성을 쌓아가는 재료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아주 오래된 말투로, 아주 오랫동안 나를 판단해 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는, 그 말부터 바꿔나갈 수 있다면 무대 위에서의 내 미래까지도 내가 직접! 고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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