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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더 Nov 20. 2024

EP086. 드디어 프로젝트 시작

인 줄 알았는데 공식 계약 전 달래주는 미팅이었던 건에 대하여

2024.11.07. (목)


 스페인어 수업의 나비 효과


 1) 수업 시작 전 매번 물어보시는 ¿Qué cuentas?, ¿Qué tal?, ¿Qué pasa? 에 매일 비슷한 하루인데 더 특별히 대답할 것도 없어서, 그리고 실제로 당시 좀 우울하기도 했고! 벌써 온 지 3개월인데 프로젝트 시작을 못하고 스페인어 수업만 듣는다. 왜 여기 있는 건지,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까진 아니었는데 더 미묘한 뉘앙스를 전달할 수  있는 스페인어를 할 줄 모름.)했더니 선생님 충격~


2) 선생님 맨날 혼내시지만 또 따수운 마음으로 본인 상사에게 에스더.. 일 시작 못해서 우울함. 조치 필요. 하고 전달. (외부 강사가 아니라 같은 은행 소속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해준..)->이후 언어 수업 담당 상사가 미국 본사 은행-한국 프로그램 담당자의 상사에게 전달 -> 본사 담당자 전달- > 코스타리카 사무실 상사 전달(!) 아르헨-미국-코국 3국 관심 직원의 서막.. 내 상사에게 전달했다길래 놀랐지만 당연히 코스타리카 수퍼바이저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아르헨티나-미국-코스타리카의 협력이 이루어져 버렸다.


3) 바로 다음날 미국 본사-코스타리카 사무실-파트너 연구소 3당 회의 후 계약 체결 과정이 너무 더디니 계약 전에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자. 땅땅 그러나 역시 이후로도 첫 회의 날짜를 잡지 않아서 여러 차례 제발 킥오프를 하자! 연락하여 겨우 오늘 회의를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어렵게 잡은 미팅에는 연구소 담당자와 담당 교수님의 학생 한 명이 참여했다. 영어로 소통이 편한 학생이라 이 학생을 해당 플젝에 붙인 거라고 말씀해 주셨지만 담당자와 학생 모두 아무래도 스페인어 소통이 훨씬 수월했다. 다른 나라에는 아예 스페인어로만 소통이 가능한 파트너사들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보다는 수월했지만 영단어를 찾아보느라 자꾸 지체되는 미팅에 스페인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힘들게 잡은 것에 비해 생각보다 미팅 내용은 별게 없고 그저 계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관련 참고 문헌을 찾아보는 시간을 보내자라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데이터 여부나 관심을 갖고 있는 서비스, 기대하는 아웃풋의 형태 등 여러 가지를 물어봤지만 오히려 나에게 의견이 있는지를 물어보는 탓에 내가 어떤 역할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것인지 좀 더 감을 잡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연락이 쉽지 않았던 담당자 외에도 소통할 수 있는 학생이 생겨 좀 낫겠다 싶어 미팅이 끝나고 복도에서 대화를 잠깐 나누던 중에 그 학생의 동료를 마주쳤다. 그리고 너무 해맑게 니하오! 하는 그 동료의 인사말에 당황했지만 표정과 애티튜드에서 무례한 의도가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코스타리카에 와서 처음 들어보는 니하오였다. 프로젝트 참여 학생이 당황하며 한국인이라고 소개해주고 내가 우리나라 말로 인사하고 싶으면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라고 했더니 엄청 열심히 안녕하세요 연습하길래 봐드림.. 친구냐고 물어보는 내 질문에 아미고 아니고 동료야! 못 박는 답을 했다.


 회의가 끝나고 나오니 정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앞이 안 보일 정도였지만 오랜만에 저녁 약속이 있어 친구들과 만나 산호세를 건너 Escazú의 몰에 왔다. 돌아다니면서 뭘 먹을지 한참을 고민하다 스테이크를 먹었다. 오랜만에 만난 것이라 지난번 포아스 화산에 혼자 다녀온 것에 대해서도 얘기하면서 고생한 썰을 마구 풀었다. 등산 전문가 친구가 포이스에 올라가는 방법이 합법적인 길과 불법적인 길 두 가지가 있는데 후자는 많이 고생하는데 그쪽으로 간 것이 아닌가 얘기했다. 나중에 투어를 찾아서 다시 공유해 줬더니 그게 합법적인 길이 맞는데 그냥 날씨 때문에 너무 고생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럼 그것보다 더 고생하는 길이 있었다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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