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공원 필드트립과 연구소 동료의 베이비 샤워
2024.11.08. (금)
지난주부터 연구소 사람들이 함께 가자고 이야기했던 나비 공원 필드트립의 날이다. 얼마 전 연구소로 향하는 새로운 길을 찾아서 요즘 그 기찻길을 따라 걸어 다니는데 가는 길 내내 다양한 나비들이 따라와서 오늘 가는 나비 공원이 근처 어디에 있는지는 몰라도 혹시 공원의 문이 열려서 얘네가 다 나온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나비가 많이 날아다녔다. 아니면 그저 오늘 나비를 보러 간다고 생각하니 평소에도 옆에 있었던 나비들이 눈에 더 들어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연구소에 도착하니 1층에서 경비 아저씨가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미고 있었다. 나도 장식 같이 달아도 괜찮을지 물어보려다가 한 번 시작하면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관두고 연구소 사람들을 만났다.
학교 전체 행사에 함께 참여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우리 연구소에서 주최해서 해당 학과 학생들과 함께 캠퍼스 안에 있는 나비 공원에 함께 다녀오는 행사였다. 처음에 누군가 나를 한국에서 온 교환학생이라고 소개해서 여기서 뭘 공부하고 있는지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그러다 누군가 연계 프로젝트로 방문 연구원으로 함께 일하고 있는 것이라고 정정해 줘서 겨우 나도 너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나비공원은 캠퍼스 안에 이런 공간이 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울창한 숲 한가운데 있는 또 개별의 공간이었다. 설명해주는 언니가 귀여운 두건 머리 장식을 하고 땋은 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너무 나비 공원에서 일하는 사람 같고 귀여웠다.
알부터 시작해서 애벌레, 번데기 등의 나비 성장 과정도 보고 다양한 종류의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것도 봤다. 사실 학교 오는 길에 봤던 나비의 종류가 더 다양한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작은 접시에 바나나가 놓여있었는데 알고 보니 나비가 바나나를 좋아해서 익은 바나나로 나비를 유인할 수 있다고 한다.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스페인어 수업 시간을 30분 미뤘는데도 돌아오는 길이 조금 촉박했다 그렇게 바쁜 걸음으로 연구소로 돌아오는데 캠퍼스 한복판에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무슨 사고가 났나 들여다보니 나무늘보가 천막의 프레임을 타고 느릿느릿 돌아다니고 있었다. 누군가 캠퍼스에서 나무늘보를 만날 수도 있다고는 했지만 정말 이렇게 마주칠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순간 스페인어 수업을 잊고 한창 구경을 하며 사진을 찍었다. 주토피아에서 봤던 나무늘보와 달리 생각보다는 빠른 속도에 놀랐다. 그리고 뒤늦게 후다닥 수업에 들어갔다.
수업이 끝나고 생일 파티가 있었다. 누군가의 어머니가 동료의 생일을 위해 직접 만들어주신 케이크도 먹었다. 그리고 이어서 다른 동료의 곧 태어날 아기의 베이비 샤워가 있었다. 거기까진 괜찮았는데 이벤트로 팀을 나눠 여러 가지 게임을 하는데, 그중에서도 그림을 그려서 단어 맞추기를 하는데 전혀 도움이 될 수 없어 조금 속상했다. 그리고 이어서 섞여있는 알파벳을 보고 아가와 관련된 단어를 맞히는 게임을 했는데 이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유모차랑.. 한 네 개의 단어를 맞혔더니 다들 기특해해 줬다. 아무래도 이런 행사가 전에도 많았는데 이 전에는 내가 한 2, 3개월 정도 있다가 갈 것이라고 생각하다 벌써 3개월 넘게 자꾸 연구소에 오니까 얜 뭐지 싶어 말을 시켜보니 적어도 내년 여름까지는 이곳에 있는다고 해서 이런저런 행사에 불러주기 시작한 것 같다.
행사가 전부 끝나고는 저녁 요가 수업에 갔다. Dona Yoga라는 처음 보는 수업이라 꼭 들어보고 싶어서 1등으로 예약까지 했다. 근데 알고 보니 새로운 요가 수업이 아니라 기부 요가 donación yoga였다. 나도 모르게 지역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싶어서 안달 난 외국인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좋은 곳에 쓰이니 기분 좋게 수업을 들었는데 수업이 끝나고 요가원 인스타에 올라온 영상을 보는데 혼자 다른 팔 자세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지금까지 눈치코치로 잘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만의 착각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팔 자세 좀 다르게 하면 어때! 기부 요가인 줄 모르고 1등으로 신청했으면 좀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