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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님 Sep 25. 2015

피스 앤 그린보트

바다

나는 수평선을 오랫동안 바라볼 것이다라는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배를 탔었다.

여행 전날까지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지만 마음 한 곳에는 지겹도록

바다를 바라봐야지라는 계획을 오래전부터 세워 두고 있었다.

그리고 정말로 그 계획을 실행했다.

선상 프로그램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고 함께 간 동행자는 나름대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바다와

함께할 수 있었다.


내가 본 바다는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하면 동해 바다라고 불러야 한다.

첫날은 비행기를 막 탔을 때 느껴지곤 하던 폐쇄 공포가 느껴졌다. 

망망대해에서의 고립감은 고독을 느끼게도 했다.

집으로 돌아온 뒤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볼 때마다 내가 탔던 배와 바다의 크기를 

가늠해 보곤 했다. 

둘째 날부터 바다를 정말 열심히 봤다. 

아침을 먹고 난 뒤부터 점심을 먹을 즈음까지 몇 시간을 바라 봤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나침판이 북쪽을 향하고 있으니까 서쪽 바다에 있는 저 배들은 어쩌면 북한의 어선일지도 모른다.


무심히 볼 때는 그 바다가 저 바다. 저 바다가 그 바다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저 바다와 그 바다가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결의 무늬도 색깔도 파도의 움직임도 많이 달랐다.

나는 과학적 지식의 폭이 매우 협소하기 때문에 정확히 무엇 때문에 다른지

알 수 없었지만 기차 밖의 풍경이 달라지듯이 바다의 풍경도 달라졌다.


홋카이도를 떠나 나가사키를 향해 갔을 때의 바다는 마치 마법에 걸린  듯했다.

수평선 끝까지 삼단 같은 물결이 펼쳐졌는데 이따금씩 물결의 표면이 독특한 무늬로 바뀌곤 했다. 나는 이 현상이 무엇 때문인지 알고 싶었지만 바다 한 가운데서는 궁금증을 해결할 수 없었다.


마음이 느려지게 하는 바다였다.


어떤 사람들은 잠 속으로, 어떤 사람들은 바다를 즐겼다.

눈을 감으면 파도 소리가 더 잘 들렸다.



나가사키가 멀지 않았다. 물결이 분주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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