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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윤 Nov 12. 2024

조그맣게 사는 굴뚝새처럼

강 건너 빈집에 불이 켜지듯

 아버지 퇴원을 시켜드리고 점심에 무채를 넣은 비빔밥을 먹었다. 햇무여서 무 냄새가 시원하니 입맛이 향긋하다. 사위는 봉사활동을 가서 우리 셋이서 엄마 납골당엘 갔다. 엄마는 손주 중 내 큰아이를 아주 예뻐하셨다. 동생네 같은 나이 수진이가 이쁜 옷을 입고 있으면 “그 옷 얼마냐? 나한테 팔아라.

매장 앞을 지나가시다가도 앙증맞은 옷이 있으면 서슴없이 나해한테 어울릴 거라며 침을 흘리셨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갖는데

내 두 딸이 서로 다른 꽃집에서 꽃을 들고 나왔다. 서로 누구 것이 이쁜가 비교해가며.

  

 둘이서 할머니랑 있던 스웨터 같은 이야길 끄집어냈다.

백번 잘하다가 한 번 못 하면  한 번의 어긋남이 사이를 벌어지게 한다는 썰.

내 엄니는 조카사위가 명절 인사차 둘렀을 때 고기 한 접시 더 놓으면 될 걸 평소에 이뻐했던 나해 앞의 고기 접시를 손주사위 으로 밀어놨다. 엄니가 가시고 나해는 두고두고 말한다. “할머닌 나도 고기 좋아하는 걸 아시면서 왜 내 고길 끌어가” 여기서 할머니한테 실망했다고 했다. 이런 일도 세상일이라. 그렇구나를 체감하게 했다.


 * 엄마를 모실 땐 우리 메모가 훤했었다.

종이학이랑 메모 다 떼어내 줬다. 엄마의 은 큰 산 바위와 계절의 나무들이 심심치 않게 엄마를 에둘러 있어서 좋다. 그런데 맨 아래층 입구에 납골을 안치하려고 빈 안치장을 5천개를 들여놨네. 1층에 안치되실 분들 나무도 꽃도 새도 못 보시게 될 듯 *

 

 엄마 앞에 나해까지 인사 오니 만족하다.


 그리고서 집에 왔는데 세상모르고 잠을 쏟았나 보다. 깨고 보니 아침인 줄 알았는데 뭔가 야릇해서 핸드폰의 날짜랑 시계를 확인하니 하루가 가지 않았음을 알았다. 꽤 길게 잔 것 같았는데 시간개념을 잃었다. 여기저기서 전화가 온 것도 모르고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깊게 자니 몸이 한껏 가볍다.


 문자랑 통화를 날려주고 막냇동생 전화를 받았더니 아버지의 세숫비누 못 챙겨옴을 재차 물었다. 아까 아버지도 그러셨는데 비누를 병실 바꿀 때 못 겨서 샴푸를 쓰셨다고 들었다. 막냇동생을 나무랐다.

아버지한테도 전화가 왔다.

이거 늙은 황소 다리야. 흐물흐물 하지 않아.

아부지, 다들 이젠 만해. 우족은 더 우러나야 물컹물컹 물러지지.


 시간이 좀 더 흘러서 어둑해지려니 막냇동생한테서 전화가 또 온다.

“TV 새 건데 자꾸만 끊겨. 고장인가 봐?

“줄 덜 꽂혔나 보고 안 되면 유선방송 연락해 봐.

요걸 또 엄마한테 습관된 것처럼 날 부려 먹으려고 했나 본데 TV 줄이 덜 꼽아있어서라고 이유를 댔다. 으 휴 정말 ;;


 이젠 웬만큼 쓴소리에 무뎌졌고 엄마가 가시니 나도 큰소리로 되받아친다. 억울함을 내가 저승 갈 때 짐짝처럼 짊어지고 가면 안 되기에 바른 소리를 하고 넘어간다. 요걸 내 아이들이 들으면 분개한다. 뭉글해진 나보다 더 분통하리라.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건 넘기며 살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아니라고 분명히 짚어줘야 할 땐 확실하게 나도 말할 수 있다.


 마음 꾸려 해주고 생각해서 인정을 베풀면 궁시렁 헛소리가 나오는 친정 식구들의 말씨를 업그레이드 중인데 그 길이 아득하다.


 있는 금붙이만 챙겨. 너무 소소한 것에 토를 달고 억울해하면 넓은 세상 어떻게 풀고 살아. 이해의 폭을 넓히면 자연의 순리를 따라가는데 수월해져. 되도록이면 군소리를 피하고 그렇구나를 먼저 어나오게 해줘. 

정성에 서운하게 하지 말자!

강 건너 빈집에 불이 켜지듯 온화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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