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인조인간 03화

알곡 면적

(3) 인조인간

by 블라썸도윤

사위가 보고 싶었다

오쿠에 구운 계란 여섯 개를 먹고

장염이 걸린 큰아이랑

그래도 같이 밥상을 하고 싶었다지


짜장면의 고기는 사위랑 딸 골라주고

빈집이 된 사돈댁으로

이참에 짐 정리 좀 하러 갔다


사돈댁이 끓여준 떡국을 먹고

산 타는 것만 취미인 사부인 빼고

우리끼리 보드게임 했던 집에서

내가 놔 드렸던 다육이 화분들을 보니

괜히 맘이 울적해진다


작은딸은 사위가 총각 때 입던

옷을 주섬주섬 입어보며

챙기기 바빴고

임자 잃은 살림살이 고민중

서현씨한테 콜 해봤다


이 집 아이들도 내 아이들과

다를 바가 없이 기특하다


냉장고랑 세탁기 에어컨 공기정화기

오쿠 옹기종기 다육이 화분들

모두 받아서 쓰겠다고 한다


사돈댁은 새살림 내면서

정 붙은 도구들을 이리저리 놔두고

송도로 미리 떠났다


요즘 이런 청년들을 만난다니

안아주고 싶다

새살림의 욕심 안 가리고 알뜰한 것은

우리 집이나 이웃인 이 집이나

두 집 젊은이 늠름하기만 하다


새것이라고 다 좋은 게 아니지 않는가

좋은 사람이 쓰던 물건을 받으면

복이 들어온다고 하였다


나도 큰아이 낳을 때쯤

주택 담 넘어 아기 옷을 양말까지

한 박스 넘겨받았었다


새댁 복 받아 봐요


아가옷 박스 넘겨받을 때

복도 뱓아들임이다


딸아이 결혼식 진행 때

한 테이블에서 외침을 들었다

색시 코가 복코다 돈복이야 와아


지혜롭고 잘살아주는 게

그때의 들어온 복을

차내지 않아서 일듯 싶다





* 특히 신혼 살림을 물려받기란 쉽지 않다

keyword
이전 02화인조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