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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인조인간 04화

썸타는 개화

(4) 인조인간

by 블라썸도윤

썸을 타다가 만 봄

겨울의 끄트머리가 질기게

잡아당겨 망할 짓 당한 것은

블옴을 기다리던 우리네


부추전을 가지러 동생한테 들렀다

나라에서 주는 용돈 조금과

노인 일자리에서 꽁초 줍는 일을 하시는

아버진 이젠 내가 왔다 가고

손녀가 들러도

직수그리고 잠에서 못 깨신다


보쌈해가도 모르겠다

청춘시절에 태진아가수 닮은 외모로

내 소풍을 쫓아 오셨을 때

무지 창피함을 가져서

얼굴이 핏빛이었는데


그때 이전엔

아주아주 예쁜 기독병원 간호사

쫓아다니실 땐 꼭 나를 동행 하셨는데


나비넥타이에 선글라스 당꼬바지

아버지의 기억은 바람이었다


엄마의 남편에 대한 바람이 아닌

남자의 바람

그때도 봄이었다

블라썸 꽃을 피우는 개화 시기에

찬바람은 아직도 욕심을 부리고 있다


새우 등 터지라고 꽃망울을 내주다 말았다

야금야금 어리바리하게


잔인한 4월이라고 비꼬아 말해준 엘리엇은

황무지에서 봄을 비유했는데

그렇다면 이젠 정말 블옴을

내줄 것인가


손이 시려운 걸 보니

아직도 봄은 썸타고 있다


* 학교 담벼락을 페인트로 숨 죽여놨는데도 들풀이 일어났다. 살아간다는 의미였다.




블 ---> 불의 옛말

오다 ---> 옴

따뜻함이 오다이니 손이 시립지 않아야 봄


* 영숙언니가 프리지아를 향 묻혀들고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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