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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인조인간 15화

바람이랑 비가 내줬다

(15) 인조인간

by 블라썸도윤

흙이 내줬다

알뿌리가 숨어 있었는지 모를 땅에

바람이랑 비가 쳐들어와서

개미구멍 내주니


마녀가 탔던 빗자루 모양을 한

잎사귀가 엉기덩기

집을 한 채 먼저 지었다


오뚝이 일어선 깃대에

노랑망울

빨강망울

보라망울

치맛자락 스친 자리

찬 서리를 쓸고 가서


흰 레이스를 앞가리개로 가렸다

그냥 나오면 쳐다보지 않을까 봐


남의 땅에 와서 안착하려면

특별나야 하지 않겠어


야생화야 니들도 수그리지 말고

손잡아보자 내가 먼저 내민 손

망초도 델꼬 오고

봄이라고 읊는 이에게 기대어 주련

나 말고 너희를 반기려는 이들이 더 많아


튤립 옆으로 민들레가 불쑥 튀어나왔다

잠자코 있자니 귀가 근질거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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