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이랑 인천시에서 주최하는 숲 치유 체험으로 관모산 대공원에 왔다. 재작년 4월 봄 체험에 이어서 이번은 가을 숲과 더불어 숨을 피톤치드로 마셔대려고 가족 모임을 신청했으나 어린이들 대상 우선이어서 우린 성당의 전례부 팀에 합류하게 됐다. 어린이 틈에 끼어서 낙엽으로 그림꾸미기를 같이 하고 싶었지만 물건너갔다.
*어린이 가족의 숲 치유 프로그램 중 일부*
청라 쪽 성당의 한 모임부인 8명은 우리나라 첫 영세자인 이승훈 베드로 성지기념관을 둘렀다가 내 가족 두 명과 합류를 했다. 부부도 있고 혼자 오신 분도 있는데 내 또래분들 같았다.
진행하시는 분이 우리가 먼저 와서 기다렸다고 인사말을 꺼내니 내 아이가 그런다.
“이분들 미사들이고 기도 하시고 오는 거 기받아서 좋은 거예요.” “아, 그럼요.”같이들 웃었다.
서로인사를 나누고 진행자분이 내려준 작은 잔의 초의차를 음미했다.
이승훈 베드로는 정약용과 매부지간이었으며 정약용위인이 다재다능의 학자이기도 했으나 차에도 일가견이 있으신 유능한 분이셨다.
개혁과 실용적인 학문 그리고 차는 치료되는 약과 연관 지어진다. 다산(茶山)실학자는 차떡을 초의선사한테 전파하게 해서 오늘날 우리의 차문화가 형성되었다. 첫 번째 우린 물은 독과 관련될지 몰라 따라버리고 두 번째 우려낸 차를 마셨다.
그리고 맨발 걷기를 했는데 볕이 좋아서 참 좋은 날씨임에도 발이 조금 시렸다. 10여분 걸으니 시린발이 아니고 시원한 발바닥이 되려 잠을 몰아준다.
“선생님. 잠이 오네요.”
“아, 그러잖아도 지금 자러 가는 길여요.”
패드와 편백나무 베개를 허리높이 장에서 끄집어내 펴주고 앉아서 간단한 기본동작의 숨쉬기 운동을 하고 15분간 두 다리 쭉 뻗고 누웠다. 한 분은 금방 코를 곤다. 코골이는 크지 않아서 거북하지 않았으며 하늘로 쭉 뻗어오른 편백과 화백나무 안에 우리들 얼굴이 들어가 있는데 꼬리 끝이 흰색인 청설모가 이 나무 저 나무를 옮겨타고 논다.내가 사는 근방에 청설모가 사는구나!
오후 2시 타임에 맞춰 모르는 이들과 숲 치유 체험 프로그램을 마치니 5시가 됐다. 그들은 기도로 마치고 우리는 인사를 했는데 아침 8시에 청라에서 출발한 그들은 많이 피곤해 보였다. 4월의 피톤치드는 냄새가 강하고 좋았는데 올해 유독 더위가 오래가서인지 올여름에 왔을 때보다도 숲 냄새가 약하다. 바람이 몽근히 지나쳐서인가?
아마도 가을옷을 바꿔 입으려고 나무들이 에너지를 아끼냐고 작게 숨 쉬는 걸까? 아닌데 소나무 전나무 편백 또 화백나무는 침엽수여도 향이 진하기로 유명한데 오늘은 손으로 문지르고 비벼대야만 향이 좋게 났다.
내년엔 뒤쪽으로 더 많은 토지를 이용해서 숲체험장을 크게 넓힌다고 했다.
그러나 나무는 베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 그리고 정부에서는 숲과 더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으로 숲유치원 숲도서관을 더 늘릴 것이라고 여치라는 필명을 가진 진행자분이 그러셨다. 성당에서 체험 오신 나무에 대해 일반인 우리보다 해박한 지식이 더 많은 분이 “여치 동생은 누구게요?” 하신다.
답도 이분이 주셨다. “여치 동생은 우치에요. 전우치요.” 재치가 있으셨다.
키가 큰 소나무의 솔방울에서 엊그제 머금었던 빗물을 내 얼굴에도 튕겨준다.
“엄마 좋았어?”
“엉. 좋았어, 좋아.”
둘이 함께 환하게 걸음 하니 좋다.
* 나뭇잎 머리핀 *
* 한쪽으로 밀리지 말라고 가지 하나가 안쪽으로 뻗치며 자라는 게 이들도 살아가는 법을 알고 있다 *
* 욕심 안 부리고 한쪽으로 가지를 뻗어간다. 빈 공간으로 다른 나무가 자기 가지를 또 뻗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