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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이윤 May 30. 2024

그래 하다보면 언젠가는 될거야.

전원 후 첫 채취까지의 길고 길었던 여정.

1. 왜 생리가 안터지지...?

23년 10월 장기요법으로 난자채취를 한 이후에

두 번째 생리가 시작되지 않았다.

전원 후 다음번 생리가 시작되면

난자채취를 진행하기로 했는데 말이다.

내가 시험관을 너무 많이 해서

폐경이 된걸까

혼자 온갖 걱정을 하게 되었다.


갑자기 몸에 열이 오를 때에도

혹시 이거 갱년기 증상 아닌가 하며

내 몸의 작은 증상에도 지나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기다리다 보면 시작이 될 거라는 말을 반복하고 지낸지

딱 60일 째에 생리가 시작되었다.


어떤 약을 써도 제 날짜에 시작하던 나의 생리가

거의 두 달만에 시작한 걸 보니

나에게 장기요법이 정말 안 맞는 것 같다.


여러모로 신선 4차 채취와 이식은

두번 다시는 겪고 싶지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차수다.








2. 드디어 시작된 시험관 7차

살면서 이토록 생리를 기다린 적이 있을까 싶다.

이식을 하면 오지 말아야 할 생리는 그렇게도 잘 오고

시험관 시작을 위해 생리를 기다리면

야속하게도 늘 지각이다.


새로운 병원, 새로운 선생님과 함께

5번째 난자채취를 준비했다.


새로운 분위기에 뭔지 모를 기대감에

과배란 기간동안 맞는 주사들도

아프게 느껴지지 않았다.

좋은 배아만 나오면 되니까.


예전에는 15개 20개까지 잘 자라던 난포들도

이제는 많게는 10개 까지만 자라는 것 같다.

나의 난소도 이제 힘에 부치는 것일까..?


2주간의 과배란 시간이 흐르고

연차를 쓴 남편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제발 5일 배양이 나오게 해주세요'라는 기도와 함께,

'잘 될거야'라는 자기 암시와 함께

마취약이 들어가고

몇초만 지난 것 같았지만

눈을 뜨니 회복실이였다.


다행히 10개의 난자가 채취되었다.

더 나오길 바랐지만 차수가 더해지며

이제는 10개라도 감사할 따름이다.





3. 동결배아 결과가 나올 때까지 피말리는 기다림

이전 병원에서는 앱으로 수정 개수부터 동결개수까지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했는데

이번 병원은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카톡으로 알림을 준다고 한다.


특히 연휴가 껴 있어서 기다림의 기간이 더 길어졌다.

성격급한 나는 가족 모임에 시험관을 잊고 있다가도

혼자 있는 시간에는 늘상 동결 결과만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설 연휴에 생리가 시작되어 버렸고

동결결과를 알지 못한 채 병원을 예약했다.


그리고 예약 당일 오전 9시

그토록 기다리고 그토록 걱정했던

동결 결과가 도착했다.



"동결개수 : 2개(5일배양)"



4. 나도 5일 배양이 나오는구나..!

너무 기쁜 나머지 결과를 받자마자

연신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그동안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5일배아가

나도 가능하다니 말이다.


기쁜 마음에 남편과 엄마에게 차례로 전화를 돌리며

마치 이미 임신이 된 것 마냥 자랑을 해댔다.


사실 10개의 난자 중에 2개의 배아만 동결이 됐다는 게

속상할 수도 있었지만

이전의 내 기록들이 워낙 좋지 않았기에

이 정도도 선방이라고 생각했다.


병원에 도착해 선생님과 진료를 보고

내 난자의 질이 생각보다 좋지 않아

약물처리를 했고

그렇게 5일배양 2개가 나왔다고 한다.


왜 내 난자는 질이 좋지 않을까.

참 아이러니하다.

그 많은 영양제와 식단 그리고 나름의 운동을 하는데도

쉽게 나아지지 않는게 난자의 질이다.

나름 건강하게 살아온 것 같은데 말이다...억울해..!








5. 이 병원에서 끝을 보고 싶다.

사실 병원을 다니다보면 기대로 시작해

실망으로 끝을 맺으며 전원을 선택하게 된다.

병원 탓이 아님에도

안 되는 원인을 늘 병원 탓으로 돌린다.


내 배아와 나의 자궁 컨디션이 좋았다면

성공했을 것을

늘 그렇듯 매번 남탓(병원)을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

나는 꼭 지금 다니는 병원에서 성공하고 싶다.


더 이상 옮길 병원도 없거니와

나를 기억해주시고 먼저 길을 제안해주시는 선생님

그리고 나에게 첫 5일배아를 선사해준 배양팀이 있는 이곳에서

나는 꼭 내 첫 아이를 만나고 싶다.


쉬지 않고 달려왔어야 했는데

중간중간 쉼이 많아 시험관 3년차지만

고작 7차뿐이 하지 못했다.


지금의 병원에서 성공할 날을 그리며

오늘도 걷고, 건강하게 먹고, 좋은 생각을 하며 일찍 잠을 청해본다.




6. 머지않은 성공의 날을 위해 미래를 그려본다.

아이가 있는 나의 친구들은 참 행복해보인다.

어찌보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


늘 공원을 산책할 때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부부가 그렇게 부러울 수 없다.



쉬울줄만 알았던 그 모습이 이토록 어려웠을 줄이야.



나와 남편은 동갑내기에 서로 장난도 잘 치고

노래며 춤이며 개그에 라이벌 의식을 느끼며

즐거운 결혼생활을 보내고 있다.


남들이 보면 뭐하는 짓이지 할만한 모습들에

자주 깔깔대며 웃곤한다.


우리가 이렇게 행복한데 말이야...

우리에게 아이가 있으면 더 행복할텐데 말이다.


좋은 엄마 아빠라는 게 어떤 건지는 몰라도

나는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줄 자신이 있다.

웃음과 대화가 가득한 가정말이다.


나도 그렇게 자라왔고

지금도 가족이 모이면

늘 대화와 웃음이 가득찬다.

나는 부모님께 받은 모든 것들을

그대로 베풀어줄 자신이 있다.



정말 오기만 하면 된다.

이제 우리는 만나기만 하면 된다.


내가 한발짝씩 나아가고 있으니

우리를 향해 조금씩만 다가와주길....



늘 그렇듯 건강하게만 와주면 좋겠다.

그 때가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행복한 가족이 될 게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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