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뉴스레터를 발행해 보기로 했다.
어느 날 신문 제목이 눈에 꽂혔다.
"860만 은퇴 쓰나미 586세대", 이렇게 몰 개성적으로 한꺼번에 은퇴 쓰나미에 분류되다니...
우리는 민주화를 거쳐 대한민국 성장의 시대, 미친 듯이 일하고 물론 그 열매의 결실을 맛본 세대인 것도 맞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인정하기도 전에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는 건, 썩 유쾌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이 한 둘씩, 직장인인 경우 임금 피크제에 걸려 있거나, 이미 퇴직을 해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거나, 새로운 일을 알아보고 있는 각자 '인생의 2막'을 열어가고 있다.
과거 얘기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한 때는 잘 나가는 사람들이었는데 똑똑하고 승진했다는 소식에 같이 기뻐해 주고.
100세 시대, 40대 후반부터 퇴직을 하면 도대체 몸도 정신도 건강한 30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의문이 생겼다.
능력 있는 사람들이 갑자기 "잉여 인간" 이 돼버린 현실을...
그래서, 인생 2막을 새로 시작한 친구들, 또는 준비하고 있는 친구들, 자신만의 길을 잘 가고 있는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뉴스레터"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그 이유는.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라는 공감, 그리고 새로 시작하는 준비 과정에 시행착오를 줄이고, 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첫 인터뷰이는 내 대학원 동기다.
글로벌 IT S 기업 전무로 있었다. 워낙 능력 있는 친구고, 승승 장구하기에 사장까지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어느 날 들리는 소문은 갑자기 그 친구가 잘렸다는 거다.
처음에는 "무슨 소리야, 왜?.." 그랬더니 회사의 정치력에서 밀렸다는..., 어느 정도 고위직으로 올라가면 실력으로 승부하는 게 아니니, 충분히 납득이 갔다.
그 친구가 1년 계약직으로 라오스 ICT 교육부 자문으로 갔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얘기, 그리고 그 이후 "기술사"를 공부한다는 걸 친구들을 통해 듣고 있었다.
혼자 얼마나 힘들었을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연락을 했다.
"뭐 하냐? 밥 먹자!!"
"그래, 내가 요새 좀 바쁜데..." 그 친구가 말했다.
"야,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이쪽으로 나올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 내가 말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났다. 따듯한 전골을 마주하고...
아주 맛있는 밥을 사주고 싶었다.
자신 만만한 친구는 어디 가고, 무척 힘들고 지쳐 보였다.
그럴 만도 하지, 하루에 11시간씩 공부를 하니, 하도 앉아 있어서 근육이 풀려 잘 걷지도 못한다고 했다.
"독한 놈!".
50대 중반에 새로 시작한 공부가 얼마나 힘들겠는가, 외워지지도 않고.
그래도, 그 친구는 해 내야 했다. 아직 공부를 시켜야 할 자녀가 있고 몸이 아픈 아내가 있다
그에게는 계속 공부만 하고 있을 시간적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밥을 먹고, 계산을 할 때 그 친구가 미안해했다.
"얌마, 아무나 내면 어떠냐? 너 기술사 붙고 그때 한 턱 크게 내!, 너 밥 사주고 싶어서 만난 거잖아"
그 이후,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최고령으로 "기술사"를 합격했다는.
정말 기뻤다. 전화로 축하를 해 주고 각자의 일정이 바빠 얼마동한 만나지 못했다.
어느 날, 불쑥 전화가 왔다.
"뭐 하냐, 밥 먹자!" 그 친구였다.
"그래. 그러자!" 그래서 우리는 오랜만에 얼굴을 봤다.
지져 있고 우울하던 얼굴은 없어지고, 편안함이 얼굴에 묻어났다.
이번엔 그 친구가 말한다.
"맛있는 거, 먹자!, 내가 사주고 싶어!, 그때 네가 일부러 전화해서 밥 사주고 그래서 고마웠어!"
"그래? 기억이 안 나네. 누가 사면 어때" 나는 그렇게 당당해진 친구가 참 좋았다.
그 친구는 변함없이 성실하고 똑똑하지만, 인생의 챕터들을 넘으며 많은 걸 경험하며 진정한 성숙의 길로 가고 있었다.
그래서 첫 인터뷰이로 부탁을 했고, 감사하게도 흔쾌히 가슴속 깊은 곳에 있었던 얘기를 꺼내 놓았다.
내가 겉으로만 알던 얘기보다 더 깊숙이..
사람이 100층 지하까지 나락을 경험하고 나니, 인생을 보는 가치가 달라지고 겸손해 지더라는 말...
지금은 자신의 시간을 자신이 컨츠롤 할 수 있고, 누군가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는 인생을 살고 있어 기쁘다고 했다.
일도 많이 줄였다. 더 이상 "돈"이 자신에게 큰 의미가 없다는.
더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행복하기 위한 "딱" 그 정도만 있으면 된다고.
한 달에 10일만 일하고, 사랑하는 아내와 한 달에 3번 정도 국내 여행을 간다고 한다.
지방 곳곳 산을 올라가고 아내와 얘기를 하고, 그래서 더없이 행복하다는 그 얼굴에서 진정한 행복과 넉넉함이 묻어난다.
그러면서, 자신의 "기술사 합격 회고록"도 보내주고, IT 경력자들이 오래 일할 수 있는 자격증 정보도 보내준다.
나 같이 100층 지하 나락으로 가지 말고, 미리미리 준비해서 인생 2막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면 자신의 얘기를 다 써도 된다고 하면서..
"짜식, 그 사이에 많이 컸구먼!, 회사 다닐 때는 천상천하 유하독존 이더만!", 역시 사람은 내려가 봐야
겸손해진다.
친구와 1시간 30분 동안 인터뷰한 녹화된 동영상을 수십 번 돌려보고, 스크립트를 정리하면서 친구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하루 종일 끙끙 거리며 뉴스레터를 만들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고, 아마추어 냄새가 팍팍 나지만 첫 시작을 했다는 거에 감사하면서.
그리고, 인생 2막을 잘 걷고 있는 친구의 얘기가 잘 담아지기를 바라면서..
그 친구의 인생 2막을 응원한다.
부인과 함께 행복하고 건강한 인생을 마음껏 누리기를, 그럴 자격이 너에게는 충분히 있다!.
"응원하고 축복한다. 친구야!!"
*. 첫 "셀피시노마드 레터"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