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아프락사스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엄마의 따듯한 자궁으로부터 양수의 터짐과 "앙" 하고 터뜨리는 울음과 함께 이 세상에 나온다.
특별한 이벤트가 있지 않는 한, 부모님의 가정 교육과 가치관, 사회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인자, 그리고 갖고 있는 기질을 갖고 성장한다.
사춘기 때, 자신이 혼자 큰 것처럼 반항도 해 보지만, 대체로 나이가 40대 50대가 된 사람들은 부모님 말에 순종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사회인으로 크기 마련이다.
나 또한 그렇다. 공부 열심히 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좋은 대학 가라. 좋은 대학 가면 좋은 직장을 가져야 하고 열심히 일해서 더 많은 돈을 벌고, 승진을 하고.
뭔가, 미션이 끝나지 않는다. 마치 끊임없이 돌을 올려야만 하는 시지프스의 굴레 같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거울에 비친 나를 보았다. 지치고 흰머리에 탄력을 잃은 중년의 여자.
낯설다.
한 때는 꿈도 있고, 희망도 있었던 것 같지만 어느 순간 일상의 쳇바퀴에서 이 날이 그날인 양 삶의 무게를 견디거나 처내며 살아온 삶.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 달리는 기차에서 내리면 도태될 것 같고, 그 대열에 합류하지 않으면 더 이상 무가치한 사람으로 찍힐 것 같은 우리에게, 어느 순간 이제는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없이 그 기차에서 내리라고 한다.
나와 동년배 친구들이 "임금 피크"에 걸려 있거나, "은퇴"라는 신문의 대문짝 만한 기사에 싸잡아 분류되어 있다.
자신의 일 외에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고, 이렇다 하게 깊은 성찰을 하게끔 이 사회가 놔두지 않았기에, 그 문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은 어찌할 줄 모른다.
마치 자신이 "잉여 인간"이 된 것처럼.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맡은 바 역할로 규정되어 온 인생이기에, 내가 뭘 잘하는지 뭘 원하는지 자신의 인생인데도 자기가 누구인지를 모른다.
그리고 갑자기, 우리는 중년을 맞았다.
100세 시대, 살아온 만큼 더 살아야 하는 많은 날들을. 아무도 가 보지 않은 인생 2막을.
앞으로 우리는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불안하고 흔들리는 50대의 삶, 사춘기처럼 방황하고 막막한 세상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이 만큼 살았으면, 어느 정도 내성도 생기고 경험도 쌓였을 텐데, 인생은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처럼 새로운 챕터로 우리를 인도한다.
그러나, 우리는 본능적으로 안다. 앞으로의 삶은 "과거의 나"처럼 살 수 없다는 것을.
적어도 성공의 길로 이끄는, 아니면 부여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썼던 자신의 기질이나 행동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아니 쓰면 안 된다.
이제는 "역할의 나"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로 서야 하기 때문이다.
엄마의 자궁으로부터 타인에 의해 알을 깨고 나왔다면, 이제는 스스로 알을 깨고 나와야 할 차례다.
인생 2막은, 올라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잘 내려오기 위해서.
그리고 이 세상을 끝내는 순간 미련 없이 갈 수 있는 노년을 준비하기 위해서.
타인에 의해 규정되었던 삶에서, 자신이 새롭게 정의하는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서.
불행히도 학교도 부모님도 더 이상 가르쳐 주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만이 그 열쇠에 문을 열어야 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먼저 알을 깨고 나온 친구에게 깊은 질문을 던졌다.
100명의 직원을 두고 수익을 내는 회사를 접고, 왜 다시 출발선 상에 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그녀는 이대로 살다가 죽을 것 같아서 회사를 접었다고 했다. 내 삶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미션 같은,
열심히 살았지만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그리고 그 해답은 자신의 "잘하고 싶은 욕심, 완벽해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찾았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년,
자신을 그렇게 봐 주니, 타인도 있는 그대로 봐줄 수 있게 되고 비로소 행복해졌다고 했다.
그 과정을 위해 스승을 찾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공부를 하고 매일의 삶에 대한 회고와 감사 일기로 채워 나갔다고.
과거의 후회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별로 행복하지 않을 일을 죽어라고 하기보다. "Here and Now" 매일을 성실히 충만하고 행복하게 산다고.
평안한 그녀의 모습에서 해답의 열쇠를 찾은 것 같다.
인터뷰를 다시 편집하고 뉴스레터를 만들면서, 헤르만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문구가 생각났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직원 100명의 사업체를 정리하고 알거지에서 다시 코치가 되기까지,
돈과 책임감으로부터 행복을 찾아 떠난 그녀의 여정을 두 번째 뉴스레터로 엮었다.
'성공'의 의미를 재 정의하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변화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인생 2막을 어떻게 설계하고 실현할 수 있는지,
인생의 해답에 실마리를 그녀의 인터뷰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정" 두번째 뉴스레터 링크:
https://maily.so/selfishnomad/posts/eb114fc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