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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맥스 Apr 21. 2024

왜 저는 글을 쓰기 시작했을까요?

어린 시절 글쓰기 추억을 떠올려 봅니다

   오늘은 조금 오래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제가 왜 글을 쓰려고 하는지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냥 이렇게 글로 옮기는 과정이 싫지만은 않다는 것 외에는 그 이유를 여전히 알지 못합니다. 올해 초부터 블로그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브런치 작가로 인정받아 브런치스토리에도 조금씩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뭐 아직 본격적인 활동은 하지 못하고 있긴 합니다.


   작년 12월에 개인적인 혼란함이 있었고 그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서 글을 쓰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글을 쓰면서 내면의 저를 만나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마음의 안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현실의 혼란함을 글을 통해 저의 마음과 만나서 대화하고 무엇을 하면 좋을지를 글로 소통했습니다. 그냥 생각 닿는 대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글들이 블로그에 제법 쌓이고 있습니다. 이제는 브런치스토리에도 글을 쓰고는 있지만 아직 많은 시간을 들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브런치 스토리에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블로그에 '사물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현재는 이원화해서 우리가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써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제가 글을 쓰기 시작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잠깐잠깐 개인적인 일기 형식의 글을 쓰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공개적인 글쓰기를 하기까지는 많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수줍음이 많고 남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제게 이런 글쓰기는 사실 쉽지 않은 도전이기도 했습니다.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니 어린 시절 저의 글쓰기 기억은 저희 어머님으로부터 시작입니다.


   지금의 초등학교인 국민학교 시절로 되돌아가 봅니다. 사실 어린 시절 방학 때는 그저 친구들과 놀러 다닌 기억 밖에는 없습니다. 한여름이면 새까맣게 탈 정도로 바다에서 친구들과 놀았고, 겨울이면 손이 부르틀 정도로 친구들과 얼음 썰매며 각종 놀이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 시절이 너무 그립기도 하고 너무 다시 돌아가 보고 싶기도 합니다. 그때 같이 뛰어놀던 친구들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친하게 지내는 친구로 남아 있습니다. 인생의 역사를 같이 한 소중한 친구들입니다.


   초등학교 방학 때는 숙제로 독후감이 꼭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당시 신나게 놀고 개학이 다가오면 그때마다 독후감은 우리 어머니의 숙제였습니다. 어머니께서 써 주신 글짓기를 베껴서 방학 숙제를 했습니다. 제 기억의 어머님은 어렵지 않게 독후감이나 글짓기 등을 금방 쓱싹쓱싹 써 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어린 마음이었지만 약간의 죄책감도 들기는 했습니다. 그렇게 글짓기 숙제를 써냈다고 하니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님 글을 '필사하셨네요'라고 말입니다. 베끼기를 필사라고 하니 어감이 좀 다르기는 합니다만 엄연히 부정한 숙제이긴 한 거죠. 공소 시효가 지났겠지만 조용히 자백해 봅니다. ^^;


어린 시절의 저희 어머님이십니다. 제일 앞이 접니다. ^^






   그렇게 책 읽기도 싫어하고 친구들과 마냥 뛰어놀기만 좋아하던 국민학교 5학년의 제가 큰 일을 냅니다. 당시 한국 보이스카우트 부산연맹에서 개최했던 합동 기능 경기 대회 글짓기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어머님의 글을 베끼던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 글짓기 큰 상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1981년 그 당시 대회장에서 글을 쓰던 그 느낌이 아련하게 남아 있습니다. 산과 들에 피어 있는 꽃들에 대한 이야기를 쓴 것 같기는 한데 정확히 어떤 내용으로 썼는지는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상장을 받을 때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었는데 하필이면 부산 집에 도둑이 들어서 필름이 든 그 카메라를 훔쳐가 버렸습니다. 참 야속한 도둑입니다. 필름이라도 돌려줬으면 좋았으련만. 그래도 그때 받은 상장만은 아직도 고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쓰기를 시작한 지금 문득 그 당시 제가 어떤 글을 썼는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 글짓기를 베껴 써내던 초등학생이 대회에 나가서 직접 쓴 글로 어떻게 상을 받았을까 하는 의문 말입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 제가 어떤 형태의 글을 썼는지가 너무 궁금해졌습니다. 영화 'Back To The Future'처럼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꼭 한번 1981년 그 당시로 가서 글 쓰던 저를 만나 보고 싶습니다. 글씨도 이쁘지 않았을 텐데 어떤 생각으로 글을 썼을까 많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렇게 궁금증만 가지고 있다가 문득 보이스카우트 연맹에 문의를 해 보면 혹시 제 글을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번 발동한 궁금증이 계속 제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2월 23일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한국스카우트 부산 연맹에 다음과 같은 메일을 보냈습니다.


   메일을 보내자마자 바로 답장이 왔습니다. 어떤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메일 전송이 되지 않았다는 시스템 회신 메일이었습니다. 처음 되돌아온 메일 반송이 제게 이렇게 얘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게 언제 적 일인데 그걸 찾으려고 하느냐. 그만해~~'라고 말이죠. 기운이 빠지면서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포기하고 또 한 달 정도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또 갑자기 궁금증이 재발했습니다. 도저히 그냥 넘기기가 어려웠습니다. 오기가 발동해서 이번에는 부산 연맹이 아닌 한국스카우트 연맹으로 문의를 했습니다. 메일 답신이 왔습니다. 부산 연맹으로 직접 연락해 보는 것이 좋겠다며 전화번호를 알려 주셨습니다.


   이 번호는 사실 처음 부산 연맹을 인터넷 검색했을 때 이미 알고 있던 번호였습니다. 그 당시 너무 황당한 요청이라 전화보다는 메일로 상세히 문의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전화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처음부터 바로 전화를 했더라면 이런 복잡함이 없었을 텐데 저도 참 답답한 면이 있기는 합니다.


   3월 22일 금요일 13시 24분에 부산 연맹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되돌아가는 듯한 전화기 너머에서 직원분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주 멋진 저음의 남자분 목소리가 저를 반겨 주었습니다. 메일 내용처럼 내용을 설명을 드렸습니다. 그 담당자분께서는 아주 오래전 전산화 이전의 상황이라 아마도 자료가 남아 있지 않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자료를 찾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실망감이 들었습니다.


   그분께서 한국스카우트 연맹에서 발간하는 월간지는 오래전 발행본들도 창고에 보관이 되어 있으니 혹시 거기에 실렸을 수도 있겠다고 하시면서 한번 점검해 보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이번 주는 다른 일 때문에 시간이 없고 다음 주까지 시간을 주면 한번 찾아보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이 말만 들어도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습니다. 그렇게라도 부탁드린다며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평생을 잊고 살았는데 다음 주까지 기다리는 것이 뭐 그리 어렵겠습니까. 그 스카우트 부산연맹 직원분이 너무 친절하셔서 고마울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오후 5시가 조금 넘어서 모르는 번호로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그분이셨습니다. 제가 너무 궁금해할 것 같아서 바로 찾아보셨다면서 고맙게도 다급하게 전화를 주신 겁니다.


   창고를 뒤져서 그 당시 발간된 '1981년 7월 호 보이 스카우트' 책자를 찾았고 내용을 검색해 보니 그 당시 합동 기능 경기 대회가 열렸다는 내용은 있었지만 당선작이 수록되어 있지는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시면서 사진을 찍어서 보내 주셨습니다. 오래된 세월을 느낄 수 있는 낡은 책자에는 다음과 같이 선명하게 인쇄되어 있었습니다.



[ 보이 스카우트 (1981년 8호) ]


"부산 연맹에서는 지난 6월 21일에 유·소·연장대 대원 1천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기능 경기 대회를 개최하였다. 스카우트 활동을 하면서 평소 연마한 각급 기능을 발휘하여 기량을 겨룬 이날 대회에서... 스카우트의 명예를 걸고 국가 사회에 유용한 공민이 될 것을 다짐하며 진지하게 경기에 임해 많은 참관 인사들로부터 격려를 받았다."




   이 책자의 사진을 받아 보고 참 기분이 묘했습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당시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저와 함께 했던 그 시절의 빛바랜 누런 종이 책자... 그 당시의 책자를 다시 대하니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초등학교 5학년인 저를 만난듯한 회상에 잠시 잠겼습니다.


   아쉽게도 그 당시 썼던 글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스카우트 부산 연맹의 친절한 직원분의 도움으로 그 당시 책자에 역사 기록까지 찾는 데는 성공한 것입니다. 다시 한번 그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알지도 못하는 저의 어린 시절 궁금증을 풀어 주기 위해 창고 깊숙이 보관하고 있던 책자를 찾아서 확인해 주신 그 정성에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다시 문자가 왔습니다. 알고 보니 그분은 부산연맹 사무처장님이셨습니다.








   제가 썼던 글을 결국은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제는 좋은 추억으로만 남겨 둬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나간 과거의 기억은 영원히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겨 둬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현재의 글쓰기에 좀 더 집중이 가능해질 것 같습니다. 어머님의 글짓기를 베껴 쓰던 그 어린 소년이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받고 기나긴 인생을 글쓰기에 대한 생각들을 잊고 살아가다 인생의 중반을 넘어서는 지금 이 시점에 다시 펜이 아닌 키보들 통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무수한 시간이 흘러 흘러 훌쩍 커버린 늙은 소년이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아련했던 추억의 기억 여행을 마치면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을 깨달았습니다. 글쓰기는 저의 마음과의 소통의 매개체라는 사실 말입니다.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 두었던 기억의 보물들을 이제는 하나씩 꺼내서 소중하게 닦아 글로써 세상에 펼쳐 봅니다. 누군가에게 보여 주기보다는 제 자신의 추억 보물들을 세상으로 꺼내 보는 그런 행복한 고행의 길인 글쓰기가 저는 좋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쓰기를 통한 제 마음의 보물들을 천천히 함께 구경해 보시기 않으시겠습니까?


 여러분은 어떤 계기로 글을 쓰기 시작하셨는지요?




(꿈을 향해 도전하는 드림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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