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드림맥스 May 06. 2024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 (10)

   눈부신 햇살이 내려앉습니다. 부드러운 바람이 속삭입니다. 매번 맞는 아침이지만 오늘은 시원한 바람과 함께 따뜻한 햇살에 상쾌한 기분이 듭니다. 기지개 켜는 소리를 내어 봅니다. 사실 혼자서 내는 소리가 아니라 바람이 저를 간지럽히어 내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바람 친구는 매번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습니다. 개구장이 처럼 저를 간지럽히며 소리를 내게 합니다.




   저는 살아있는 평생을 녹색의 옷을 입고 지냅니다.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모여서 생활합니다. 키가 커질수록 몸집도 커지고 통통해 집니다. 그렇게 자라기까지 모진 세월의 풍파를 이겨낸 저는 인내라는 말이 어울린다고 합니다. 
저의 내면은 텅텅 비어 있는데 이상하게 사람들이 저를 강직하다고 부르기도 합니다. 참 세상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저는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합니다. 바람이 불 때만큼은 열심히 노래를 합니다. 살아 있는 동안 부르는 노랫소리가 사실은 그렇게 예쁘지는 않아요. 바람이 세차게 불 때 제 노랫소리를 들으면 무섭다고 하기도 합니다. 살아서의 노래는 무섭지만 삶 이후의 노래는 훨씬 더 아름답습니다. 일평생 자연과 함께 지내면서 다져진 단단함이 그 노래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살아서의 노래는 바람과의 합주이고 삶 이후의 노래는 사람의 바람과의 합주랍니다. 그 노랫소리의 종류는 다르지만 둘 다 저는 좋아합니다.








   삶 이후의 죽음 뒤에도 다양한 모습으로 사람들과 살아가게 됩니다. 평생을 살면서 녹색 옷을 입었다면 삶 이후에는 연갈색의 옷으로 갈아 입습니다. 큰 키가 잘려서 다양한 다른 모양으로 변신을 합니다. 그렇게 변신한 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게 됩니다.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니지요. 아프거나 슬프지도 않아요. 삶 이후의 또다른 삶도 저는 사람들과 함께하니까 좋기도 합니다.

   삶 이후에 변신한 저는 물을 바라보며 살기도 합니다. 바다나 강 등에서 물을 바라보며 긴 명상을 자주 합니다. 잔잔한 수면 위로 부서지는 햇살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습니다.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정신을 바짝 차리기도 합니다. 그러다 갑자기 공중으로 휙 올라갔다가 다시 땅으로 내려와 누워 있습니다. 잠시의 휴식 뒤에 다시 물을 바라보며 명상에 빠집니다.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노라면 무아지경에 빠지게 됩니다. 유유자적한 이런 삶도 만족스럽습니다.





   뜨거운 태양빛이 내려쬐는 더운 여름 철이면 저의 활동이 왕성해 집니다. 사람들이 저를 무척이나 좋아라 하지요. 거의 손에서 저를 놓치를 않는 것 같아요. 그만큼 저의 활동이 중요한 것이지요. 사람들이 저를 너무 좋아해서 저는 여름철이면 사실 굉장히 힘이 듭니다. 매일 바이킹을 타는 것 같아요. 흔들흔들 움직일 때마다 현기증이 날 때도 있지요. 하지만 그렇게 제가 힘이 들면 들수록 사람들이 시원해 지니까 그런 보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지요. 여름철이 지나면 긴긴 잠에 빠져 듭니다. 다음 여름까지요.


   또 다양한 다른 모습으로도 변신합니다. 식당에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밥을 지을 때 사용되기도 하지요. 따끈하게 밥이 익어갈 때는 마치 아기를 품은 엄마의 마음으로 뜨거운 방에서 힘겹게 버티기도 합니다. 그런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나면 맛있는 밥을 사람들에게 선물할 수 있지요. 내면의 텅빈 저의 모습이 이렇게 훌륭한 일을 하는데 쓰일지 저도 처음에는 잘 몰랐습니다. 사람들이 그런 저의 노력을 좋아해서 제가 만든 밥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한가지 빼먹은 게 있네요. 중국에서 온 덩치 큰 녀석이 살아있는 저를 무척이나 좋아한답니다. 제가 희생당하기는 하지만 좋다고 하니 뭐 저도 기분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 왜 있잖아요 검은색과 흰색의 옷을 입은 덩치 큰 녀석 말이에요. ^^;











저는 대쪽 같은 인생을 사는 대나무랍니다.





(소통 전문가에 도전하는 드림맥스 드림)

   

                     

매거진의 이전글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 (9)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