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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스푼 Nov 28. 2024

A.C.퍼치스 티핸들의 테이스팅 노트

가을 밤을 마무리하는 그린 루바브 | and 화이트 템플 (hot)



서울 블렌드를 마시고 나서, 작가님의 토크를 들으면서 궁금한 점이 생겼다. 작가님께서 차를 끓일 때의 물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 거 같았다. 물에 따라 차의 맛이 달라진다며 물의 경도도 언급하시고, 여러 물도 조사해보신 것 같았다. 관련된 얘기를 해외에 갔을 때 외국인들에게 하셨던 경험담도 말해주셨다.


그리고 좋아하는 차가 있고 이를 즐기기보다는 (토크 중에 어떤 특정 차를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말하셨던 거 같다.) 다기를 몇 백개 수집하신다거나 수질과 관련된 얘기도 하는 등, 차와 관련된 것들을 두루 즐기시는 거 같았다. 토크 중간에 작가님께서 편하게 보시라고 놓아두신 책을 훑어보았는데, 목차 중에 떼루아(와인의 맛과 품질에 영향을 끼치는, 원료인 포도를 생산하는데 있어 환경적인 요인(기후, 토양 등)을 통틀어 일컫는 말)를 언급한 것으로도 그렇게 짐작이 되었다.


그래서 작가님께서 차를 마셔보면서, 지금까지 어떤 차와 어떤 물이 가장 조합이 좋았는지를 여쭤보았다. 예를 들어 오설록의 녹차와 캐나다의 어떤 생수라거나. (당시 질문할 때도 예시를 들었으나, 기억이 정확하지 않아서 이 예시와 똑같지는 않았던 거 같다.)


그러자 작가님께서는 지금까지 북토크를 다니면서 가장 딥한 질문을 해주셨다면서, 보이차나 맛이 진한 차들은 백산수를, 그보다 향을 즐기는 차들은 삼다수를 꼽으셨다. 자신은 보통 둘을 반반 섞어쓸 때가 많다고 하셨다. 그리고 차를 끓일 때는 한국의 생수가 제일 좋다고 덧붙이셨다.


개인적으로 프리미엄 차나 좋은 수질의 물이 궁금했던 게 아니라, 수질에 관심이 많고 잘 아시는 것 같아 순전히 어떤 특정 차를 어떤 특정 물로 우려냈을 때 가장 좋았는지가 궁금해서, 특정적으로 가장 좋았던 한 조합을 꼽아달라고 질문한 거였다. 내 설명이 조금 부족했는지 아니면 작가님께서 좀 더 광범위하게 답하고 싶으셨는지, 아쉽게도 원하는 답은 아니었지만 차를 끓일 때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생수가 좋을 것이라는 실용적인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마침내 마지막 차례가 왔다. 가을 밤에 해당하는 티는 그린 루바브였다. 그린 루바브는 녹차에 장미 꽃잎을 넣고 천연 루바브 향과 천연 패션프루트 향을 입힌 차다. 이번에도 원료를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앞서 내가  질문에 대해 작가님께서 계속 답을 말하는 와중에 찻잎을 담은 그릇이 참가자들에게 돌아간거라, 답변을 들으면서 건네받은 찻잎을 감상했다. 찻잎들과, 이에 섞인 장미 꽃잎들이 언뜻언뜻 보였다. 티마다 원료들이 다채로우니 이를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향은 전에 시향했던 것과 동일하게 크리미하게 달달했다.





찻잎에 이어 티를 시향하니 뜨겁게 우린 만큼 조금 더 뭉근하게 달큰한 향이 맡아졌다. 맛도 이와 비슷한 단맛이었는데, 밤에 마시기에 부담 없이 좋을 거 같았다.


테이스팅이 다 끝나고 토크도 슬슬 끝날 무렵, 작가님께서 질문을 받으셨다. 그전에 내가 물어본 딥한 질문처럼 또 궁금한 게 있느냐고 참가자들 모두에게 말하셔서, 토크 동안 궁금했던 것들 2개를 여쭤봤다.


하나는 이 티 라인을 선정하기 전에 지인들에게 많이 추천을 받았다고 했는데, 어떤 티를 가장 많이 추천 받았는지였다.


그러자 이번에도 딥한 질문을 해주셨다면서, 다양하게 추천을 받았지만 그중에서도 화이트 템플이 가장 많았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가을에 어울리는 티를 선정할 때 씨브리즈도 고민을 하셨다면서, 서울 블렌드가 아니라면 씨브리즈를 오후에 마시는 차로 고르셨을 거라고 덧붙이셨다.


다른 하나는 그전에 에디션 덴마크 측으로부터 티들을 받아서 다 마셔봤다고 하셨는데 (그때였는지 질문할 당시였는지 작가님께서 Iconic Tea 라인의 티들은 당연히 다 마셔보셨다고 하셨다.) Iconic Tea 라인의 티들 중에서 서울 블렌드를 제외하고 인상적인 티가 있었는지를 질문했다.


그러자 작가님께서는 (이때도 딥한 질문이라고 말하신 거 같다.) 아마 Iconic Tea 라인이 아니라 퍼치스의 티 전체에서 꼽아달라고 들으셨는지, 그린 자스민트를 꼽으셨다. 그러면서 마실 때 녹차와 스피어민트가 마치 여러 겹의 레이어처럼 각각의 맛이 느껴져서 인상적이었다고 하셨다.



2층으로 올라오는 입구


내가 여쭤본 질문들에 대한 답변들을 마지막으로 토크가 박수와 함께 마무리되었다. 개인적으로 조금 더 차 자체에 대한 토크도 듣고 싶었으나 아무래도 시간 관계상 그러지 못한 거 같아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작가님께 국내 다원을 둘러보셨다는데 어떠셨는지, 국내의 차들 중에서 좋아하는 차는 무엇이었는지도 물어보고 싶었으나, 작가님께서 작가님의 책을 구매한 분들께 사인을 고 있으셔서 그러지는 못했다. 그래도 5종류의 차들을 시음하고, 원료들도 시향할 수 있었던 건 흥미롭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1층으로 내려가기 전에 2층의 전시를 한 번 더 둘러보았다. 좀 더 전시회장의 느낌을 알 수 있도록, 저번에 올렸던 사진들과 다르게 다양한 구도로 조망할 수 있도록 찍은 사진들을 올려본다.





2층으로 올라와 입구로 들어서면 정면에서 바로 보이는 구도다. 오른쪽 벽에 이번 전시를 개괄하는 글이 적혀있다. 왼쪽을 보면 기둥 앞에 높은 테이블이 있는데, 오픈일에는 없었는데 오늘 와보니 새로 놓여있었다. 관람객들이 편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엽서들과 명함 크기의 A. C. 퍼치스 티핸들의 로고가 프린팅된 종이가 비치되어 있었다.





입구에서 왼편으로 바로 몸을 틀어 향하면 이런 공간이 나온다. 지도에 나오는 Perch's film by 김종관이다. 포스터가 붙여진 벽 너머로 티비가 하나 있고, 이걸로 영상이 상영되는 것 같다.





티비 맞은편은 이렇게 구성되어 있는데, 이곳에서 아이코닉 티 테이스팅 세션과 티 토크&테이스팅이 모두 진행됐다. 그리고 뒤돌아 건너편으로 향하면 Perch's archive room이 나온다.



2층 중간 즈음에 있는 From leaf to elixir


From leaf to elixir를 지나 좀 더 오른편 안쪽으로 들어가면, 티비와 함께 천칭 저울이 보인다. 티비는 오픈일 당시에는  꺼져있다가 오늘은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티비 맞은편의 공간. A. C. 퍼치스 티핸들의 역사를 보여주는 아카이브 전시와, 덴마크에서 직접 가져온 물품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2층을 다 돌아본 뒤, 1층의 샵으로 갈 예정이었다. 오픈일 때처럼 이날도 티 테이스팅이 가능했고, 매일 티 라인이 달라진다고 해서 궁금한 것도 있었다.


토크가 끝나자마자 전시 오픈일에 왔을 때 핑크가든 티와 밀키 우롱과 관련해 여쭤봤던 분을 다시 만났고, 그분도 나를 알아보시고 반갑게 인사해주셨다. 그분께서 샵에서 오늘은 화이트 템플도 시음할 수 있다고 하셨다. 프로그램에서 아이스를 마셨으니 아래에서 뜨겁게도 마셔보시라면서. 더욱 기꺼운 마음으로 샵으로 향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입구와 계단(좌), 문으로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벽(우). 저 벽 맞은편에 Perch's in Korea가 아담하게 자리한다.





이곳이 샵으로, 전시회장 대문으로 들어와서 곧바로 오른쪽으로 가면 붉은 계단이 나온다. 그 계단을 올라가면 샵의 유리문이 보인다.


샵에서 오픈일 때 마을버스를 같이 타고 전시회장으로 왔던 직원분을 다시 만났는데, 그분도 나를 알아보셨다. 오늘은 다른 프로그램 참여로 왔다고 말하면서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샵으로 들어오는 유리문 쪽에 있던 테이블과, 벽에 걸린 그림들



오늘의 티 라인은 위에서 들었던 것처럼 화이트 템플과, 저번과 동일하게 쿨허벌이 있었다. 직원분 말씀을 들으니 쿨허벌이 인기가 많아서 티 라인에 계속 있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Core Tea 라인의 다른 신상인 그린 팰리스가 티 라인에 있어도 좋았겠지만, 화이트 템플의 아이스와 핫 둘 다를 한 번에 시음할 수 있다는 건 만족스러웠다.


뜨겁다보니 온도 때문에 향이나 맛이 아이스에 비해 조금 늦게 와닿았는데, 기본적으로 아이스와 큰 차이는 없었다. 단, 화이트 템플의 원료의 구성상 시원한 느낌이 매력적인 티라서 그런지 아이스 쪽의 인상이 더 좋았고 그쪽이 더 어울렸던 거 같다.




위에 올려놓은 테이블과 벽의 맞은편. 여기에 티들이 진열되어있었다.





샵 안쪽에 놓인 진열대에 올해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A. C. 퍼치스 티핸들의 Limited Edition Advent Calendar Green 2024가 디스플레이되어 있었다. 이건 오픈일 때부터도 진열되어 있었는데, 퍼치스 본사에서 2024 버전의 크리스마스 어드벤트 캘린더로 판매하는 것으로 레드와 그린 두 가지 버전이 있다. 그중 그린 버전을 가져와 진열한 것 같았다. 직원분께 물어보니 역시나 판매용은 아니고 전시용이며, 나중에 들어올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고 하셨다.





화이트 템플의 시음을 끝으로 11월 16일의 방문 일정이 끝났다. 이렇게 A. C. 퍼치스 티핸들의 한국 공식 런칭과 19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에 두 차례에 걸친 방문들이 모두 막을 내렸다. 유서 깊은 티 브랜드의 티들을 시음하고 시향하면서, A. C. 퍼치스 티핸들의 해리티지를 경험할 수 있었던 전시였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다양하고 매력적인 티들을 현장에서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더욱 많아지기를 바라며 글을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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