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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나호 Mar 22. 2024

MZ에겐 죄가 없다

세대갈등 칼럼 1

신입 직원에게 일을 시켰다. 이걸요?, 제가요?, 왜요? 3요의 반격을 벗어날 수 없다. 설득도 해보고, 타일러도 보고, 지랄도 해본다. 하지만 바뀌지 않는다. 동료 직원은 MZ라서 그러니 이해하라고 한다. 이게 과연 MZ의 문제일까?


MZ 갈등의 본질은 세대의 문제가 아니다. 


세대 간의 경향(트렌드)은 분명 존재한다. MZ세대는 기존 세대보다 공정, 본인의 자유 등을 많이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세대가 그렇듯 MZ세대 내에서도 개인별로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어느 세대에나 꼰대는 존재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돌+I 존재해왔고, 현재의 MZ세대에도 돌+I도 있는가 하면 젊꼰도 있다. 다만 사회 전반의 분위기 변화에 따라 본인이 우선되는 경향이 더 강하게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즉 MZ의 거슬리는 행동들이 모두 MZ이기 때문이라고 일괄 규정하는 것은 너는 한국인이니까 개고기를 먹는다고 생각하는 프랑스 동물애호가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 물론 기성세대가 생각하기에 문제 행동을 하는 MZ들이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MZ가 아닌 70년대생도 MZ와 똑같이 행동하는 자도 있으며, 자발적 노예의 삶을 사는 MZ도 있다. 즉 개인에게 주어진 상황과 그들의 성향이 중요한 것이지, 그들이 MZ세라서 라는 결론은 많은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할 뿐이다.


갈등 상황에서의 핵심은 입장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해관계의 차이이고 과거와 달라진 것은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시키는 사람의 입장에서 일의 양은 정해져 있고, 직원들이 최대한 많은 일을 하기를 원한다. 반면 일을 받아서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한정된 시간 내에 적은 일을 할수록 유리하다. 같은 월급을 받으면 일을 적게 하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의 본능이다. 즉 회사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한 가장 적은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왜 시키는 일을 다 했을까? 과거에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있었고, 조직의 성공이 나의 성공과 동일시되어 자신이 조금 희생하더라도 조직이 성공하는 것이 당연시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높은 위치에 올라가게 되면 과거의 희생을 보상받을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직접적인 본인 업무 이외의 일도, 부장이 갑자기 부르는 회식도, 주말 등산도 다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IMF 시절 이후 20년이 넘게 흐르면서 조직과 나의 성공을 동일시하는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더 이상 과거처럼 미래의 보상을 위해 현재의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 업무 외적인 지시, 친목관계 따위는 무의미한 업무의 연장으로 여겨지고 MZ는 그런 조직에 오히려 실망을 느낀다.  


MZ세대도 결국 본인 이익을 추구한다.  


MZ 중에서도 그 집단(회사)에 계속 머물 생각이 있다면, 행동양식을 바꿀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과거에 비해서 이직이 자유로운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이들은 특정 집단에 귀속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탈출은 지능 순. 그 집단에 적응해서 알파로 살아남기보다는 본인의 기준과 맞지 않으면 다른 집단을 찾아 떠나는 게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언제 망할지 모르는 이 회사, 비전 없는 이 조직을 얼른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런 이들에게 본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업무를 더 하라고 한다면 과연 순순히 할까?


MZ가 바라는 것은 현재 시점에서의 공정한 보상이다. 결국 돈, 그리고 워라밸이 핵심이다. 여기에 더해서 한 가지 내재적 보상이 더 있다. 바로 자기효능감이다. 돈은 많이 줄수록, 워라밸은 충분히 보장될수록 좋다. 하지만 기업, 조직이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자기효능감은 적절한 권한과 책임의 분배, 그리고 일에 대한 처리 방식 개선으로도 어느 정도 상승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보통 신입 직원들이 업무를 하게 되면 일이 돌아가는 전체를 이해하긴 어렵다. 일의 전후 사정, 맥락을 모른 채, 그때그때 주어진 먼지 같은 일만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런 먼지 같은 일조차도 커다란 일을 만드는데 꼭 필요하므로 지금 하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차근차근 일에 익숙해질수록 일에 대한 적절한 권한과 함께 책임을 주면 스스로 일을 처리한다는 자기효능감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과거처럼 “까라면 까”라고 일을 시키기엔 요즘 MZ들이 머리가 너무 커졌다.


MZ뿐만 아니라 세상은 바뀌었고, MZ도 기성세대도 이에 적응하며 살아가야 한다. MZ논란을 집단의 문제로 치부하고 갈등을 조장하는 세태는 경계해야 한다. 달라지는 사회 분위기에 맞춰 일하는 방식, 직장 내의 권력관계도 바꾸어 나가야 이 갈등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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