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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희 May 13. 2024

제목 : C형 간염에 걸린 남편을 돌보며

             C형 간염 극복기(1)

 31년 전  우리 부부는  결혼  14년 차로 인천 만수 3 지구에  새로 지은  38평 아파트에  입주하게 되었다.  그동안  아이 둘을 낳아 키우며  맞벌이를 하였다.  처음에는  작은 집부터 시작하여  대출금을 모두 갚고 두 번째도 대출금을 받아 2층 단독을 사서 살았다.


그런데  직장 다니며 단독 주택은 관리가 어려웠다.  아이들도  웬만큼  크고 해서 아파트를 신청하여 당첨되었다.  2년간 또 열심히 모아 중도금을 내고  드디어  브랜드 아파트로 이사했다.  마음이 붕떠서 새 가구며 비싼 커튼을 달고 거실엔 백화점에서 구입한 고급 카펫도 깔았다. 집들이도 지인들을 초대하여 거창하게 하였고 우리 가족 앞길이 창창했다.


 우리 부부는 둘 다 공직에  근무하여 직장도 든든했고 직급도 올라  보수도 적지 않았다. 아이들도 건강했고 공부도 잘했다.  고생 끝에 좋은 집도 마련하고 모든 것이 편안했다.  그러나 행복 끝에 불행이 손짓한다던가?  갑자기 남편이 소화가 안되고 피로가 심하다 하여 위염이겠지 하고 병원을 가보았다. 여러 가지 검사 끝에 C형 간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심이 되어 서울대 병원까지 가 보았는데 역시 C형 간염이라고 했다. 이병은  그때에는 치료약이 없고  더 진행되면 간암이나 간 경화로 진행된다고 했다.


겁이 덜컥 나서 서울대 병원을 계속 다니면서 좋다는 것은 모두 해보았다. 병원에서 주는 약은 물론 민간요법, 좋은 음식등 좋다는 건 다해보았다. 이렇게 6개월이 지났는데 아무 차도가 없고 몸은 더 나빠졌다. 결국 남편도 나도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병 치료에만 전념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1년이 지나도  치료가 안 됐다. 마지막으로 모든 약을 거부하고 지인의 소개로 자연치료요법을 해보았다.  거제에 사신다는 퇴직 교장 선생님이 권하는 치료 요법이었다.


현미 잡곡밥에  모든 채소들을 냉장 보관 안 하고 요리하지 않고 그냥 깨끗이 씻어서 먹는 것이었다. 거기에  운동은 필수,  물 많이 마시고 햇볕 많이 쬐고 공기 좋은 산속을 거니는 것이었다.  남편은 해 주는 식사하고 약수터까지 햇볕 보며 한 시간 이상 걸어갔다 오면  심 준비해서 먹고, 남편은 오후에는  충분한 휴식취하고  또 저녁 식사하고 편히 쉬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병 치료에만 온 하루를 보냈다.


 남편은 아파 고통받지만 간병하는 나는 더 힘들었다. 새벽부터 일어나 신선한 야채(신선초, 케일, 미나리, 셀러리)등을 녹즙기에 갈아 아침식사 전 1잔 마시게 하고 아침 식사를 준비하여 먹게 하고 운동 가서 마시라고 녹즙을 500미리 한 병을 준비하여 줬다. 그리곤  집안일과 점심 준비,  점심 식사 후 설거지 및 집안일, 녹즙 갈기  그리고는 슈퍼 가서 식재료 구입  또 이어 저녁준비, 저녁 식사 후  설거지와 집안일, 자기 전 녹즙 갈기, 남편은 녹즙 한잔 마시고 휴식, 그리고 잠에 들었다. 나는 하루  마무리를 하고  밤늦게 취침 이렇게 하루를 보내다 보니  남편은 조금씩 나아지고 나는 조금씩 과로가  여갔다.  하루종일 집안일과 병 수발로 쉴틈이 없어  몸은 점점 약해져 갔다. 몸이 오랜 직장 생활로 지쳐 있었고 힘든 병간호에 내 몸이  망가져갔다.


  어느 날은 너무 힘들어  남편이 운동 간 사이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모두 버리고 멀리 가고 싶었다. 현실 도피~~~  지친 나에게는 그것이 최선이었다.  그러나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내가 없어지면 우리 딸들은 어쩌지? 남편은..  "잘 살 때나 병들 때나 서로  존경하며 사랑하고 신의를 지키겠다고"  예수님 앞에서 서약한 내가 아닌가?  멀리 도망가겠다는 생각이  혼인 성사로 맺은 부부의 신의에 무너졌다. 목을 놓아 싫건 울고 나니 조금은 포기가 됐다.  마음을 다잡고  이 힘든 나날을  전투를 치르듯 하루하루를 버텨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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