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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 Oct 13. 2024

손가락이 쓰는 글

가슴에 있는 마음을 꺼내려고 했는데

가슴에는 팔이 없고, 손가락이 없었다


식물이 시간과 공을 들여 신엽을 피워내듯,

나는 아우성같은 몸부림을 쳐 팔을 뻗고, 손가락을 태어나게 해

마음을 옮겨 적으려 했다


지구 속은 팔들의 숲

수많은 마음들이 태어나 팔을 뻗었지만

마음을 옮겨 적은 이들은 굶어 죽었다


가슴 속에서 마음이 계속해서 자길 꺼내달라 아우성 치는데

폭발할 것 같은 마음이 자꾸만 가슴 안에서 아프게 치는데

그걸 옮겨적지 못하니 손가락이 쓸모 없게 되었어


입은 검어지고, 내뻗던 신엽이 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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