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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yager 은애 Jun 06. 2024

알래스카 겨울나기 필수품


이곳에 온 첫 해 겨울,

눈이 엄청나게 많이 왔다.

알래스카 하면 당연히 눈이 많이 오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가 사는 곳은 알래스카에서도 제일 남쪽에 위치한 섬이고 항상 비가 많이 오는 곳이기에

사람들이 말하기를 눈이 내려도 비가 오기 때문에

쌓이는 것 없이 바로 비가 씻어준다고 했다


그런데 그 해는 지난 몇 십 년 동안 없었던 이상기온이었다.

눈이 엄청 와서

이 섬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다 힘들어했다.

우리는 이 섬에 온 지 8개월밖에 되지 않았기에

아무런 감이 없었다.


한국에서 마지막에 살았던 곳이 여수였기에

눈을 보기 힘들었던 아이들,

정말 신났다.

집 앞에서 동네 어귀에서 플라스틱 썰매로 얼마나 재밌게 타는지

그렇게 눈이 펑펑 오고 나서 며칠 후

둘째가 말한다.

"어머니 이제 눈 그만 와도 될 거 같아요"

 ㅎㅎㅎ



신나게 플라스틱 썰매 끌고 올라가는 아이들
첫 눈사람, 이렇게 만들기 힘들 줄이야;;; 강아지 같다. ㅎㅎ
오후 3시만 넘으면 어두워지기 시작하지만 알래스카 노을은 너무 예쁘다.



둘째 해 겨울, 그때도 이상기온이었다.

사람들이 또 말했다. 이런 겨울은 처음이라고.


셋째 해 겨울, 똑같았다.


그럼 도대체 정상적인 겨울은 언제란 말인가??


올 겨울은 여기 일반적인 겨울날씨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인가?






"어머니, 오늘은 해가 떴네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둘째가 나오더니 주방에 난 창 밖을 보고선 얘기한다.

이곳 날씨에 익숙해지다 보니

늘 비 오고 어두운 이곳에서는

해가 환하게 비추는 날은 정말 이상한 날이다.

일기 예보 앱에 늘 비 그림이다.

안 봐도 비디오^^

2024년 6월, 일 년 내내 비 그림은 일상이다.





이곳에 도착하고선 알래스카 섬에서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사항들을 현지분이 알려주셨다.





1. 정전대비


쉽게 정전이 될 수 있습니다.

이유는? 흰머리 독수리가 날아가다가 전깃줄에 걸려 프라이드 이글이 되기 때문입니다. 앗!!

정전을 대비해서 초, 플래시, 오일 램프 구비, 핸드폰 보조 배터리 늘 충전해 놓기, 물은 항상 여분으로 받아놓기!!

실제로 우리가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정전이 되었다. 이유는 흰머리 독수리 때문이다.


전기공사 펫북 페이지에 글이 올라온다.

-오늘은 흰머리 독수리 때문에 현재 정전입니다. 빠른 시간 내에 복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 밑에 댓글이 좌르르 달린다.

-북쪽 *** 스트리트에 정전이다. 다운타운, 남쪽 어디 어디 정전이다.-

다시 전기가 들어오면,

-여기 전기 들어왔어요. 여기도요.-

사람들이 댓글을 단다. 이제 정전이 되면 바로 펫북확인.


또 정전이 되는 이유는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서이다. 그럴 땐 인터넷도 연결불가 ㅜ

겨울에 정전은 추위에 떨며 자야 되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이다.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얻은 노하우. 일단 바람이 심하게 불면 히터 온도를 올려서 방을 따뜻하게 만든다. 그러면 정전이 되어도 남아있는 온기로 견딜 수가 있다.

만약에 3일 정도 정전이 된다면, 우리는 무조건 난로가 있는 다른 집으로 피신을 가야 한다.

장작을 때면 그래도 따뜻하기 때문이다. 혹시 그렇게 될 때 피신 갈 집 확보.


2. 식량 준비

 

일주일에 한 번 모든 물건이 바지선으로 들어온다.  혹시 들어오지 않는 날을 대비해서 2주일치 또는 한 달 치 식량 확보해 놓기. 캔 음식, 밀가루, 쌀 등 필요한 것들 미리미리 사다 놓기.


3. Air 앰뷸런스 보험 가입하기


의료시설이 열악하기에 만약에 이곳 병원(의사 부족)에서 고칠 수 없는 응급 사항이 발생할 경우, 에어앰뷸런스로 다른 큰 도시 병원으로 가야 한다. 여기선 수시로 에어앰뷸런스가 뜬다.

만약 이 보험이 없을 경우 이용하게 한번 사용에 50,000~75,000달러를 내야 한다. 한화로는 6700만 원에서 1억 정도 되는 금액이다. 실제로 주변에 여러 사람들이 앰뷸런스를 타고 다른 도시로 이송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보험료를 낸다고 해도 평생 타고 싶지 않다.  



4. Winter bird


지식백과에 찾아보면 "가을에 번식지로부터 도래하여 월동하고 다음 해 봄, 번식지로 되돌아가는 철새로 주로 원거리를 이동하다" 이렇게 나온다.

우리 섬에는 Winter bird가 많다. 이 말은 진짜 새를 말하는 게 아니라 바로 알래스카의 추운 겨울을 피해 따뜻한 도시로 이동해 가는 사람들을 말한다.

우리 집주인 할아버지도 winter bird다.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 이 섬을 떠나 따뜻한 다른 도시로 떠난다. 그리고 봄이 되면 다시 돌아온다. 윗집 케냐 아저씨도 알래스카 겨울 너무 힘들다고 케냐로 피신 가서 6월 초나 되어야 돌아온다.

거의 6개월은 알래스카, 6개월은 케냐에서 사는 것 같다.

나도 마음은 winter bird가 되어 보고 싶지만^^ 우리는 꿋꿋하게 3년째 이곳을 지키고 있다.




3년 차에 들어와서야 알래스카 겨울나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침대 위에 설치할 텐트 구입

Daylight lamp (어두운 겨울, 집안을 조금이나마 환하게 비춰준다.)

작은 전기 히터(항상 나와 동행하는 애물이다.)

이마에 착용하는 렌턴.

혹시 전기가 나갔을 때 굳이 초를 켤 필요 없이 이마에 하나씩 착용하고 화장실이든 어디든 갈 수가 있다.


귀여운 Daylight lamp


아이들 친구 집에 가보니 이런 스타일의 큰 Daylight lamp를 거실에 설치해 놓았다.







올해 겨울은 이전 보다 더 잘 살 수 있겠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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