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멀리까지 함께 걷는 사람

by 봄날의꽃잎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수많은 별들이 반짝인다. 그중 하나가 내 길을 비추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은 덜 외롭다. 인생도 그렇다. 수많은 만남 속에서 나와 함께 걸어주는 사람들이 있지만, 끝까지 같은 걸음을 맞추어 주는 존재는 많지 않다.

눈물로 걷는 인생의 길목에서,

가장 오래, 가장 멀리까지

배웅해주는 사람은 결국 가족이다.

친구는 함께 울어주고, 스승은 길을 알려주지만,

끝내 남아 나를 감싸 안아주는 건 가족이라는 울타리다.


나는 다섯 남매의 맏이로 자랐다. 부모님은 다섯 아이를 키워내기 위해 애쓰셨다.

때론 엄하게, 때론 다정하게, 때론 공정하게

어린 시절의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언젠가 부모가 되면 아이들에게 좋은 부모가 되어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곤 했다.


돌아보면 부모님은 내가 힘들 때마다 가장 큰 버팀목이었다. 첫 아이를 낳고 직장때문에 고민하던 순간, 부모님이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이어가라. 우리가 도와줄테니 걱정 말아라”라고 해주지 않으셨다면 아마 나는 경력 단절의 길을 걸었을지도 모른다. 말뿐이 아니었다. 출근길에 아이를 안겨드리면, 어머니는 늘 웃으며 “걱정 말고 다녀와” 하고 말씀하셨다. 그 웃음이 내 하루를 버티게 하는 힘이었다. 부모님의 손길과 마음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부모로서 존경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이들에게 단순히 먹여주고 입혀주는 부모가 아니라, 삶으로 보여주는 본보기가 되고 싶었다. ‘부모가 먼저 삶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아이들도 자기 삶을 다할 수 있다’는 믿음이 컸다. 그래서 나는 내 삶의 자리에서 늘 최선을 다하려 애썼다. 아이들이 뒤돌아봤을 때 “우리 엄마는 언제나 자기 삶을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라고 말해줄 수 있기를 바랐다.


이제 내 곁에는 세 아들이 있다. 맞벌이로 바쁜 날들이 이어지면서 아이들은 스스로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준비물을 챙기고, 서로를 깨우며 등교하던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미안함이 늘 따라다녔지만, 그만큼 아이들은 강해졌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자라왔다.


요즘 교대 4학년에 다니는 큰아들은 임용시험 준비로 지쳐 있다. 신경성인지 몸까지 아파 힘들어하면서도 책상 앞을 떠나지 않는다. 그 애쓰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찢어진다. 나는 아이에게 “너무 애쓰지 말아라. 떨어지는 것도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스스로는 용납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 마음을 알기에 더 아프다. 부모라고 해서 대신 아파줄 수도 없고, 대신 시험을 봐줄 수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곁을 지켜주며, 끝까지 응원하는 것뿐이다.


아이의 등을 바라보며 나는 깨닫는다. 부모라는 존재는 답을 대신 찾아주기보다, 함께 기다려주고 지켜봐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때로는 위로의 말보다 묵묵히 건네는 밥 한 끼, 불 꺼진 방 앞에서 속삭이는 ‘잘 자라’ 한마디가 더 큰 힘이 된다.

아이가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걸 믿고, 곁에서 손 내밀어 줄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그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깊은 사랑이라는 걸 새삼 느낀다.


가족은 때로는 가장 서툴고,

가장 많이 상처 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나 또 가장 먼저 손을 내밀고,

가장 멀리서도 등을 떠밀어주는 사람들이다.

부모님이 내게 그러했듯,

나 또한 아이들에게 그런 부모이고 싶다.


오늘도 다짐한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 가장 오래, 가장 멀리까지 함께 걷는 사람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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