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십계명이라는 글을 읽으며
나는 잠시 화면을 내려놓았다.
감동보다는, 이상하게도 먼저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하나같이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산하지 말 것.
되돌려 받으려 하지 말 것.
이 문장들을 읽자
문득 이런 장면들이 떠올랐다.
내가 먼저 연락했는데 답이 늦어질 때,
괜히 마음속에서 생겨났던 마음의소리들.
부탁을 들어주고 나서 아무 말 없이 돌아섰지만
사실은 언젠가는 알아주길 바랐던 마음.
조건을 달지 말 것.
“이건 괜찮은데, 저건 좀…”
말로는 배려처럼 포장했지만
돌아보면
내 기준에 맞추길 은근히 요구했던 순간들도 있었다.
기대하지 말 것.
확인하지 말 것.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상대의 말투 하나,
표정 하나에 혼자 의미를 붙이던 날들.
별일 아닌데도 ‘왜 그렇게 말했을까’
집에 돌아와서까지 머릿속에서 장면을 다시 재생하던 시간들.
비교하지 말 것.
의심하지 말 것.
다른 사람과 나를, 다른 관계와 우리를
굳이 나란히 세워놓고
스스로 마음을 작게 만들던 순간도 있었다.
이 십계명을 읽으며 깨달은 건
내가 나쁘다는 사실이 아니라,
내가 너무 사람답게 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사랑을 하면
계산도 하고,
기대도 하고,
확인하고 싶어지는 게
사람의 마음이니까.
그래서 이 글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 같았다.
마지막 문장에서 나는 오래 머물렀다.
운명에 맡길 것.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모든 걸 붙잡고 흔들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있다는 뜻처럼 들렸다.
요즘 나는
잘하려 애쓰기보다
조금 덜 조급한 사람이 되고 싶다.
계산이 시작되는 걸 알아차리면 한 번 멈추고,
기대가 커질 때면 숨을 고르고,
확인하고 싶어질 때는 스스로에게 먼저 묻는 연습.
“지금 이 마음은 사랑일까, 불안일까.”
이 십계명을 완벽하게 지키지는 못할 것이다.
아마 앞으로도 여러 번 어길 것이다.
다만 예전과 다른 건,
어기고 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는 것.
그 부끄러움이
나를 조금 더
조심스러운 사람으로 만들어준다면,
오늘의 사랑은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덜 다치지 않을까
조용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