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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몰랐지만, 이미 많이 받고 있었다

마음은 늘 선물처럼 내 곁에 있었다

by 봄날의꽃잎
오늘은 마음을 담은 선물을 누군가에게 건네보자



생일이나 기념일이 되면 누구나 선물을 기대하게 된다.

나도 그랬다.

예전엔 선물의 크기나 가격이

나를 얼마나 생각해줬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가끔은 작은 선물에 섭섭해하고,

무언가 받지 못했을 때 괜히 서운해지기도 했다.


어느 해부터 나는 내 생일마다 세 아이에게서

‘책 한 권’을 선물 받기 시작했다.

책 한 권.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선물이지만

그 안에는 아이들이 한 글자씩 꾹꾹 눌러 쓴

"엄마 사랑해", "엄마 생일 축하해요", "올해도 건강하세요" 같은

짧지만 진심 가득한 글들이 들어 있다.

책들을 보다보면

한 해, 한 해 아이들이 커가는 마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건 단순한 책이 아니라

시간을 담은 마음의 앨범이기도 하다.


이제야 깨닫는다.

선물은 꼭 포장이 화려하거나

값비싼 것이어야 하는 게 아니었다.


며칠 전, sns에서 본 글인데

마음에 쏙 들어서 직접 손글씨로 따라 써봤다.

색색의 펜으로,

마치 마음의 색을 입히듯.

더할 나위 없는 행복

마음이 든든해지는 사랑

웃음이 멈추지 않는 순간

걱정이 사라지는 행운

멈출 줄 모르는 끈기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용기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여유

짧은 문장들이었지만 하나하나 마음에 오래 남았다.


‘더할 나위 없는 행복’,

‘마음이 든든해지는 사랑’,

‘걱정이 사라지는 행운’...

이런 선물들이 진짜 도착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적고 나서야 알았다.

이런 선물들은

이미 내 곁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는 걸.


합창 공연 때 “엄마 멋져요” 하며

무대 위에 나를 찾던 아이의 눈빛,

몸이 아플 때 “괜찮아?”라고 건네는 친구의 짧은 문자,

길을 걷다 "이거 보니까 네 생각났어"라는 말,

좌절했을 때 아무 말 없이 등을 토닥여주던 손길...


그리고 어릴 적부터 변함없이 내 곁에 있는

엄마의 따끈한 된장국 한 그릇,

비 오는 날 우산을 씌워주던 친구,

말없이 설거지해둔 싱크대,

지친 날 밤늦게 건네받은 따뜻한 물 한 잔.

그 모든 순간이,

나는 몰랐지만 선물이었고,

사랑이었다.

나는 참 많이 받으며 살아왔구나.

그동안 받는 것에만 익숙했던 나,

이제는 누군가에게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말 한마디, 따뜻한 눈빛,

작은 쪽지, 손글씨 하나라도 좋다.

누군가의 마음에 조용히 도착할 수 있다면.


4월,

받는 것도 좋지만,

주는 기쁨도 누려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포장지 없는 선물이지만

마음 깊이 남는 선물.

그런 따뜻한 마음 하나,

오늘 누군가에게 건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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