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음식이라는 것과 절기에 맞는 음식이라는 것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았는데 직접 살림을 하고 나이를 먹어가며 하나씩 챙겨본다. 곧 일년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다. 팥죽을 먹는 날. 동글동글 새알과 설탕을 듬뿍 넣은 달달한 팥죽을 아이들은 좋아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팥죽을 하기 위해 며칠 전 냉장고를 뒤져보니 남은 팥이 있다. 팥죽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친정엄마의 전화. (2023년 동지)
“이번 동지에 팥죽 할 거야?”
“팥도 있고, 애들이 좋아하니까 하려고”
“그럴 거 같아서 미리 전화했어. 이번엔 애동지라고 팥죽 말고 팥 시루떡 해먹는 거래. 애동지때 애들 있는 집은 팥죽하면 애들이 아프다고 팥 시루떡 해서 먹는데.”
“아! 그런 거야?”
“그러니까 떡집에 팥시루떡 미리 주문해놔.”
그렇게 떡집에 주문을 하고 애동지가 무엇인지 검색에 들어갔다.
동지는 일 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동지가 음력 11월 초순에 들어가면 이를 '애동지'라고 부른다. 1일~10일은 애동지, 11일~20일은 중동지, 21일~30일을 노동지로 구분한다. 동지섣달에 팥죽을 먹었던 이유는 빨간색을 싫어하는 귀신 때문이다. 옛 조상들은 빨간색인 팥이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애동지 때는 팥죽 대신 팥떡을 먹는다. 아기가 있는 집에서 아이 귀신을 쫓는 축귀 음식인 팥죽을 먹으면 아기에게 탈이 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따라서 팥죽 대신 팥을 넣고 시루떡을 해먹는 풍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풍습, 미신을 믿지는 않는다. 다만 좋지 않다는 건 피하고 싶다. 굳이 좋지 않다는 걸 찾아가며 하고 싶지는 않다. 더군다나 내가 아닌 아이들이 안 좋다는 것이데…….
미리 주문한 떡을 동지 전날 찾아와 간식으로 먹고 동짓날 아침으로도 먹고 떡 잔치다.
동지가 지나고 아이들이 곧 겨울방학을 한다. 겨울방학 동안 팥죽을 만들어 설탕을 듬뿍 넣어 달달하게 먹자고 하면 분명 좋아할 테다.
냉장고에 팥이 있으니 하고자 하는 의욕만 충전시키면 된다. 충전이 되면 냉장고에서 팥을 꺼내 쌀을 씻듯 깨끗이 두 번 정도 씻어준다. 깨끗이 씻은 팥을 솥에 넣고 팥이 잠길 정도로 물을 넣어 한번 후르르 끓여서 물을 버리고 팥을 한번 헹궈준다. 팥의 떫은맛을 제거하는 과정이다. 팥을 압력솥으로 옮겨 물을 팥의 3~4배 정도로 넉넉히 넣고 삶아준다. 팥을 삶을 때 소금을 약간 넣어준다. 압력솥의 추가 돌기 시작하면 중불로 줄이고 10~15분 정도 푹 삶아준다. 불을 끄고 압력솥의 김이 자동으로 다 빠질 때까지 뜸을 들이며 기다려준다.
팥이 삶아지는 동안 준비한 찹쌀가루를 이용해 새알을 만든다. 찹쌀가루는 마트에서 판매되는 것보다 떡집에서 판매하는걸 사서 새알을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 맛의 차이가 크다. 가루 한컵 정도 준비해서 뜨거운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반죽을 해준다. 반죽을 할 때 소금을 살짝 넣어준다. 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약간 가루가 날릴 정도가 되면 손으로 조물조물 치대서 반죽을 완성한다. 완성된 반죽을 동글동글 먹기 좋은 새알크기로 만든다. 냄비에 물을 끓여 만든 새알을 넣어 익혀준다. 새알이 익으면 물에 동동 떠오른다. 떠오른 새알을 건져 찬물로 한번 휙 헹궈준다.
푹 삶아진 팥을 믹서기에 넣고 곱게 갈아준다. 곱게 간 팥을 냄비에 담고 만들어둔 새알을 넣어 함께 끓여주면 팥죽 완성이다. 완성된 팥을 그릇에 담아 설탕과 함께 내어주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팥죽으로 한 끼를 때울 수 있다. 좀 많이 해서 두 끼, 세끼 팥죽으로 때워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