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하며 그 지역 맛집을 찾아가는 것도 소소한 재미 중 하나다.
몇 년 전 속초를 갔다 늦은 시간 검색을 해서 찾아갔던 남경막국수. 네 식구 자리를 잡고 앉으니 우리까지가 마지막이었다. 재료 소진으로 더 이상 받을 수 없다는…….
기본 막국수에 고기를 좋아하는 아이들 때문에 수육을 주문했다. 막국수 전문점이어서 막국수는 당연히 맛있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그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켜 주었다. 그리고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먹었던 수육은 기대 이상의 맛에 연신 맛있다는 말을 하며 감탄을 했다. 일반적으로 김치와 함께 나오는 수육이 아니고 참나물을 들깨드레싱에 버무려서 참나물과 함께 먹는 수육이었다. 처음 나온 수육을 보고 ‘응? 이 조합은 뭐지? 수육은 당연히 김치와 함께 먹는 거 아니었나?’ 하며 참나물과 함께 먹는데 그 조합이 너무 환상적이었다. 그 이후 우리 집 수육은 김치가 아닌 참나물과 함께한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속초 맛집에서 맛봤던 드레싱의 맛을 잊지 못하고 드레싱의 맛을 기억해가며 만들기 시작했다. 들기름, 고운 들깨 가루, 멸치액젓, 간장, 설탕, 고춧가루, 물이 기본으로 들어가는 드레싱이다. 먹기 직전에 참나물에 넣어 숨이 죽지 않게 버무려 수육과 함께 먹으면 그 맛이 끝내준다. 한동안 이 들깨드레싱+참나물 맛에 빠져 수육을 자주 해먹었다.
그런데 올해는 농산물 시장에 가서 참나물을 찾아도 보이지가 않는다. 박스채로 판매되는 것만 있고 그것도 한두 곳에서만 어렵게 발견할 수 있었다. 사장님들 말이 가격이 많이 올라 가져다 놓을 수가 없다며……. 그렇게 구하기 어려운 식재료가 된 참나물이 참으로 아쉬웠다. 시장에 갈 때마다 우리는 매번 참나물을 찾았으나 구경을 할 수 조차 없었다. 당연히 자주 해먹었던 수육도 잠시 안녕.
외식을 줄이고 집밥 해먹기에 돌입한 후 시장을 찾는 횟수가 잦아졌다. 지난 주말도 어김없이 시장을 보며 욕심을 부려 많은 채소를 카트에 담는 데 남편이 무슨 산삼이라도 발견한 거 마냥 ‘참나물’이다. 정말 한곳에 참나물을 판매하고 있었다. 반가운 맘에 두 봉지를 욕심내서 사왔다. 지퍼 백에 소분해서 잘 담아 두고 참나물 사온 기념으로 수육을 만들었다.
오랜만에 발견한 참나물 덕에 종종 해먹을 듯해서 욕심을 부려 냉동 수입 삼겹살을 5키로 사왔다. (정육점에서 수육용이라고 하면 적당한 사이즈로 잘라준다.)
수입육은 호주산, 미국산 소고기만 먹었었는데 우연히 먹어본 수입 삼겹살도 맛이 괜찮아 이렇게 많은 양을 구매할 때는 가끔 구매한다. 해동만 잘하면 일반 국내산 삼겹살과 맛에서 큰 차이가 없다. 요즘같이 물가가 비쌀 때는 수육용으로 참 좋다.
큰 냄비에 준비한 통 삼겹살이 잠기게 물을 넣고 된장을 풀고 월계수 잎을 넣고 푹 삶아준다. 강불, 중불, 약불로 불 조절을 해가며 고기를 삶아준다. 젓가락으로 고기를 찔렀을 때 젓가락이 잘 들어가고 핏물이 나오지 않으면 된다. 30분 이상 삶았던 것 같다. 경험이 없을 때 시간을 단축하겠다고 압력솥으로 했다 고기가 뭉개지듯 삶아져 그 후론 일반 냄비에 좀 오랜 시간 하고 있다. 고기 요리를 할 때 늘 걱정되는 건 냄새다. 냄새가 나서 먹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기본 재료가 좋고 냄새를 잡기 위한 기본 재료 월계수 잎과 된장만 있음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백종원 선생님이 냉동된 고기는 해동 후 조리하면 냄새나지 않는다고 해서 냉동된 고기는 해동에 신경을 쓰고 있다.
고기를 푹 삶아 살짝 식혀 고기를 썰어주니 야들야들 잘 익었다. 먹기 좋게 접시에 담아주고 먹기 직전 참나물을 버무려 내어주니 남편과 아이들이 흡입하듯 먹는다. 난 단 두 점을 먹었을 뿐인데…….
이 드레싱이 좋은 게 꼭 참나물이 아니어도 다른 채소들과도 잘 어울린다. 참나물이 없을 때는 상추, 부추, 양파를 채 썰어 함께 버무려 먹어도 맛있다. 들깨드레싱 때문인지 둘째는 부추랑 버무려 삼겹살과 함께 주어도 잘 먹는다. 입맛이 까다로운 아이들에게 좋은 드레싱이라는 생각이다.
수육을 먹다 새우젓이나 다른 장이 없냐는 아들. 버럭 화를 냈다.
“그냥 주는 대로 먹으면 안 돼? 내가 못 먹는 거 주는 것도 아닌데 왜 꼭 다른걸 찾아?”
“아니 그냥 말한 거뿐인데…….”
남편이 한마디 거든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들이 달라는데 그냥 주면 안 돼?”
더 말이 오가면 큰 싸움으로 번질까 입을 다물었다.
아이들이 좀 커서 이야기한 것이 있다.
식사 준비해서 다 같이 앉아 먹을 때 ‘이거 달라, 저거 달라, 뭐 가져와라’ 등 식사를 함께 하지 못하게 심부름 시키지 말 것!
친정에서 늘 이런 모습을 보고 자라서 그런지 내 집에서는 이런 걸 하고 싶지 않았다.
한명만 희생하며 심부름하고 옆에서 동동거리며 뭐 부족한건 없는지 시중들듯 식사를 하는 모습은 보기 싫었다. 너무 이기적이고 편하게만 살림을 하려는 것인가 싶지만 싫은 건 싫은 거다. 시중들듯 살림을 하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