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지트였던 노래방 ②
곡의 종류도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해졌다. 나는 좀 마이너 한 곡들을 좋아하고 장르도 락을 좋아하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곡들은 노래방에 안 나와서 부를 수가 없었다. 시기가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지만 10년~15년은 된 거 같은데 usb에 곡을 담아가면 노래방 usb연결하는 곳에 꽂고 노래를 재생하여 부를 수 있는 기능이 생겼다.
장점은 당연히 부르고 싶던 곡을 부를 수 있다는 것과 내가 밴드의 객원보컬이 된듯한 착각이 들어 세상 자신만만하게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쏜애플의 시퍼런 봄이 나오기 전이였는데 나중에 이 곡이 반주곡으로 나왔다. 자신 있게 곡을 불렀는데 듣고 있던 동생이 "뭐야. 이 노래 되게 잘하는 줄 알았는데 음이 다 틀려 ㅋㅋㅋㅋㅋ" 하면서 웃는 것이다.
단점은 mp3를 재생하는 기능만 제공할 뿐 자막은 제공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내가 만든 가사집을 만들어 다녔다. 당시 직장동료들은 나의 불타는 노래방 사랑을 알고 있기는 했는데 가사집을 보고 기함을 토했다. 완전 책 한 권 수준이었고 그나마 그날그날 들고 다니는 가사집이 달랐다. 결론은 가사집이 몇 권이 되었다는 것이다. 오늘 내가 스매싱펌킨스와 마릴린맨슨 곡을 집중공략하여 부르겠다고 정했으면 이 두 밴드의 가사집을 들고 출근을 하였다. 정말이지 지극정성이었다.
한 번은 원래 다니던 노래방이 아닌 곳을 들르게 되어 곡을 연습하려고 usb를 꽂았는데 작동이 되지 않아 노래방 카운터에 문의하니 그런 기능이 있냐며 몰랐다고 하여 난감했던 기억도 있다.
또 다른 변화는 노래방의 크기였다. 예를 들어 전에는 방이 큰 노래방이 많았다. 대표적인 게 "수 노래방" 여긴 사운드도 좋고 방이 넓어서 무대에서 노래하는 느낌으로 불렀다. 그러다가 2인실 노래방이라는 게 생겼다. 이때 내 나이가 30대 후반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친구들이 다 결혼을 하고 자주 만날 수가 없기에 혼자 노래방 갈 일이 많아졌는데 20년 단골 노래방은 주인이 바뀌어서 다니기가 싫어졌다.
(중학교 때부터 다닌 노래방 사장님이 타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되어 인계를 하시면서 새로 오신 사장님에게 나를 소개했다. 진짜 노래 좋아하고 자주 오니까 서비스 많이 주라고 3번째 사장님까지는 계속 이런 서비스를 잘 받았으나 4번째 사장님은 거의 안 챙겨주셨다)
원래 1시간 값을 내도 서비스로 1~2시간을 받아 2~3시간은 불렀는데 마지막에 바뀐 주인이 서비스를 달랑 30분 정도만 줬기에 볼일을 시원찮게 본 느낌으로 다니다가 다른 노래방을 물색하던 중 2인 노래방이고 서비스 많이 준다는 블로그를 보고 가봤다. 정말 좁긴 좁았다. 딱 2인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 아직 코노가 등장하기 전이어서 시간제로 돈을 받았는데 여기도 서비스가 정말 좋았다. 거의 동생과 가거나 아님 혼자 간 경우도 많았는데 처음엔 진짜 신기하게 쳐다보는 느낌이었으나( 당시만 해도 혼자 노래방 가는 사람=어딘가 이상한 사람이라는 시선이 있었다) 어느새 단골이 되어 사장님과도 말을 많이 하게 되었다.
어느 날은 사장님이 없고 아르바이트생이 있었는데 회원번호를 대니까 "아. 사장님 지인이시군요?"라고 묻길래 " 에? 지인이라고 하긴 그렇고 단골인데요"하니까 내 회원 메모에 사장님 지인이니 시간은 무조건 손님 없으면 많이 서비스주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거의 주 5일을 갔으니 가족과 같은 친근함이 있으셨나 보다.
그리고 등장한 것이 요즘의 코노, 전에는 최소 1시간은 돈을 내고 불러야 했는데 (나 같은 사람이야 3시간이 기본이니까 별로 생각해 본 적 없었지만) 노래를 의외로 1시간을 부르는 사람이 없다는 걸 알았다. 특히 혼자서 1시간 부른다는 게 좀 별나 보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부를 곡이 그렇게나 많냐고 되묻는 사람도 많았고 아무튼 요즘은 부르고 싶은 노래 몇 곡만 딱 부르고 나오는 게 유행하는 것 같았고 당시에 오디션 프로그램이 난무하던 때라 혼자서 연습 삼아 노래방을 오는 사람도 제법 많은 거 같았다.
첫 글로 변천사라는 주제로 글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쓰다 보니 자동화되고 개인화된 요즘 시대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불편을 감수한다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내가 부르고 싶은 곡이 반주곡에 없을 때 mp3 재생 기능이 생겼을 때 mp3에 폴더별로 음악을 분류하는 작업이나 가사집을 직접 만들어 분류하여 가지고 다녔던 그 불편함이 노래방에서 그 곡들을 불렀을 때의 희열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무언가 바라고 바란 걸 이뤄내기까지의 과정이 불편하고 더디더라도 그것이 성취된다면 바로바로 원하던 게 이뤄지는 것보다 더 큰 행복감과 희열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다른 변천사에 대한 이야기도 쓰게 되겠지만 특히 기계나 소통의 방식을 다루는 변천사 내용을 쓸 때는 조금 암울한 마음으로 글을 작성하게 될 것 같다. 그래도 재밌게 써볼게요!!
다음에 또 만나요!!
